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크 나무(An oak tree), 마이클 크레이그 마틴(Michael Craig-Martin)

첫 회로 준비한 TV 미술 이유식에서는 '오크나무(An oak tree)라는 작품에 대한 이야기를 준비해보았습니다. 영국의 미술가 '마이클 크레이그 마틴(Michael Craig-Martin)의 작품으로 조금은 생소하다고도 할 수 있을 만큼 그 인지도가 높지 않은 작품인데요. 현대미술과 개념미술의 교과서와 같은 작품이라는 평가를 받기도 하는 작품으로, 개념미술을 설명하는 아주 좋은 예와 같은 작품이기에 야심 차게 첫 회로서 준비해보았습니다. 


마이클 크레이그 마틴의 작품 '오크나무(An oak tree)'


작품의 구성은 아주 간단합니다. 그거 선반 위에 올려진 물 한 잔과 인터뷰 형식의 대화가 적혀있는 종이 한 장이 작품의 전부인데요. 대화가 적혀있는 종이는 이 선반 위의 물 한 잔이 왜 오크 나무라고 불리고 있는지에 대해서 설명하고 있습니다. 작품이 처음으로 전시되던 당시에는 선반 위의 물 한 잔 만이 벽에 설치되어있고 인터뷰 형식의 대화가 적힌 종이는 따로 프린트물로 준비되어 관객들에게 나누어줬다고 하는데요. 개인적으로 이 작품을 이해하는 핵심은 이 종이에 있다고 생각합니다.


종이에 프린트가 되어있는 인터뷰 형식의 대화



대화에서 작가의 위치에 있는 듯한 'A'는 선반 위에 올려진 한 잔의 물이 왜 오크 나무인지를 설명하고 있습니다. 사실 대화를 살펴보자면 정신 이상한 사람을 인터뷰하는 듯 굉장히 난해한 대화가 이어지는데요. 참 미친 소리 같으면서도 미술 작품으로서는 참 영리한 작품이지 않은가 하는 생각도 개인적으로 듭니다. 굉장히 어처구니없는 주장을 아주 당당하게 하는 모습이 조금 부정적으로 바라본 현대미술의 모습과 비슷한 느낌도 있죠.


하지만, 이 작품은 현대미술에서 이루어지고 있는 '개념미술(Conceptual Art)'의 과정을 아주 탁월하게 보여주고 있습니다. 대화에서 작가는 외적인 모습을 바꾸거나 물질적인 변화를 주지 않고 한 잔의 물을 오크나무로 바꿨다고 말하는데, 이는 마치 미술가가 만들어놓은 생각과 개념에 따라 완전하게 변하는 개념미술의 모습과 굉장히 흡사합니다. 데미안 허스트가 수조 속에 죽은 상어 한 마리를 담아놓고는 죽음에 대해서 이야기하는 것과도 비슷한 모습이죠. 수조 속의 상어는 결국 수조 속의 상어이지만, 우리는 그 작품과 함께 죽음에 대해서 생각해보는 모습은 한 잔의 물을 앞에 놓고 오크 나무라고 부르는 것과 오묘하게 닮은 모습입니다. 미술가들의 다양한 생각과 개념을 바탕으로 다양한 재료와 함께 제작된 작품은 미술가가 지어준 이름과 함께 그 재료 본 모습과는 다른 물체로 태어나는 것이죠. 한 잔의 물을 따르며 '이것은 오크 나무다.'라고 생각한 주체의 의도가 한 잔의 물을 오크 나무로 만들었다는 설명은 마치 현대의 개념미술가들이 작품을 만드는 과정을 간단하게 정리해놓은 듯한 느낌입니다.



마이클 크레이그 마틴(Michael Craig-Martin)


이 오크 나무(An oak tree)라는 작품을 탄생시킨 작가 '마이클 크레이그 마틴'은 영국의 가장 유명한 작가 그룹 'YBA(영국의 젊은 작가들 : Young British Artists)'의 스승으로도 유명한 전직 교수인데요. YBA의 유명세와 함께 그들의 스승으로 유명세를 탄 마이클 크레이그 마틴은 노년에 들어선 최근 작가 생활 중의 가장 큰 전성기를 맞고 있습니다. 어쩌면 학생들을 가르쳤던 그의 경험과 교수라는 과거의 직업이 개념미술을 간단하게 정리하는 이런 교과서와 같은 작품을 탄생시킨 것은 아닐까요?



반응형

댓글

개념미술가 : 이동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