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미안 허스트의 거대한 상어, 작품 '살아있는 자의 마음 속에서는 불가능한 물리적인 죽음'
- 방송/그 외 방송들
- 2015. 12. 17. 03:06
야심 차게 시작된 TV 미술 이유식의 두 번째 이야기는 영국의 대표적인 미술가 '데미안 허스트(Demien Hirst)'의 대표 작품 '살아있는 자의 마음속에서는 불가능한 물리적인 죽음(The Physical Impossibility of Death in the mind of someone living)'입니다. 이 길고 긴 이름 덕분에 '데미안 허스트의 상어'라고 불리는 일이 흔한 작품인데요. 이 작품은 영국의 대표적인 미술가 그룹 '영국의 젊은 작가들(YBA : Young British Artists)'의 리더와 같은 미술가 데미안 허스트의 대표 작품이라는 타이틀에 걸맞은 강력한 이미지를 가진 작품이면서, 다양한 스토리를 가지고 있는 작품입니다. 아주 다양한 방면으로 흥미로운 이야기들을 가지고 있는 작품이죠.
작품은 수조에 상어를 넣어놓는 아주 간단한 구성이지만, 그 간단한 구성의 거대함이 굉장히 압도적인 이미지를 만들어내고 있습니다. 무려 높이 2미터, 길이 5미터에 달하는 수조에 실제 사람을 잡아먹을 듯한 크기의 상어를 담가놓은 것인데요. 실제로 이 작품의 작가 '데미안 허스트'가 호주의 상어 잡이에게 상어를 주문할 당시 '당신을 잡아먹기에 충분한 크기(Big enough to eat you)'라는 특별한 주문을 넣었다고도 합니다. 사람을 잡아먹기에 충분한 상어의 크기로 죽음의 공포를 느끼게 만드는 압도적인 분위기를 만들어내고 싶었던 것일까요. 데미안 허스트는 이렇게 작품을 통해서 죽음에 대해서 이야기하는 작가로 잘 알려져 있는데, 자신들을 잡아먹기에 충분한 크기의 상어를 관객들 눈앞에 데려다 놓는 것은 다시 한번 관객에게 '죽음'이라는 키워드를 떠올리게 만드는 탁월한 선택이었죠.
이렇게 사람들에게 죽음에 대한 공포를 느끼게 해주는 이 작품은 1991년 작품 제작 당시 상어 구입비 2천만 원 등을 포함한 총 제작비 1억 원에 가까운 제작비로 제작이 되었는데요. 처음에는 '1억 짜리 튀긴 생선'이라는 언론의 조롱을 당하며 논란과는 다르게 세상의 인정을 받지 못하는 대표적인 미술품이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미국의 펀드 매니저에게 약 100억 ~ 120억(800백만 ~ 1200백만 달러)으로 추정되는 가격으로 미국으로 팔려가던 2004년에는 '영국 미술의 심장이 팔렸다.'는 언론의 평가를 받는 반전이 이루어지기도 했죠. 튀긴 생선으로 치부되던 악동 미술가의 작품이 13년 만에 영국 미술의 중심이 되어버리는 순간이었습니다.
그렇게 작품이 미국에 팔려가던 2004년에는 작품을 일명 'A/S'하는 또 하나의 재미난 에피소드가 있었는데요. 작품이 미국으로 넘어가기를 기다리는 시기에 시작된 박제된 상어의 부패가 이 에피소드의 원인이었습니다. 심한 악취와 함께 박제된 상어가 도저히 작품으로서 보존할 수 없는 상태가 되어버리자 작품을 제작한 데미안 허스트가 직접 상어를 다시 만드는 흥미로운 에피소드가 벌어진 것인데요. 이런 사건으로 인해 2004년을 기점으로 찍힌 이 작품의 사진을 보면 상어의 종류가 다르다는 것을 아주 쉽게 포착할 수 있습니다. 작가가 작품을 제작한 이후 'A/S' 형식으로 다시 제작한다니, 작품을 만드는 저로서나 작품을 감상하는 관객으로서나 아주 신기하고 흥미로운 사건이지 않을 수가 없겠죠. 어쨌든 데미안 허스트의 A/S를 통해서 다시 탄생한 2004년 이후의 상어는 조금 더 커진 크기와 활짝 열고 있는 입으로 더욱 압도적인 분위기를 풍기고 있으니, 관객은 오히려 더욱 강렬한 분위기와 죽음이라는 작가의 의도를 즐겨 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젊은 나이에 논란이 가득한 전시회와 작품을 완성해내며 '악동 미술가'라는 별명을 가진 데미안 허스트는 어느새 중년에 가까운 나이가 되어버렸는데요. 아직도 활발한 활동을 멈추지 않고 작품을 이어가는 그의 활동들이 대단하게 느껴지는 것 같습니다. 죽음이라는 인간 누구나 가지고 있는 공포의 대상을 재미나게 풀어내는 모습을 조금 더 볼 수 있었으면 좋겠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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