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술 이유식 21회, 예술가의 선택(Artist's Decision)

이번 21회의 미술 이유식에서는 '미술가의 선택'이라는 주제와 함께 이야기를 나눠보았습니다. 예술은 눈앞의 완성된 작품을 보고 있자면 참 간단해 보이는 면이 존재하는 것 같은데요. 사실 예술가들은 그 완성된 작품을 위해서 참 많은 선택의 기로에 서게 됩니다. 그림으로 예를 들어보자면, 그림을 완성하기 위해 무엇을 그릴지를 선택하고, 또 어디다 그릴지를 선택해야 하는데요. 이런 선택 이후에는 또 어디서부터 그림을 시작해야 할지, 그리고 어디서 끝을 내야 할지를 선택해야만 합니다. 그리고 그림은 그런 작가의 작은 선택 하나하나로 무궁무진하게 다양한 결과물들이 나오죠. 특히나 특정한 형태가 존재하지 않는 추상화에서는 정말 천문학적인 단위의 경우의 수들이 존재한다고 할 수 있는데요. 이런 광범위한 경우의 수들은 작품을 만드는 작가의 의도와 목적에 따라 그 범위가 달라지는 것이 사실입니다. 게다가 특정한 목표와 목적 없이 오로지 자신의 감에 의존하는 작가의 작품이라면 이 경우의 수는 무한에 가까운 숫자로 상승하겠죠.


이처럼 예술가의 선택이라는 것은 어쩌면 예술가 개개인에게 달려있다는 아주 간단한 답이 나오는 것일지도 모르겠는데요. 하지만 이런 간단한 결과 아래에서 '그렇다면 좋은 선택이란 무엇이냐?'라는 질문은 다시 한 번 모호한 미술의 세계를 열리게 만들어줍니다. 만약 디자인이라면, '더욱 예쁜고 아름다운 것을 위한 선택이 좋은 선택이다.'라는 무엇이 더 예쁘고 아름다운지는 알 수 없지만, 그 방향은 알 수 있는 답을 내릴 수가 있는데요. 순수미술에서는 이런 간단한 방향조차도 잡을 수가 없다는 사실이 미술을 아주 어려우면서도 재미있는 것으로 만들어주는 요소이죠.


피에로 만초니(Piero Manzoni)의 예술가의 똥(Artist's Shit)


이런 예술가의 선택에 대한 이야기를 이어가면서 언급되었던 작품은 바로 이 '예술가의 똥'이라는 작품입니다. 30그램의 분변을 통조림으로 만들어서 판매한 작품인데요. 처음 판매할 당시에는 30그램의 금 가격과 같은 가격(약 4만 원)으로 총 90개를 판매하였는데, 최근 2007년에는 이 작품 중 하나인 통조림이 1억 7천만 원에 거래가 되었습니다. 똥이 담겨있다고 주장되는 이 작품이 캔 하나에 1억 7천만 원이라니, 관객의 입장에서는 참 기가 찰 노릇의 작품이죠.



이런 작품을 이 '예술가의 선택'에 대해서 이야기를 나누는 회 차에 언급한 이유는 바로 캔의 내용물에 대한 부분 때문인데요. 이 작품은 사실 그 내용물에 대해서 진짜 사람의 분변이냐 혹은 아니냐에 대한 논쟁이 끊임없이 존재하는 작품입니다. 그러던 중 90개의 캔 중 한 작품을 소유하고 있는 컬렉터가 드디어 뚜껑을 오픈해버렸는데요. 캔 안에 캔 이 하나가 더 들어있었습니다. 뚜껑을 오픈했던 컬렉터는 결국 작품을 더 이상 오픈하지 않기로 결정하면서 이 작품의 내용물에 대한 사실은 다시 한 번 미궁에 빠져버리게 되죠. 캔 안에 똥을 넣어놓는 것으로 작품을 만들겠다는 선택과 캔 안에 캔을 하나 더 넣어놓는 작가의 이런 작은 선택으로 작품은 참 여러 가지로 재미난 작품이 되어버린 것 같은데요. 과연 피에로 만초니라는 이 작품의 작가는 캔 안의 존재하는 또 하나의 캔에 사람의 분변을 넣어놓는 선택을 했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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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념미술가 : 이동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