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토페인팅(Photopainting)
- 본업은 개념미술/작품의 과정
- 2018. 1. 31. 01:31
오늘은 장난과 실험의 성격을 가졌던 '8 페인팅 시리즈'를 지나 조금은 진지한 마음으로 제작했던 2015년도 작품을 소개해드려볼까 합니다. '포토페인팅(Photopainting)'이라는 제목을 가진 작품인데요. '포토페인팅'라는 이름처럼 앞서 소개해드린 작품들과 비슷하게 '그림'이라 주장하고 있지만 실제로는 그림이 아닌 매체를 사용하고 있는 작품입니다.
포토페인팅(Photopainting) 시리즈
위의 사진들이 제가 포토페인팅이라 부르는 작품의 이미지인데요. 작품의 제작 과정은 아주 간단합니다. 간단하게 집에 있는 물건들을 모아 하얗게 칠하고 배치 한 후 그 모습을 사진기로 찍어, 포토샵과 함께 오일 페인팅 효과를 넣어준 것인데요. '포토페인팅'이라는 제목처럼 작품을 그림이라 주장하고 있지만 결국 기술적으로는 사진 매체에 불과한 작품입니다. 이전에는 전혀 그림 같지 않은 이미지를 가진 작품들을 그림이라 부르는 아이러니함을 이용한 작품이었다면 이 작품은 마치 그림처럼 보이는 사진을 만들고는 그림이라 부르며 눈속임을 사용하는 속임수를 이용한 작품인 것이죠. 포토샵의 오일 페인팅 효과라는 필터가 큰 몫을 한 작품인데요. 개인적으로는 작품의 개념도 개념이지만 이미지 자체가 마음에 드는 작품이기도 합니다.
사실 이 작품은 대학 학부 시절 제작한 작품으로 필수 과제로 작은 전시회를 진행해야 했던 시기였는데요. 당시 과제로 진행하는 전시회를 위해 이 작품을 전시하기로 마음먹고는 이 작품을 어떻게 전시해야 할지에 대해 고민이 많았습니다. 데이터로만 존재하는 디지털 이미지이다 보니 이것을 어떻게 사람들에게 보여줄지가 가장 큰 고민이었죠.
컴퓨터 모니터 등 디지털 이미지를 보여주는 식상한 수단인 디스플레이 기기를 통해 전시하자니 너무 식상하고 종이에 프린트를 하자니 여전히 식상한 느낌이 존재했습니다. 그래서 결정 내린 방법이 바로 유화인 척을 하는 이미지이니 캔버스에 프린트를 하여 전시하자는 것이었는데요. 캔버스에 프린트하고 나니 생각보다 더 유화같이 보이는 모습에 개인적으로는 만족을 했었던 기억이 납니다.
4장의 결과물로 나왔던 포토페인팅 중 캔버스에 실제로 프린팅을 했었던 이미지
사실 과제로서 억지로 진행되었던 부분도 있고 협력이 중요한 그룹전이기에 제 개인적인 의견이 많이 반영되기가 어려웠던 부분 등 조금은 부끄러운 마음에 당시 전시 사진을 공개해드리지는 못하게 되었는데요. 그저 글로 당시 작품을 조금 더 설명해드리자면, 약 1미터 크기에 캔버스에 위 그림을 프린트하고는 나머지 사진들을 일반 A4 용지, 천, OHP 필름 등에 5백여 장 정도를 프린트하여 캔버스 작품을 중심으로 마구 뿌려놓았었습니다. 캔버스 위에 프린트해놓으니 영락없이 유화로 보이던 작품이 사실은 그저 이처럼 마구 프린트해낼 수 있는 디지털 이미지에 불과하다는 사실을 암시했던 것이기도 한데요. 이 작품의 특징은 다음으로 등장하는 작품에 큰 영향을 주기도 했습니다. 사실 아주 약간의 변화를 주었을 뿐 그 기반이 거의 비슷한 작품이기도 하죠.
이 ‘포토페인팅(Photopainting)’이라는 작품은 그 시각적인 이미지가 마음에 들어 앞으로 ‘취미는 시각미술’이라는 프로젝트 형태로 이어가보면 어떨까 하는 생각을 가지고 있습니다. 혹은 포토페인팅이라는 사진인지 그림인지 모르겠는 매체의 모호함을 이용한 시각미술들을 취미로 쭉 이어가 볼까 하는데요. 그림이나 사진이나 결국 눈으로 보는 시각적인 이미지에 불과하다는 개인적인 생각을 녹여내보면서도, 가끔은 작품에 개념을 불어넣기 위해 노력하는 피곤한 본업의 개념미술을 하려는 시도에서 벗어나 그저 제 눈을 즐겁게 해주는 이미지들을 만들며 취미의 느낌으로 스트레스를 풀어볼 수 있는 기회가 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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