현대, Modern에 관한 잡담 [미학적 잡담]

 

** 아래는 영상에 사용된 대본입니다 **

 

'Modern Art', 'Modernism' 등의 단어에 사용되는 'Modern'이라는 단어는 '현대'라는 의미를 가지고 있습니다. 'Modern Art'와 'Modernism'이 한국어로 번역하면 현대미술, 현대주의가 되는 것처럼 말이죠. 그리고 여기서 사용되는 'Modern', '현대'라는 단어는 '강철로 만들어진 기계와 함께 발전한 거대한 도시'를 떠올리게 만듭니다. 우리가 '이거 되게 모던하다.', '이거 되게 현대적이다'라는 표현을 사용하면서, 회색의 시멘트로 지어진 노출 콘크리트 건물 혹은 '도시적인', '도시의'라는 의미의 영단어 'Urban'을 떠올리는 것처럼 말이죠.

 

그런데, 이 'Modern'이라는 단어의 재미난 점은 사실 이 단어가 중세가 시작되는 400년대부터 사용되기 시작한 단어라는 것입니다. 중세하면 돌을 쌓아서 만든 '성'이 딱 떠오르는 것처럼, 중세 사람들이 지금 우리가 사용하고 있는 '현대', 'Modern'이라는 단어를 사용했다는 사실은 당황스러운 감정과 함께 이질감 마저 느껴지는 부분인데요. '종교의 시대'라는 대표적인 타이틀을 가진 중세에서 '기계', '강철', '도시'가 떠오르는 '현대'와 '모던'이라는 단어가 시작됐다니... 이게 무슨 현상인가 싶은 부분이지만, 이 'Modern'이 가지고 있는 진정한 의미를 알면 이 이해할 수 없는 현상을 간단하게 이해해볼 수 있습니다.

'중세'라는 시기는 '종교의 시대'라는 별명과 함께 '종교적인 신성함'을 떠올리는 시대이기도 하지만, 문화적으로나 생활적으로는 흑사병과 같은 어두운면이 있었던 것처럼 침체기이자 암흑기였다고 표현하기도 하는, 완전히 다른 두 개의 얼굴을 가진 시대인데요. 중세를 종교적 부흥기라 해석하든, 문화적 침체기이자 암흑기라 해석하든, 이 시기부터 사용되기 시작했다는 '모던'이라는 단어는 그 어느쪽에도 어울리지 않는데요. 여기서 조금은 쉽게 눈치채실 수 있듯이, 당시의 '모던'이라는 단어는 현재와는 살짝 다른 의미를 가지고 있었습니다. 정확하게 말하자면, 큰 의미에서는 지금의 모던과 중세의 모던은 같은 의미를 가지고 있지만, 완전히 다른 어감을 가지고 있는 것이죠.

사실 '모던'의 진정한 큰 의미는 '과거와 현재를 다르다고 생각하는 시대의식, 시간의식 혹은 역사의식'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간단하게 설명을 해보자면, 현재 인류는 역사를 ‘고대’ - ‘중세’ - ‘현대’ 라는 큰 카테고리로 나누고 있는데요. 여기서 이 '모던'이라는 단어가 시작된 '중세'와, '모던'이라는 단어 자체가 시대의 이름으로 사용되고 있는 '현대'의 공통점은 고대에서 중세로, 또 중세에서 현대로의 시대적인 변화를 겪었다는 것인데요.

 

이 '모던'이라는 단어는 이 두 개의 시대적인 변화 속에서 중세인에게는 고대와는 다른 중세라는 그들의 시간과 시대를 표현하는 단어였고, 우리에게는 고대, 중세와는 다른 현재라는 지금 이 시간 우리의 시간과 시대를 표현한다는 것이죠.

중세인들이 사용하던 정확한 단어는 '모던'이라는 영어 단어의 어원인 '모데르누스'라는 라틴어 형태였는데요. '모데르누스'가 '과거와는 다른 현재'를 뜻하는 단어로 새롭게 등장했던 것처럼, '현재와는 다른 과거의 것'이라는 반대 의미를 가진 '앤티쿠스'라는 단어도 생겼다고 합니다. 현재 우리가 오래된 가구 등을 이야기할 때 가장 많이 사용하는 영단어이자 '옛날 물건'이라는 의미를 가진 '앤틱'의 어원이죠.

 

이처럼 '지금의 것', '옛날의 것'이라는 두 단어는 현재 우리가 보기엔 굉장히 당연하게 존재하는 단어이지만, 지금이라는 이 시간을 과거와 다르게 생각하지 않는다면, '지금'과 '과거'라는 단어는 존재하기가 힘든 것인데요. 오래전의 물건이라해도 지금도 계속 사용하고 있다면, 이를 과거의 것이라고 표현하기에는 애매한 느낌이 있으니 말이죠.

