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크 퀸(Marc Quinn)의 셀프(Self)
- 방송/그 외 방송들
- 2015. 12. 21. 18:47
오늘의 TV 미술 이유식으로는 작품의 겉모습 만으로도 섬뜩한 느낌이 드는 작품을 하나 소개해드려볼까 합니다. 영국의 작가 '마크 퀸(Marc Quinn)'의 '셀프(Self)'라는 작품인데요. 작가 자신의 얼굴을 본떠서 만든 작품으로 사람의 몸과 자아에 대해서 연구한다는 마크 퀸의 의도가 아주 잘 나타나는 작품입니다. 거기다 자신의 얼굴을 본 떠놓은 틀을 채워 넣는 재료의 정체를 알고 나면 작품은 한껏 더 섬뜩한 느낌을 완성해버리죠.
왼쪽 위부터 차례대로 1991년, 1996년, 2001년, 2006년에 만들어진 '셀프(Self)' 시리즈
작품은 다름이 아니라 작가 본인의 피와 함께 제작이 되었습니다. 5개월간 뽑은 작가 본인의 피를 틀에 채워 넣어 굳히는 것으로 만들어낸 작가 본인의 얼굴인데요. 피를 굳혀서 만들었다는 특징 때문에, 작품은 항상 영하 5도를 유지해주는 냉동고 형태의 전시대와 함께 전시되어야 하는 독특한 작품이죠. 또 이 작품은 특이하게도 1991년부터 5년에 한 번씩 제작되는 시리즈 형태의 작품인데요. 무슨 이유에서인지 2006년부터는 더 이상 제작이 이루어지지 않고 있죠. 그 이유를 찾아보려고 많이 노력했지만, 결국 정보를 얻어낼 수가 없네요.
1991년에 제작된 셀프 시리즈의 첫번째 시리즈 작품
피로 만들었다는 것을 알고 봐서 그런 것인지 굉장히 섬뜩한 느낌으로 다가오는 이 시리즈 작품의 첫 번째 작품에는 재미난 이야기가 숨어있기도 한데요. 바로 작품이 녹아서 소실되었다는 한때 떠돌았던 루머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전시관 관리원이 실수로 전기 절약을 위해서 이 작품이 담긴 냉동고 코드가 포함된 코드를 뽑아놓고 퇴근하여 작품이 녹아내렸다는 루머였는데요. 한때 작품이 공개되지 않으며 루머가 거의 기정사실화 되고 있었지만, 2004년에 전시회를 통해서 작품을 공개하면서 소실되었다는 루머는 사실이 아닌 것으로 밝혀졌습니다. 하지만 이상하게도 루머에 휩싸였던 1991년의 셀프 작품을 살펴보면 뭔지 모르게 이곳저곳이 녹았다가 다시 냉동된 듯한 형상을 하고 있기도 합니다. 실제로 조금 녹았다가 얼려졌을 수도 있겠다는 말도 많은데, 한편으로는 광고 기획자이면서 세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컬렉터로 뽑히는 소유주 '찰스 사치'의 고도의 마케팅이 아니냐는 루머 또한 흘러나오고 있죠. 그 사실 관계들을 확인할 수는 없지만, 한 가지 확실한 사실은 이런 피로 만든 작품이 녹아내렸다는 황당한 루머는 작품의 명성을 한층 올려놨다는 사실입니다.
셀프 시리즈 중 2001년에 3번째로 제작된 작품
셀프의 또 한 가지 재미난 점은 2001년의 작품에 대한 부분인데요. 셀프 시리즈 중 3번째로 제작된 이 2001년 작품은 현재 한국인의 소유로서 한국에서 전시가 되고 있습니다. 아라리오 갤러리에서 이 작품을 억대의 가격과 함께 매입하는데 성공했고, 현재 현대 건축가 김수근 선생님의 공간 사옥을 매입하여 지난 2014년 9월에 개장한 갤러리에서 전시되고 있죠. YBA의 인기 작가 중 한 명이라고 할 수 있는 마크 퀸의 핵심적인 작품이 한국인의 소유로 한국에서 전시되고 있다는 점이 참 신기하기만 한데요. 피를 굳혀서 자신의 얼굴을 만들어냈다는 점부터 여러 가지 스토리들까지 여러 가지로 흥미로운 점들이 참 많은 작품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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