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버덕(Rubber Duck), 고무 오리들의 여정

작년 서울 석촌호수에 거대한 오리의 모습을 하고 있는 '러버덕(Rubber Duck)'이라는 작품이 찾아왔었습니다. 네덜란드 출신의 작가 '플로렌타인 호프만'에 의해서 작업된 이 작품은 굉장히 거대한 크기를 가지고 있었지만, 노란색의 새끼 오리와 같은 외형이 너무나 귀여워 미술품으로서는 이례적인 관심과 이슈를 받았었죠. 이런 이슈와 관심을 증명하듯 당시 네이버, 네이트와 같은 국내 메이저 포털 사이트의 메인 화면에서 '러버덕'에 대한 기사를 쉽게 찾아볼 수 있었습니다. 미술인과 미술 작품이 관련된 사기 등 미술에 대해 좋지 않은 기사만 볼 수 있었던 포털 사이트의 메인 화면에서 마주친 러버덕에 대한 기사들은 개인적으로도 굉장히 반가운 존재였던 기억이 납니다.




이런 인기와 함께 당시 SNS를 통해서 러버덕의 기원에 대한 많은 정보들이 공유가 되었었는데요. '프렌들리 플롯(Friendly Floatees)'라고 불리는 2만 9천 마리에 달하는 고무 오리 행렬이 10여 년간 전 세계를 항해한 이례적인 해프닝이죠. 조금 더 자세하게 설명을 드려보자면, 1992년 홍콩에서 일어난 태풍으로 인해서 화물 컨테이너에 실려있던 2만 9천 마리의 오리가 바다로 유입되면서 시작된 거대한 고무 오리 행렬인데요. 1992년 홍콩에서 출발한 이 고무 오리들은 해류를 타고 항해하며 흩어졌고 일본, 미국의 알래스카, 북극을 거쳐서 거의 최종적으로 2003년에는 유럽에서도 그 행렬이 발견되어버리는 귀여움이 넘치는 해프닝입니다. 이런 귀여운 모습과 전 세계를 항해했다는 사실이 전 세계로 평화를 전하고 다닌다는 아주 희망적인 메세지가 고무 오리에게 부여되게 되었죠.


물론 이 러버덕이라는 작품을 만들고 있는 네덜란드 출신의 작가 '플로렌타인 호프만(Florentijn Hofman)'은 이 작품과 1992년에 시작된 고무 오리 해프닝은 상관이 없다고 인터뷰를 통해서 말한 적이 있는데요. 고무 오리에 대한 강력한 이미지를 만들어버린 이런 해프닝이 작가의 의도와는 상관없이 관객에게 전달되는 것은 어쩔 수 없는 부분인 것 같기도 합니다. 호프만이 제작하고 있는 이 '러버덕'이라는 작품이 시리즈 작품으로서 전 세계를 누비며 순회 전시를 하고 있는 모습은 관객에게 더더욱 그렇게 보일 수밖에 없겠죠.



사실 우리에게도 이 노란색의 고무 오리가 친근한 이유는 해외 영화들의 목욕신 때문인데요. 욕조에 물을 채워 넣고 아이를 목욕시키는 장면에서는 꼭 이 노란색의 고무 오리가 욕조 물 위를 떠다니고 있죠. 이처럼 이 노란색의 고무 오리는 서양 문화권에서 누구나 하나쯤은 가지고 있을 듯한 아주 친근한 물건입니다. 프랑스 영화에서 장을 보고 들어오는 주인공의 장바구니에는 꼭 바게트 빵이 꽂혀있는 것과 같다고 할 수 있을까요.


어쩌면 호프만은 그저 이런 친근한 물건들을 이용하는 작가로서 활동하다 우연히 고무 오리를 사용한 것일지도 모르겠습니다. 실제로 그의 다른 작품들을 살펴보면 해외에서 흔히 볼 수 있는 토끼 인형 등 을 거대하게 제작하여 광장과 공원에 설치하는 작품들도 볼 수가 있죠. 하지만 앞에서도 말했듯 작가가 의도적이었든 의도적이지 않았든 10년의 걸친 해프닝으로 생겨버린 '전 세계로 희망을 전하고 다닌다.'는 일반적인 고무 오리가 가져버린 이런 강력한 이미지는 대중들이 호프만의 거대한 고무 오리를 보면서 상상하는 이미지에서 빼놓을 수 없는 요소가 되어버렸습니다. 그리고 어쩌면 작품을 바라보는 대중의 입장에서는 작품을 한층 더 흥미롭게 만들어주는 요소이기도 하겠죠. 전 세계로 희망을 전하고 다니는 오리라니, 그 외모만큼이나 참 긍정적인 이미지를 가져버린 작품이지 않은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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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념미술가 : 이동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