 

이처럼 '모던'이라는 단어는 지금이라는 이 시간을 과거와는 완전히 다른 세상이라 인지하는 순간부터 생겨난 단어인데요. 중세인들이 자신의 시대에서 느꼈던 과거와의 차이는 종교적인 차이가 가장 컸다고 합니다. 간단하게는 중세인들은 고대인들의 종교적인 문화를 미개하다 생각했거나, 이단적이다 라고 생각했을 확률이 높은데요. 중세라는 시대는 일명 '나사렛 예수'를 믿는 현재의 카톨릭, 기독교, 그리스정교 등의 대표적인 종파를 가진 그리스도교가 시대 통합적으로 나타난 시대로서, 오직 한 명의 신 '예수'를 믿는 유일신 사상의 시대였다면, 고대의 종교적인 문화는 그리스 로마 신화처럼 지역의 모든 신을 동일한 신으로 모시는 다신교적인 관점을 가지는 차이가 있었던 것이죠.

 

'중세미술'이라고 하면 교회와 성당을 중심으로한 성경에 관련된 건축물, 그림, 조각만이 등장하는 것처럼, 오직 예수라는 한 명의 신을 모시는 중세시대 사람들로서는 '세상 모든 신들이 우리의 신이다.'라고 말하며 다양한 신과 종교를 가지고, 또 서로 융합시켜나갔던 고대인들의 종교적인 문화를 이해할 수 없었던 건데요.

 

이 '고대'라는 표현이 굉장히 오래전의 느낌을 가지지만, 중세가 시작되는 400년대 이전을 통틀어 고대라고 부릅니다. 그리고 이 중세인들이 미개하다 혹은 이단적이다라고 느꼈던 고대인을 대표하는 사람들은 나사렛 예수를 본인들의 유일신이자 국교로 선언하기 이전의 로마인들을 이야기하는데요. 우리가 익히 잘 알고 있는 검투사 경기가 펼쳐지고, 콜로세움 등이 지어지던 로마의 전성기 시절이 중세인들이 고대라 생각하던 대표적인 시기였죠.

 

이런 변화를 느껴볼 수 있게 해주는 건축물이 바로 천장에 뚫린 구멍으로 유명한 '판테온' 신전인데요. 고대 시기인 100년대에 지어져서는 중세를 지나 1900여년의 시간이 지난 지금까지도 이탈리아 로마에 남아있는 거대한 역사를 자랑하는 건축물이죠. 이 판테온 신전은 '판테온'이라는 그 이름 자체가 '모든 신들을 위한 신전', '만신전'인 것처럼 고대인들의 종교적인 관점이 어땠는지를 그 이름만으로도 알아챌 수 있는 건축물인데요. 모든 신들을 위해 지어졌다는 만신전이라는 고대의 건축물이, 중세 시절 오직 카톨릭을 위한 건축물로 리모델링 되며 현재까지도 건물의 중심부에 십자가가 걸려있는 것을 보면, 이 고대와 중세의 시대적인 차이가 어땟는지를 간단하게 살펴볼 수 있습니다.

 

이처럼 중세인들에게 '현대적이다.'라는 의미는 '과거와는 다르게 하나로 통합된 신성한 종교'라는 의미를 가지고 있었던 것인데요. 아마도 새롭게 잘 지어진 성당, 교회 등을 보며 '오.. 이건 정말 현대적이야...'라는 표현을 사용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현재 우리가 '오, 이거 진짜 현대적인데?', '모던한데?'라고 표현했을 때 떠올리는, 시멘트, 강철, 기계, 도시, Urban의 느낌과는 거대한 차이가 있는 것이죠.

 

여기까지 이렇게 모던이라는 단어를 설명해 온 것은 사실 현대에서 나타나는 다양한 혼란을 이해해보기 위해서였는데요. '모던'이라는 단어가 '과거와는 다른 현재'라는 의미를 가졌다는 것을 파악하고나면, 우리가 늘 혼란스럽게 느끼는 'Modernism', 'Post-Modernism', 'Contemporary' 등을 이용한 'Modern Art', 'Post-Modern Art', 'Contemporary Art'와 같은 현대 속에서 이뤄지는 다양한 시대적 구분 용어를 이해할 수 있습니다.

 

사실 우리가 'Modern Art', 'Post-Modern Art', 'Contemporary Art'가 어떤 구분인지 헷갈릴 수 밖에 없는게 이 세 가지 구분이 모두 그저 'Modern Art'로서도 불리기 때문인데요. 그러니까 'Modern Art', 'Post-Modern Art', 'Contemporary Art'를 한국말로 하면 각각 '현대미술', '후기-현대미술', '동시대미술'로 번역이 될 수 있는데, 또 이를 모두 묶어 '현대미술'이라 부르기도 하는 것처럼 말이죠.

