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술 이유식 17회, 러버덕(Rubber Duck)

이번 미술 이유식의 17회에서는 한국 석촌호수에 전시되었던 '러버덕(Rubber duck)'에 대해서 이야기해보았습니다. 당시 아주 큰 이슈를 끌었던 보기 드문 미술 작품이었는데요. 네이트, 네이버와 같은 포털 사이트의 메인 페이지에서 미술 작품에 대한 긍정적인 기사를 볼 수 있다는 것이 참 신기하고 반가운 일이었습니다. 물론 아직은 많은 분들이 '러버덕'이라는 공공미술 작품을 미술보다는 작은 이벤트 행사로 바라보시는 부분은 개인적으로 조금 아쉽게 느껴지는 부분이었죠.


당시 러버덕에 대한 기사와 댓글들을 살펴보다 보면, 이 작품 설치를 후원한 '롯데'에 대한 비판과 함께 이 작품을 상업적이라고 비판을 보내는 댓글들을 심심치 않게 발견할 수 있었는데요. 제 2 롯데월드의 좋지 않은 여론으로 인한 것일지는 모르겠지만, 개인적으로는 돈과 미술에 대한 일반 대중 분들의 시선을 조금은 읽어볼 수 있는 시간이었던 것 같습니다. 이런 부분을 이야기하면서 '헝그리 정신'이라는 말부터 본격적인 이야기가 시작되었던 것 같은데요. '러버덕'이라는 주제를 이야기하면서 '돈과 미술'이라는 어울리지 않을 듯한 주제가 재미있게 등장했던 것 같습니다. 사실 '헝그리 정신'이라는 말은 한국에서만 존재하는 말이라는 것을 발견했는데요. 현재 공부하고 있는 영국의 학교에서 중국, 영국을 비롯한 여러 나라의 학생들에게 한국에 존재하는 '헝그리 정신'에 대한 부분을 물어보았을 때, '뭐 그런 말도 안 되는 생각이 있냐.'는 반응을 들을 수 있었습니다. 상업을 지향하지 않는 미술을 하는 것으로 배고픔이 좋은 예술을 만들 수 있다니, 조금 냉정하게 생각해보자면 말이 안 되는 사실이라는 것을 쉽게 알아챌 수 있는데요. 사실 높은 가치를 평가받는 많은 대가들의 작품이 고가의 거래가 되고 있으니 말이죠. 높은 가격만큼 이익을 많이 남길 수 있는 상업적인 작품은 없지 않을까요. 작가 자신에게 상업적 이익이 없다고 할 수 있는 사망한 작가들의 작품이 더 높은 가격을 받을 수 있는 것이 사실이지만, 현재 생존해 있는 대가들도 높은 가격으로 많은 상업적 이익을 얻고 있는 것이 사실이죠.


물론 많은 미학서들에게 창작에는 예술가들의 고통(Pain)이 수반된다고 말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 고통은 배고픔보다는 작품을 만드는 과정에서의 생각의 고통 혹은 자신의 생각에 대한 자각과 고백, 고해들 통해서 나타나는 정신적인 고통과 오랫동안의 작품 제작을 통한 장인적인 기술에 중점을 두는 경우가 많은데요. 사실 작품을 위한 더 많은 생각과 더 많은 훈련을 위해서는 경제적인 풍요로움이 존재해야 하는 것은 당연한 사실이자 현실인 것 같습니다. 그래서 저는 개인적으로 경제적인 풍요로움은 더더욱 자유로운 미술을 만든다고 생각합니다. 돈이 없어 누군가의 후원 없이 작품을 만들 수 없는 예술가들과 경제적인 풍요로움으로 진행하고 싶은 작품을 마음껏 진행할 수 있는 작가 중 누가 더 자유로운 작품 활동을 할 수 있는지는 사실 쉽게 답이 나오는 질문이죠. 올바른 예 인지는 모르겠으나, '배고픔이 웃기는 것에 도움이 되는가?'를 질문하며 무한도전이 도전한 원주민 특집이 그 모습을 잘 보여주는 것 같습니다. 당시 아무것도 먹지 못 한 무한도전 멤버들이 오직 배고픔을 위해서 움직였던 것처럼, 사람이 배가 고프면 일단 배를 채우기 위한 행동을 하는 것이 인간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드네요. 물론 가끔 재료가 부족한 환경이 더 좋은 미술을 만들기도 하지만, 역시 풍요로움만큼 자신이 원하는 다양하고 자유로운 미술을 할 수 있는 예술가의 환경은 없는 것 같습니다.


러버덕을 이야기하다가 어울리는 듯 어울리지 않는 듯 독특한 주제로 빠져든 것 같은데요. 역시 돈과 미술이라는 주제는 메인 주제를 잠시 잊고 이야기에 빠져들 만큼 예술계에서는 절대 식지 않는 뜨거운 주제인 것 같습니다. 조금 많이 삼천포로 빠진듯한 회차였지만, 재미있게 이야기해본 한 회였던 것 같네요. 감사합니다.




(이 글은 2014년 10월 17일 네이버 블로그에 최초 작성되었던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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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념미술가 : 이동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