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킹이 놓여진 트레이시 에민의 침대, 작품 '나의 침대(My bed)'

이번 TV 미술 이유식에서는 굉장히 어처구니없게 보일 수 있는 작품을 소개시켜드려 보았는데요. '트레이시 에민'이라는 영국의 여성 작가가 내놓은 '나의 침대(My bed)'라는 작품입니다. '나의 침대'라는 이름처럼 실제로 작가 자신이 자신의 방에서 사용하던 침대를 그대로 가져온 작품인데요. 본인이 사용하던 침대를 작품으로서 가져와버린다니, 현대미술이 가진 특유의 난해함에 굉장한 일조를 한 재미난 작품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다시 한 번 작품을 보아도 정말 난해하기 그지없는 작품입니다. 정리되지 않은 침대에 스타킹부터 술병까지 놓여있는 모습인데요. 사실 각종 기괴한 일들이 일어나는 현대미술 안에서 작가가 침대를 내놓았다는 사실은 관객의 입장에서 어느 정도 재미나게 받아들일 수 있는 선인 것 같기도 합니다. 하지만 스타킹과 술병 등의 개인적인 아주 사소한 물건까지 함께 너저분하게 전시되어있는 이 작품은 또다시 한 번 미술을 난해하고 이해할 수 없는 것으로 만들어버리는 아주 재미난 요소가 되어버리죠.


거기다 3억(15만 파운드)이라는 이 작품의 가격을 듣고 나면 다시 한 번 관객은 패닉에 빠지게 됩니다. 그런 이유에서인지 작품이 발표되었던 1999년 당시의 언론은 이 작품을 향해 '3억짜리 침대'라는 조롱을 보내며 작품을 가구로 취급해버리죠. 하지만 이후 1년도 지나지 않아 영국 최고의 미술상 '터너 프라이즈'의 1999년 우승 후보 4명에 이름을 올리며 조롱을 보내던 언론을 조롱해버리는 반전을 이뤄냅니다.



발표하는 순간부터 다양한 논란을 만들며 많은 이들의 관심을 받았던 이 작품은 한 사건으로 인해 대중 전체의 관심을 독차지해버리는데요. 바로 중국인 청년 2명이 전시 중인 트레이시 에민의 침대에 난입하여 뛰노는 난동을 버린 사건입니다. 사건이 벌어졌던 전시회는 영국 최고의 미술상 '터너 프라이즈'의 시상식 전 최종 후보 4명의 작품을 보여주는 후보 전시회였는데요. 사건 이후 트레이시 에민은 시상식에서 우승을 하지는 못했지만, 우승작보다 더 많은 관심을 받는 후보작이 되어버립니다. 저도 개인적으로 터너 프라이즈에 관심이 많은 편인데, 1999년의 우승작은 전혀 기억하지 못하지만 당시 트레이시 에민이 위와 같은 작품과 해프닝과 함께 후보로서 있었다는 사실은 확실하게 기억하고 있죠.



마지막으로 트레이시 에민의 작품 위에서 뛰놀던 중국인 청년들에 대한 언급을 빼놓을 수가 없을 것 같은데요. 사실 이들은 자신들을 '진짜를 위한 광기(Mad for real)'라고 부르는 퍼포먼스 예술가들이었습니다. 트레이시 에민의 침대에서 뛰노는 퍼포먼스를 '트레이시 에민의 침대에 뛰어든 벌거벗은 두 명의 남자(Two naked man jump into Tracey's bed)'라고 소개하고 있는데요. 이런 퍼포먼스가 사전에 협의가 되었는지에 대한 정보는 찾을 수가 없었습니다. 다만 당시의 기사들을 살펴보면 사전 협의 없이 벌어진 불법적인 영역의 퍼포먼스였다는 글들이 많은 것 같네요. 비록 불법적인 영역의 퍼포먼스였지만, 이들이 뛰어논 침대의 주인인 트레이시 에민이나 이 중국인 퍼포먼스 예술가들 모두가 대중과 언론의 관심을 독차지해버리는 피해자 한 명 없이 모두가 이득을 얻는 아주 영리한 전략이었던 것 같습니다. 침대를 작품으로 내놓은 난해한 작품에 그 침대 위에서 뛰어노는 난해한 퍼포먼스라니 현대의 미술이라는 것이 보면 볼수록 복잡하고 어이가 없는 느낌도 있지만, 참으로 흥미진진한 세계입니다.


트레이시 에민(Tracey Em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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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념미술가 : 이동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