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생에서 탄생으로(Births)


이 작품은 2013년 7월에 제작했던 '탄생에서 탄생으로(Births)'라는 작품입니다. 우연히 지원하게 된 작가 오디션의 과제를 통해서 제작한 작품으로 '보편적인 사랑'이라는 주제를 받고 2주간의 제작기간 동안 만든 작품이죠. 사실 작품을 위한 명확한 주제를 준다는 사실과 어처구니 없이 짧은 기간에 놀라기도 했고 '이게 진정 내 미술인가'하는 의문도 들었던 작업이지만, 부끄럽게도 신인 작가라는 힘없는 신분에 말없이 작업을 진행했던 기억이 납니다. 지금 생각하자면 조금은 개인적인 신념에 어긋나는 부분이 많지만 전시 공간을 이용해 볼 수 있다는 좋은 기회에 나름대로 열심히 작업했었죠.


비록 누군가에게서 조금은 강제로 주어진 주제였지만, 최대한 제가 평소에 이끌어나갔던 주제들과 연결하며 작업하기 위해 노력했었는데요. 나름대로 오픈된 주제라고 생각하며 최대한 제가 평소에 다루는 주제들과의 연결성들을 찾으며 작업을 이어나간 결과, 생각지도 않게 괜찮은 작품들이 나왔던 것 같습니다. 비록 '이 작품을 왜 만드는가'에 대한 답은 완전히 얻을 수 없었지만, 작품 자체는 나름대로 만족스러운 모습이었죠.


탄생에서 탄생으로(Births)


가장 처음 '보편적인 사랑'이라는 주제를 받고는 일단 사람의 낭만적이고 아름다운 사랑 같은 것들은 다루고 싶지 않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저 사랑이라는 것이 왜 시작되었는지에 대해서만 집중했었던 것 같은데요. 그 결과는 의외로 아주 간단하게 나왔습니다. 탄생을 위해서 죽음을 맞이하고 또 다른 탄생이 이어지고 죽음과 탄생이 반복된다는 결과적인 생각이었죠. 세상에 모든 동물, 식물과 같은 생물들도 태어나고 죽음을 맞이할 뿐이라는 생각이었는데요. 조금 더 큰 개체로는 우리가 살고 있는 이 지구와 우주조차도 태어난 순간이 있었고 언젠가는 사라질 때가 있다는 점이었습니다. 개인적으로는 종교를 믿지는 않지만, 종교적인 부분들에 관심이 많아 과거에 살펴본 각종 종교 성서들에서는 대부분의 신들이 어둠 속에서 빛을 만드는 것으로 세상을 창조했다고 말하고 있죠. 이처럼 종교적인 세상에서도 그 시작이 있으니, 우리가 직접 바라보는 현실적인 세상에서의 죽음과 탄생들은 결국 모두 새로운 탄생을 향한다는 결론을 내려버립니다. 같은 말을 반복하며 말을 복잡하게 만들고 있는 것 같은데, 결론은 사랑은 그저 과거의 탄생과 새로운 탄생의 과정일 뿐이라는 생각이었죠.



그래서 이 프로젝트의 제목을 '탄생에서 탄생으로(Births)'라고 지어버리고는 작품들을 만들기 시작하는데요. 사실 2주의 짧은 시간으로 인해서 1주일 만에 생각을 끝내고 정확히 1주일 만에 작품 제작을 끝마쳐버립니다. 영국에서 작업하던 당시에는 주로 이렇게 생각이 정리되고 나면 학교 쓰레기장 등을 돌아다니며 정리된 생각을 표현할 물건들을 찾아보고는 하는데요. 당시는 한국에 있었던 시기여서 남대문 시장을 방문합니다. 그리고 우연히 어린이 장난감을 파는 가게에서 이 피규어들을 발견하고는 당시 가진 돈 모두를 털어 재료를 구입하는데 성공하죠. 약 10만 원어치였던 기억이 나는데, 그런 피규어들을 가져다 검은색으로 칠하고는 배치해 놓은 작품이 바로 이 '탄생에서 탄생으로(Births)'라는 작품입니다. 세상 모든 것들이 결국 돌고 돌면서 탄생하고 죽고 탄생할 뿐이라는 최종적인 생각을 표현해본 것이죠.


영상작품 '탄생에서 탄생으로(Births)


그리고 어둠에서 빛을 만드는 것으로 세상을 창조했다고 말하는 많은 종교적인 서적들의 아이디어를 가져와서 만들어온 영상 작품이 바로 이 또 다른 '탄생에서 탄생으로(Births)'입니다. 당시 위의 설치 작품과 이 영상 작품을 함께 전시하면서 발표를 진행했었는데요. 흰색이 동그라미들이 옮겨 다니며 커지고 작아지고 검은색으로 소멸하기도 하는 탄생과 죽음의 과정을 표현한 작품입니다. 설치미술과 영상작품이 겉모습은 많이 다르지만 같은 탄생과 죽음이라는 보편적인 사랑에 대한 같은 개념을 가지고 있는 작품들이죠.


사실 짧은 준비기간으로 많은 생각을 이어가지 못 해서, 순수미술이라기보다는 디자인에 가까운 간결한 과정을 보여주는 작품이라고 할 수 있을 것 같은데요. 오디션의 결과도 준우승전까지 올라가는 순수미술을 시작하기로 마음먹은 지 8개월이 채 되지 않은 핏덩이 같은 신인으로서는 좋은 결과를 얻은 것 같습니다. 짧은 시간이었지만, 재미난 작품이 나온 것 같지 않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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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념미술가 : 이동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