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술 이유식 16회, 미술 이야기하는 법

이번 16회의 미술 이유식에서는 '미술 이야기하는 법'이라는 주제를 가지고 이야기를 나눠보았습니다. 예술의 영역에 대해서 이야기를 나누다 보면 개개인의 취향과 기호의 차이로 인해서 대화의 혼란이 빚어질 때가 굉장히 많은 것 같은데요. 결국은 서로의 취향과 기호의 차이를 인정하면서 대화를 나누는 것이 가장 이상적인 대화의 조건이라고 할 수 있겠죠. 물론 서로의 의견에 대한 존중은 사실 단연 미술만이 아니라 모든 대화의 기본적으로 지켜야 하는 예의일지도 모르겠습니다. 어쨌든 다시 미술 이야기로 돌아와서, 저는 개인적으로 미술 안에서는 크게 두 가지의 기호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바로 논리적인 미술과 비논리적인 미술을 좋아하는 취향의 차이라고 할 수 있을 것 같은데요. 비논리적이라는 말의 어감이 조금은 부정적인 느낌이 있지만 그런 뜻은 전혀 아니고, 작품 뒤에 숨겨져있는 역사적인 부분이나 작가의 생각적인 부분을 좋아하는 것이 논리적인 미술이라면, 그림의 색감이나 느낌처럼 감성적인 부분을 좋아하는 것은 비논리적인 미술이라는 하나의 정의일 뿐이죠. 논리와 비논리라는 어감이 워낙 긍정적인 어감과 부정적인 어감을 반대되게 가진 듯한 단어들인지라 의도치 않은 오해를 불러올 수 있지만, 이런 편견을 제외하고 바라보자면 논리(Logical)와 비논리(ILLogical)라는 단어가 그 뜻을 아주 잘 설명하고 있어서 오해를 불러일으킬 약간의 위험을 감수하며 초반 이야기를 나눠보았습니다.


결국 논리가 되었던 비논리가 되었든, 사람들은 개인의 기호에 따라서 작품을 좋아하는 것이 사실인데요. 의외로 일반인들 사이에서는 서로의 취향을 존중하며 이야기를 나누는 모습을 갤러리나 박물관에서 심심치 않게 본 듯합니다. 하지만 이런 일반인들 사이에 미술을 전공한 이들과 같은 예술 분야의 전문가가 한 명이라도 존재하고 자신의 취향을 절대적인 기준으로 어필하기 시작하면 서로의 취향을 존중하는 대화는 굉장히 힘들어지기 시작하죠. 예술을 전공하여 그 분야에 배경지식이 많은 전문가들의 말은 갤러리나 박물관 안에서 더 많은 영향력을 가지게 되는 것이 당연합니다. 일반 관객의 입장에서도 전문가가 들려주는 작품의 배경적인 역사나 작가의 의도 등을 듣는다는 것은 흥미로운 일이겠죠. 하지만, 전문가가 작품에 대한 배경 지식들을 이야기하며 '이러이러하기에 이 작품은 좋은 작품이고 당신은 이 작품을 좋아해야만 한다.'라는 취향의 강요가 시작된다면 일반 관객으로서는 혼란이 시작됩니다. 작품 이야기를 듣는 것은 재미있지만, 작품이 개인의 취향은 아닐 때가 존재하니 말이죠. 전문가가 좋은 작품이라고 말하고 좋아해야 한다고 말하니 이 작품을 좋아해야 교양 있는 사람이 될 수 있을 것 같으나, 사실 그림이 개인의 취향이 아니니 혼란이 일어날 수밖에 없습니다. 작품이 미학적으로 대단하든, 역사적으로 대단하든, 색감적으로 대단하든 결국 본인의 취향을 만족시키는 작품이 아니니 말이죠. 



(이 글은 2014년 10월 20일 네이버 블로그에 최초 작성되었던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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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념미술가 : 이동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