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제와 차용에 대하여, 워커 에반스 이후(After Walker evans)

오늘의 TV 미술 이유식에서는 '워커 에반스 이후'라는 재미있는 작품 하나를 소개해드렸습니다. 재미있다는 표현도 어울리는 흥미로운 작품이지만 한편으로는 어처구니없다는 감정이 들기도 하는 작품인데요. 본인의 것이 아니라 남의 것을 이용하는 '차용'이라는 부분에 대해 생각해볼 수 있는 흥미로운 제작 방식의 작품들을 내놓고 있는 작가 '쉐리 레빈'의 작품이죠.


쉐리 레빈(Sherrie Levine)의 워커 에반스 이후(After Walker Evans)


이 작품이 바로 어처구니없음과 흥미로움을 함께 느낄 수 있게 해주는 쉐리 레빈의 사진 작품 '워커 에반스 이후'인데요. 겉으로 보기에는 한 여성의 사진으로 보이며 큰 문제가 없어 보이지만 사실은 워커 에반스라는 작가의 사진 작품을 평판 위에 놓고 다시 한 번 사진기로 찍은 사진이라는 재미난 제작 과정이 존재합니다.


어쩌면 작품을 만들어내는 그 과정 자체가 불법이라고도 할 수 있는 복제의 방식을 취하고 있는데요. 복제된 작품의 원본을 만든 작가가 이와 같은 복제에 대해 문제를 삼지 않는다는 점과 이 쉐리 레빈이 지속적이고 끊임없이 다른 이의 작품을 복제하고 차용하며 작품을 만들어내고 있는 모습이 '복제'와 '차용'이라는 개념 자체가 이 작가의 작업 방식으로 자리 잡게 만드는 재미난 상황을 연출해버렸습니다.


마르셀 뒤샹의 '샘(Fountain)'을 차용한 쉐리 레빈의 작품 '샘 : 마르셀 뒤샹 이후 (Fountain : After Marcel Duchamp) 


실제로 쉐리 레빈은 현대미술의 3대 거장이라고도 평가받는 마르셀 뒤샹의 대표작 '샘'을 차용하며 작품을 만드는 등 복제와 차용을 이용한 작품 제작을 이어가고 있기도 한데요. 이로 인해 '차용'이라는 단어에 대한 미술적인 토론 혹은 책에서 상당히 많이 등장하는 작가이기도 합니다.


사실 이 차용과 복제라는 단어는 현대에 들어와서 등장한 새로운 단어라고도 할 수 있는데요. 판화를 제외하고는 사진과 인쇄의 역사가 시작되기 전까지 완벽에 가까운 복제 자체가 힘들었으니 말이죠. 하지만 사진 기술과 인쇄 기술이 급격하게 발전하기 시작한 현대에서는 복제와 차용이라는 같으면서도 다른 이 두 단어의 차이가 어디에 있는가에 대해 생각해볼 필요가 있었습니다. 원판에 사진을 올려놓고 전문적으로 사진을 복제하는 쉐리 레빈의 방식을 떠나 눈앞에 있는 다른 이의 작품을 손에 들고 있는 스마트폰으로 간단하게 복제할 수 있는 이 시대에서는 더더욱 중요하게 다뤄질 필요가 있는 부분일지도 모르죠.


어쩌면 쉐리 레빈은 이와 같은 기술의 발전이 만들어낸 현대의 새로운 모습을 끊임없이 반복하며 연구하고 있는 것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듭니다. 혹은 쉐리 레빈이 이유 없이 그저 차용과 복제를 즐기는 작가라고 할지라도 그녀의 작품 앞에서 복제와 차용이라는 부분에 대해 생각해보는 이와 같은 모습은 사람들에게 일상에서 가지지 못했던 생각을 해보게 만드는 미술이 가질 수 있는 하나의 역할이지 않을까요.


댓글(0)

개념미술가 : 이동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