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술의 저작권에 대하여, 데미안 허스트(Damien Hirst)의 '찬가(Hymn)'
- 방송/그 외 방송들
- 2015. 12. 23. 14:17
이번 TV 미술 이유식으로는 데미안 허스트의 작품 '찬가'를 준비해보았습니다. 6미터의 거대한 크기를 가진 대형 작품으로 총 4점이 제작된 작품인데요. 데미안 허스트가 자신의 아들이 가지고 놀던 의료 교육용 장난감을 그대로 복사해서 만들어낸 작품입니다. 아들의 교육용 완구를 그대로 사용했다는 것이 데미안 허스트 특유의 재치를 느껴볼 수 있는 작품이죠.
사진처럼 6미터의 거대한 크기를 가지고 있는 이 작품은 병원에서 자주 본 친근한 모형과 거대함만으로도 눈길을 끌어내는 작품인데요. 그런 이유에서인지 이 작품을 발표한 2000년에는 뉴욕 가고시안 갤러리에서 진행한 개인전에서 12주간 10만 명의 관객을 동원하는 대기록을 세웁니다. 작품은 공개 직후 1점이 세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컬렉터 찰스 사치에서 약 17억 원(백만 파운드)에 판매가 되었고, 그 외 똑같이 제작된 3점도 모두 세계적인 컬렉터들에게 성공적으로 판매가 이루어졌죠.
이렇게 2000년은 데미안 허스트에게 성공적인 작품 판매와 10만 명의 관객 동원 등 좋은 일들이 겹치고 겹치던 한 해 였는데요. 이 작품을 위해 복사된 장난감을 제작한 장난감 회사의 저작권 소송이 시작되면서 데미안 허스트의 2000년은 좋은 일과 좋지 않은 일이 겹치는 다사다난한 해가 되어버립니다. 아들이 가지고 놀던 장난감을 그대로 본떠 크기만 키워서 작품을 제작했다는 점이 장난감 회사가 제기한 저작권적인 문제의 핵심이었는데요. 예술 작품에서는 무의식적으로 저작권을 신경 쓰지 않아도 된다고 생각하던 관례에 대해서 생각해보게 해주는 사건이었죠.
실제 장난감을 살펴보시면 데미안 허스트의 작품과 장난감이 정말 작은 차이 하나 없이 똑같은 모습을 보실 수 있는데요. 데미안 허스트 본인도 아들의 장난감을 본떠서 만든 작품이라고 말한 것이 사실이니, 저작권적인 부분에 문제가 있는 것은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었습니다. 하지만 '예술 작품은 저작권을 신경 쓰지 않아도 된다.'는 관례와 같은 사회적인 시선에서는 아주 흥미로운 사건이었죠. 결국 소송의 결과는 데미안 허스트가 정확히 밝혀지지 않은 합의금과 저작권료를 지급하는 것으로 사건은 일단락되었는데요. 어찌 보면 당연한 모습이지만, 앤디 워홀이 토마토 스프캔을 캔버스에 그대로 그려낸 것과 같이 많은 예술가들이 저작권을 신경 쓰지 않는 관례가 존재했던 예술계에서는 큰 변화와 같은 사건이었습니다. 미술 작품과 저작권이라는 붙어있자니 조금은 생소한 이 둘의 단어가 부딪치면서 나름대로 재미난 토론거리가 되기도 하였는데요. 의도치 않게 많은 부분들을 생각하게 해주는 사건이었죠.
또 한 가지 이 작품의 재미난 점은, 한국에서 이 작품을 감상할 수가 있다는 사실인데요. 아라리오 갤러리에서 총 4점이 제작된 이 작품 중 하나를 구매하는 것에 성공하였고, 천안에 위치한 본점에서 이 작품만을 위한 유리 전시관 설비를 따로 제작하여 전시하고 있다고 전해집니다. 미술계의 큰 사건을 제공한 이런 작품을 한국에서도 볼 수 있다는 사실이 한국인으로 느낄 수 있는 이 작품의 또 다른 재미이지 않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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