...

이를 간단하게 설명하자면, 우리가 '고대미술' - '중세미술' - '현대미술'로 미술사를 크게 나눠놓고는 '중세미술' 안에서 전기, 중기, 후기 등으로 디테일하게 한 시대를 다시 한 번나누듯, 현대미술도 역사 순으로 '현대미술', '후기-현대미술', '동시대미술'로 시대를 구분해놓은 것인데요. 중세와 현대의 가장 큰 차이를 들자면, 중세 사람들은 자신들의 시기가 크게는 중세인지도, 자세하게는 전기, 중기, 후기인지도 전혀 모르고 살고난 후, 중세시대 이후 후대의 역사학자를 통해 이름이 붙여졌다면, '현대' 속 사람들은 역사라는 시대의 구분을 이해하고, 직접 자신들의 시대에 이름을 붙이면서 '현대', '후기-현대', '동시대'라는 시대 구분을 만들어갔다는 것인데요.

 

1800년대 즈음 시민혁명과 산업혁명을 통해 급격히 발전하며 도시화를 이뤄낸 사람들은 강철, 기계, 도시를 과거와는 다른 그 시기의 새로운 것이라고 인식하기 시작하며 중세와는 다른 새로운 어감이 담긴 'Modern'이라는 단어를 사용하기 시작했고, 그러다 시간이 지나 1950년대 즈음의 사람들은 도시화가 막 시작된 1800년대와 자신들의 시대가 또 다르다고 생각하기 시작하면서 '현대', '모던' 이후의 시대를 의미하는 '후기-현대', 'Post-Modern'이라는 이름을 본인들의 시대에 붙인 것인데요. 그러고는 또 시간이 흘러 지금의 우리가 1950년대와 지금을 다르다고 생각하듯, '후기-현대'를 '후기-후기-현대'라고 부를 수 없고, 'Post-Modern'을 'Post-Post-Modern'이라고 부를 수 없기에 '동시대'라는 의미를 가진 'Contemporary'라는 단어를 이 시대를 표현하는 이름으로 사용하기 시작한 것이죠.

 

그런데 또 '모던'이라는 단어 자체가 '과거와는 다른 지금'이라는 의미도 있으니 또 이를 모두 묶어 '현대', '모던'이라 부르기도 하는 거대한 혼란이 초래되는 건데요.

이처럼 ‘Modern’, ‘현대’라는 단어가 도통 느낌은 알겠는데, 딱 뭐라고 설명하기 혼란스러운 이유는 중세 사람들이 그저 ‘중세’라는 시간 속에서 ‘고대’와는 다르다는 것만을 인지한체 자신들의 시대가 '중세'라고 불릴 미래는 모르고 살아갔던 것처럼, 현재 우리가 살고 있는, 우리가 '현대'라 부르고 있는 현재의 시점 속의 우리는 그저 '고대'와 '중세'가 현재와 어떻게 다른지를 느끼고 있을 뿐, 앞으로 다가올 미래는 알 수 없기 때문일지도 모릅니다.

 

어쩌면 중세를 살아가던 이들에게 중세라는 시간은 미래에 어떤 이름이 붙을지도 모른체 살아갔던 그들의 모던이자, 현대였던 것처럼, '현대', '모던' 이라는 단어는 우리가 현재와 다르다고 생각하는 과거와 앞으로 다가올 우리의 미래 사이에서, 우리가 살아가고 있는 시간과 시대의 과정을 지칭하는 단어일지도 모르겠습니다.

 

이렇듯 당장 내일 점심 메뉴도 확실하게 알 수 없는 시간의 과정 속에서 살아가고 있는 우리에게, 현대라는 시간의 과정은 너무나 당연하게도 혼란스럽게 느껴질 수 밖에 없는 것일지도 모르겠는데요. 특히나 우리 현대인들은 그 어떤 과거 시대에 비해 가장 빠르게 정보를 교류하고, 실제적으로 이동도 빠르게 할 수 있는 시대에 살고 있으니 중세인들이 중세에서 느꼈던 그 혼란과는 한 차원 더 빠르고 거대한 혼란 속에서 살아가고 있는 것일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러니 우리는 그저 현재의 혼란에 휩쓸리지 않은체, 이렇게 현대라는 단어가 혼란스러울 수 밖에 없는 이유를 파악하고, 그저 앞으로 다가올 미래라는 파도를 맡이할 준비를 하면 되는 것이지 않을까요.

 

 

 

반응형

'방송 > 미학적 잡담' 카테고리의 다른 글

조영남씨 사건에 관한 잡담  (0) 2021.01.05

댓글

개념미술가 : 이동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