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의 거장 제프 월, 갑자기 불어온 바람

이번 TV 미술 이유식은 지난 시간에 이어 다시 한 번 제프 월의 작품에 대한 이야기를 해보았습니다. '갑자기 불어온 바람'이라는 제목을 가진 사진 작품으로 개인적으로는 '참 예쁘다.'는 생각이 드는 사진인데요. 한 장의 사진을 위해서 참으로 긴 시간의 노력이 들어간 사진으로 제프 월의 사진에 대한 애정과 집념을 느껴볼 수 있는 사진이기도 합니다.


제프 월(Jeff Wall)의 갑자기 불어온 바람(A Sudden Gust of Wind) (1993)


예지리 스테이션(Yejiri Station) (1832)


이 '갑자기 불어온 바람'이라는 사진은 1832년경에 그려진 것으로 추정되는 일본의 민속화 '예지리 스테이션'의 구도를 이용한 작품인데요. 그림을 재현하기 위해 배우들과 함께 무려 1년이 넘는 시간 동안 백여 번이 넘는 시도 끝에 얻어진 결과물이라고 전해집니다. 오직 한 장의 사진을 위해 1년이 넘는 시간 동안 백 회 이상의 촬영을 시도했다는 사실 자체가 제프 월의 사진에 대한 집념을 느껴볼 수 있게 해주는 작품인데요. 또 다른 면으로는 한 장의 사진을 위해 배우를 고용하며 사진을 연출했다는 점도 독특한 특징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사실 지금은 모델을 카메라 앞에 세워두고 연출을 하는 사진은 흔하디 흔한 방법이지만 당시의 카메라라는 존재는 그저 눈앞에 펼쳐지는 실제의 상황만을 찍는 기계로서 인식되던 시기였는데요이런 사진 역사의 시작점과 같은 시기에서 배우와 함께 연출을 통해서 찍는 제프 월의 사진은 오직 현실을 찍어내는 기계였던 카메라를 새로운 이미지를 만들어내는 기계로서의 가능성을 보여주는 시도이기도 했습니다. 지난번 소개해드린 제프 월의 또 다른 사진 '죽은 병사들의 대화'에서 합성이라는 사진 기술을 사용했던 것과는 조금 다른 부분으로 카메라를 창조의 영역으로 끌고 들어왔다고 할 수 있을까요. 


이처럼 지금은 너무나 보편적인 행위가 되어버린 배우와의 연출을 하는 행위는 사진사가 그저 현실의 순간을 찍어내는 사람에서 가상의 현실을 만들어내는 사람으로 바꿔놓는 큰 계기가 되었던 것이죠. 물론 사진을 그저 현실 재현하는 기계가 아닌 원하는 이미지를 만들어내는 창조의 영역으로 끌어들이기 위해 제프 월이 모델과 함께 연출을 통한 사진을 찍었는지는 알 수 없습니다. 하지만 어쩌면 오직 한 장의 사진을 위해 백 번이 넘는 시도를 하는 이런 제프 월의 사진에 대한 집념과 관심이 이와 같은 거대한 변화를 이끌어낸 원동력이지는 않았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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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념미술가 : 이동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