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대를 앞선 제프 월의 실험, 죽은 병사들의 대화

오늘의 TV 미술 이유식에서는 사진 작품 '죽은 병사들의 대화'에 대해서 이야기해보았습니다. 이 작품은 사진의 거장이라고 불리는 작가 '제프 월'의 작품인데요. 사실 작품은 '거장의 사진'이라는 타이틀과는 어울리지 않게 조금 시시한 겉모습을 가지고 있기도 합니다. 하지만 작품의 숨겨진 제작 과정을 알고 나면 시대를 앞서나가며 사진이라는 매체의 가능성을 보여준 굉장히 실험적인 작품이라는 사실을 깨달을 수 있는 흥미로운 작품이기도 하죠.


제프 월(Jeff Wall)의 작품 죽은 병사들의 대화(Dead Troops talk) (1992)


작품은 이렇게 지금 보고 있자면 아주 흔하디 흔한 전쟁 컨셉의 사진입니다. 현실성이 대단하게도 뛰어난 현대의 사진들과 비교하자면 바닥에 피 한 방울 떨어져 있지 않은 아주 허술한 점이 많은 전쟁 컨셉의 사진이라고 할 수 있는데요. 이런 어색함이 존재하는 사진을 흥미롭게 만들어주는 사실은 바로 사진 안의 인물들이 각각 따로 촬영된 후 함께 있는 것처럼 합성이 되었다는 사실입니다. 사실 이 모두 따로 촬영되어 합성이 되었다는 사실조차도 이제는 '그래서 뭐 어쩌라고'라는 반응이 나올 수 있을 만큼 '합성'이라는 사진 기술은 아주 흔하디 흔한 기술이 되었는데요. 당시는 포토샵이 개발된 1988년에서 겨우 4년이 채 지나지 않은 1992년으로 당시로서는 아주 흥미롭게 느껴질 수밖에 없는 새로운 시도였습니다. 조금 다른 방식으로 설명하자면, 오직 존재하는 현실을 재현하는 도구로서만 사용되는 카메라라는 기계를 현실을 찍고 합성하는 것으로 새로운 사진을 창조해내는 카메라라는 기계가 가진 역할에 큰 변화를 가져올 수 있는 실험이었죠. 카메라를 그저 현실을 재현하는 사진을 찍는 기계에서 현실만이 아닌 새로운 이미지를 만들어내는 예술의 영역으로 끌어들이는 계기를 제공한 실험이었다고 할 수 있을까요.


어쩌면 이 한 장의 사진은 원하는 한 장의 사진을 위해 일 년에 걸쳐 수 백 번에 시도를 하기도 하는 '제프 월'의 사진에 대한 집념이 느껴지는 또 다른 작품인 것 같은데요. 사진을 찍고 합성을 하는 행위가 지금은 굉장히 쉽게 떠올리고 시도할 수 있는 영역의 행위가 되었지만, 디지털 카메라 조차도 존재하지 않던 당시 굳이 필름 한 장 한 장을 따로 소모하며 만들어낸 사진 여러 장을 합성하며 만들어낸 한 장의 사진은 굉장히 불필요해 보일 수 있는 실험이기도 했으니 말이죠. 하지만 어쩌면 그의 이런 불필요해 보이는 시도들이 있었기에 다양한 이미지를 창조하는 것이 가능한 현재의 사진 기술들이 있을 수 있었던 것이지 않은가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합니다.


제프 월(Jeff Wal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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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념미술가 : 이동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