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초만에 그려낸 650만원짜리 상어 그림

데미안 허스트가 팁으로 그려준 상어 그림과 그의 대표작 '살아있는 사람의 마음 속에 존재하는 죽음의 물리적 불가능성(The Physical Impossibility of Death in the Mind of Someone Living)'

한때 생존 작가 중 가장 큰 영향력을 가졌다고도 평가됐던 영국의 대표 작가 데미안 허스트는 택시기사에게 약 30초가 걸리지 않는 시간에 그려낸 상어 그림을 하나 팁으로 그려준 적이 있습니다. 사실 위의 실제 그림을 보면 알 수 있듯 ‘낙서 같은 그림’이라는 설명 보다도 정말 그저 낙서라 말할 수 있는 그림인데요. 세간에 알려진 바로는 이 그림이 미술 경매 시장에 나와 4500파운드( 약 650만 원 / 2017. 2.)라는 가격과 함께 낙찰되었다고 전해집니다. 실제 이 그림을 받았던 40세의 택시기사는 이 그림이 본인 생의 최고의 팁이었다는 인터뷰를 남기기도 했는데요. 그림을 팁으로 받은 택시기사에게는 정말 행운이라는 말이 어울리는 사건이지만 이를 보고 있는 관객들로서는 30초 만에 그려진 낙서 같은 그림이 650만 원이라니 데미안 허스트의 손은 금을 만들어내는 손 인가하는 비꼼이 담긴 생각들과 함께 그 가격의 기준은 무엇인지에 대한 의문이 들 수밖에 없는 사건입니다. 꼭 비꼬는 목적이 아니더라도 무엇으로 인해 30초 만에 그려진 그림이 그와 같은 가격을 가질 수 있는지는 아주 흥미로운 의문이 드는 부분이기도 하죠.

 

사실 이 작은 낙서와 같은 그림을 구매하는 이유는 간단하게 두 가지가 있습니다. 첫째는 ‘가지고 싶어서’ 그리고 둘째는 ‘사두면 좋은 이유가 있어서’ 인데요. 일단 첫 번째 이유라고 언급한 ‘가지고 싶어서’는 굉장히 개인적인 부분에 가깝습니다. 그저 데미안 허스트의 작품을 모으는 팬이자 컬렉터로서 그의 작품을 구매했을 수도 있는 지극히 개인적인 이유이면서도 아주 소수의 부분이기에 그것에 대한 보편적인 의견을 내놓기가 참 힘든 부분이죠. 어쩌면 ‘사두면 좋은 이유가 있어서.’라는 두 번째 이유에 ‘가지고 싶어서.’라는 첫 번째 이유도 포함되어있는 것일지도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사두면 좋은 이유가 있어서’라는 두 번째 이유는 역시 ‘가지고 싶어서’라는 개인의 기호보다는 돈에 대한 이야기에 가까운 것 같은데요. 구매 이후 더 높아질 금전적인 가치와 가격을 바라보고 구매하는 것이 이와 같은 낙서 그림을 사두면 좋은 이유인 것이죠. 위에서도 언급한 것처럼 데미안 허스트는 한때 생존 작가 중 세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작가로 평가되었었습니다. 이와 같은 평가를 받던 시기는 2000년대를 전후로 영국 미술이 세계의 미술을 주도하던 시기였는데요. 이 시기는 데미안 허스트가 당시를 대표하는 작가로서 이끌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당시 주목받았던 굵직한 작품들을 많이 내놓았던 작가입니다. 물론 50대 중년의 나이에 접어든 그는 이제 세계에서 가장 영향력이 있다는 타이틀과는 조금 멀어졌다고 할 수 있지만 아직까지도 ‘영국을 대표하는 작가’라는 타이틀만은 어렵지 않게 지키고 있을 만큼 활발한 활동을 이어가고 있죠.

 

이처럼 굉장히 멍청한 행동으로 보일 수 있는 한 장의 낙서와 같은 그림을 650만 원에 구매하는 행위는 어쩌면 미래를 바라보는 투자로서 굉장히 영리한 행위 일지도 모릅니다. 그는 앞으로 2000년대를 기록하고 있는 미술사에서 끊임없이 언급될 인물이 될 확률이 굉장히 높으니 말이죠. 그리고 그가 이후 2000년대를 다루는 미술사에서 언급되면 언급될수록 이 낙서 같은 상어 그림의 가치는 높아질 수밖에 없으리라는 생각이 듭니다. 또 신기하게도 우리가 이처럼 이 낙서 그림을 신기해하고 혹은 말도 안 된다는 반대의 반응 등의 다양한 관심은 이 그림 하나의 가치를 조금씩 조금씩 높여줄 수도 있죠. 그의 미술사적인 영향력이 이 낙서에 가까운 그림을 그림이라 불리게 만든 이유일 수도 있지만 우리가 긍정적인 반응이든 부정적인 반응이든 이 그림에 대해 가졌던 관심이 더더욱 이 낙서와 같은 작품을 그림이라 불리게 만들고 있는 것일 수도 있습니다. 이처럼 이 한 장의 상어 그림은 어쩌면 역사에 길이 남을 한 작가의 발자취가 되어버린 것인데요. 더욱이 직접 손으로 그린 페인팅 작품이 많지 않은 데미안 허스트의 그림이라면 그 희귀함과 함께 그 가치는 더더욱 높아질 수밖에 없겠죠.

 

이 낙서 같은 그림이 영향력 있고 명성이 있는 작가의 손에 그려졌다는 사실 하나로 미술적인 가치가 있다고는 말하기가 힘들 것 같습니다. 하지만 20대에 명성을 얻으며 긴 세월 동안 보여준 그의 미술적 영향력은 이제 하나의 역사가 되어버리며 이 낙서 같은 그림에 역사적인 가치를 담아버린 것은 사실입니다. 이와 같은 모습은 어쩌면 과거 위인의 죽음 이후 그 위인의 삶을 평가하며 천천히 알려졌던 것과는 다르게 정보 통신 기술의 발달로 빠르게 유명인을 공유하고 함께 공감할 수 있는 이 시대의 새로운 모습일지도 모르겠습니다. 또 어쩌면 이런 새로운 시대의 모습을 잘 이해하고 있으면서도 과거 위인들의 유품이나 과거 거장의 작품들이 엄청난 가격을 가지는 것을 목격한 이들의 새로운 투자 방법일지도 모르죠. 물론 이와 같은 상황에서 만약 데미안 허스트가 승차하는 택시마다 이와 같은 방식으로 상어 낙서를 그려준다면 이 그림의 가치는 미래에서 그저 그가 흔하게 남겼던 낙서에 불과하게 만들어버릴지도 모르겠습니다. 사는 사람에게는 이유가 있는 것이지만 구매한 물건이 늘 자신의 의도와 맞지는 않는 실패한 구매가 되어버릴 수도 있는 것처럼 말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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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념미술가 : 이동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