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와 함께 잤던 모든 사람들, 작품 '나와 함께 잤던 사람들'

오늘의 TV 미술 이유식으로는 영국의 여성 작가 '트레이시 에민'의 '나와 함께 잤던 사람들 1963~1995'에 대해서 이야기해보았습니다. 작품의 제목과 같이 트레이시 에민이 작품을 만들었던 1995년까지 함께 잠을 잤던 사람들의 이름으로 텐트 안을 장식해놓은 작품인데요. 많은 분들이 트레이시 에민의 평소 도발적인 작품들을 보고는 트레이시 에민과 뜨거운 밤을 보낸 사람들의 이름들로 가득 차 있을 것이라고 예상하지만, 사실은 어머니와 할머니를 포함한 그저 함께 잠들었던 모든 이들의 이름을 채워 넣은 텐트입니다. 물론 트레이시 에민과 뜨거운 밤을 보낸 이들의 이름도 포함이 되어있는 리스트죠.


트레이시 에민(Tracey)의 나와 함께 잤던 사람들 1963 ~ 1995(Everyone I have ever sleep with 1963 ~ 1995)


작품은 이렇게 자신과 함께 잠을 이뤘던 사람들의 이름들을 적어놓으며 과거의 추억거리와 같은 감성적인 소재를 이용한 작품인데요. 그녀의 악동 같은 평소 이미지로 인해서 괜히 뜨거운 밤을 보낸 이들만의 이름이 붙어있을 것이라는 생각을 하는 것일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런데, 그녀와 연인 사이로 한때 뜨거운 밤을 함께하던 전 연인의 이름이 이 텐트에 붙으면서 큰 주목을 받은 사건이 실제로 있었는데요. 바로 제가 사진 정중앙에 빨간색으로 표시를 해놓은 이름 '빌리 차일디시'라는 남자 전 연인과 관련된 사건입니다. 이 '빌리 차일디시는' 트레이시 에민이 속해있는 진보적인 미술가 그룹 'YBA(영국의 젊은 작가들)'과 가장 극적인 대립을 이루고 있는 회화 주의자 집단 '스터키스트'를 이끌고 있는 작가죠.


  

과거 연인이었던 '트레이시 에민(Tracey Emin)'과 '빌리 차일디시(Billy Childish)'


현대의 개념미술에 대한 반대 시위를 하고 있는 빌리 차일디시


빌리 차일디시가 이끌고 있는 오직 회화만이 미술이라고 주장하는 미술가 그룹 '스터키스트'는 트레이시 에민이 속한 'YBA(영국의 젊은 작가들)'이라는 현대미술가 그룹을 가장 강력하게 반대하고 있는 집단입니다. 실제로 YBA의 전시회 앞에서도 반대 시위를 벌이기도 하였고, 사실 이런 반대 시위를 통해서 유명세를 얻은 재미난 작가 그룹인데요. 이들의 더 큰 유명세는 빌리 차일디시가 이끄는 '스터키스트(Stuckist)'라는 회화 주의자 단체의 이름과 트레이시 에민과의 관계가 폭로되면서 얻어졌습니다. 과거 트레이시 에민과 빌리 차일디시가 연인이던 시절, 트레이시 에민은 빌리 차일디시에게 '집착하다(Stuck)'라는 단어를 많이 사용하며 회화에만 집착하는 빌리 차일디시와 많은 논쟁과 다툼을 벌였다고 하는데요. 이에 분한 빌리 차일디시가 이별 후 집착하는 사람들이라는 뜻의 '스터키스트(Stuckist)'를 만들고, 트레이시 에민이 주장하던 현대에서 가장 활발하게 이루어지는 개념미술에 대한 반대 시위를 시작해버린 것이죠. 그렇게 이 극단적으로 다른 두 그룹의 오묘한 관계는 사회적인 관심을 불러올 아주 재미난 이야기이었는데요. 결과적으로는 YBA와 스터키스트 모두가 큰 유명세를 얻으며 윈윈하는 오묘한 결과를 가져옵니다.


트레이시 에민을 조롱하는 내용이 담긴 빌리 차일디시의 대표 작품


이 그림은 빌리 차일디시의 대표적인 작품으로 뽑히는 그림인데요. 트레이시 에민의 대표 작품 '나의 침대'에 올려져 있는 트레이시 에민의 속옷을 비판하는 문구가 담겨있는 작품입니다. 한국적인 감성으로 바라보자면 '참 치졸하다...'싶을 정도로 집요한 과거 연인에 대한 공격인 것 같은데요. 결과적으로는 이런 행보들을 통해 사회적인 이슈를 만들어내면서 많은 관심과 명성을 만들어냈으니 서로 윈윈하는 작전이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이 '나와 함께 잤던 사람들 1963 ~ 1995'의 한 가지 안타까운 점은 작품이 보관되어 있던 수장고가 불이 나면서 작품이 소실되었다는 점인데요. 이런 논란의 중심에 서있는 작품이 이제는 사진으로 밖에 볼 수 없다는 점이 참 아쉬운 부분입니다. 과연 이들의 이런 행보들은 서로의 이슈를 만들기 위한 암묵적인 고차원의 마케팅이었을까요? 혹은 그저 치졸한 전 연인들의 흙탕물 싸움이었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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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념미술가 : 이동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