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 페인팅 시리즈

일러스트 : 페인팅 '8'

 

오늘은 2015년 경에 제작했던 작은 시리즈 작품을 설명해드려볼까 합니다. 2015년은 영국에서 학부를 시작한 학사 2학년 시절이었는데요. 사실 이 시리즈는 학교 과제의 일부로서 정기적으로 작품을 제출해야 하는 기간을 지키기 위해 당시 구상 중이지만 완성되지 못한 개념 중 일부를 이용하여 약간의 실험을 곁들인, 조금은 떠밀리듯 만들어진 느낌과 함께 만들어낸 작품이었던 기억이 납니다. 만들어내야 한다는 압박과 함께 조금은 억지로 만들어낸 작품이기도 하지만 가끔은 이런 환경적인 압박이 압박이 없었다면 나타나지 않았을 작품을 만들어내기도 하는 것 같네요.

 

 

이 시리즈는 기본적으로 지난번 '무엇이 그림이고, 무엇이 예술 작품이냐?'라는 질문과 함께 만들었던 지난 '페인팅' 작품들의 개념적인 부분들을 많이 가져온 시리즈라고 할 수 있습니다. 기본적으로 8이 그려져 있는 캔버스를 형상화하여 이 일러스트를 '페인팅 8'이라 부르고 있다는 점이 일러스트 작품을 페인팅이라 읽고 또 인지하게 만들어내고 있는데요. '무엇이 그림이고, 무엇이 예술 작품이냐?'라는 질문에 '작품이란 그저 시각적인 이미지이자 눈으로 보는 것에 불과하고 그림은 이를 편리하게 나누기 위해 만들어낸 하나의 매체이자 개념일 뿐이다.'라는 식으로 대답했던 지난 작품의 개념과 의도가 다분하게 들어있다고 할 수 있습니다. 작은 캔버스 위에 일러스트 페인팅 8을 프린트하여 붙여놓은 이 작품이 매체의 경계에 대한 제 생각을 간단하게 잘 보여주고 있기도 하죠.

 

사실 지난번 작품들의 다음 작품들을 구상하다 아직 완성되지 못한 개념들을 학교 평가 기간을 위해 만들어낸 작품이니 당연한 것이기도 한데요. 어찌 보면 지난 작품들의 다음 단계라고도 할 수 있지만 개인적으로는 왠지 다음 작품이 나오기 전에 나타난 '외전' 형태의 시리즈이지 않은가 하는 느낌의 생각이 많이 듭니다.

 

8 무빙 페인팅 ( 8 Moving painting )


예술 작품과 페인팅이란 무엇인지를 대답하는 질문에 과감히 '내가 페인팅이라 부르는 것이 페인팅이다.'라고 대답하는 듯한 조금은 무겁고 공격적으로 보일 수 있는 개념을 가볍게 만들기 위한 것인지 혹은 제 작품들에서 나오는 성향인지는 모르겠지만 이 시리즈 작품에는 유머적인 요소가 상당히 많이 들어있는데요. 그런 부분을 가장 잘 보여주는 것이 바로 이 '8 무빙 페인팅'이라는 작품입니다.

 

지난 작품에서 나왔던 '움직이는 그림'의 형식을 거의 그대로 가져온 작품이기도 한데요. '페인팅 8'이라 불리는 숫자 8이 캔버스에 그려진 듯한 일러스트들이 반복적으로 늘어나고 돌아다니다 사라지는 것을 반복하고 있습니다. 사실 이 작품의 핵심은 제목에 담긴 여러 가지 말장난에 있는데요. '8 무빙 페인팅'이라는 제목은 8개의 페인팅이라는 뜻도 되면서 8이 그려져있는 그림으로도 해석이 될 수 있습니다. 이로써 관객은 작품을 볼 때 8 무빙 페인팅이라는 작품의 제목이 8개의 그림을 뜻하는 것인지 혹은 8이 그려져 있는 그림들을 뜻하는 것인지를 해석해야만 하는데요. 사실 이 부분에 대한 답은 간단하게도 영상 작품에 등장하는 일러스트의 갯수가 7개에 불과하다는 힌트와 함께 풀릴 수 있습니다. 그렇지만 그 갯수를 세어보기 전까지 관객은 숫자 8보다는 무한을 상징하는 기호()의 모습과 유사한 페인팅이 과연 숫자 8이 맞는지도 헷갈리게 하면서 쓸데없이 사람을 상당히 귀찮게 하는 작품이죠.

 

그런데 이 과정에서 관객들은 자연스럽게도 '8 무빙 페인팅'이라는 이 작품과 '페인팅 8'이라는 일러스트가 페인팅이 맞는지 아닌지와 같은 어려운 질문을 잊고 이를 페인팅이라 읽고, 인지하고, 생각하고 있지 않나 하는 생각이 듭니다. 이와 같은 의도를 통해 매체를 나누는 페인팅과 같은 매체의 정의는 작품을 바라볼 때 그리 중요하지 않다는 사실을 말해보고 있다고도 할 수 있는데요. 이 작품을 페인팅인지 아닌지를 고민하든 8 무빙 페인팅이 영상 일러스트의 갯수를 뜻하는 것인지 모양을 뜻하는 것인지를 고민하든 그저 작품을 통해 관객만의 개인적인 생각을 일깨웠으면 하는 개인적인 바람이 들어있는 것 같습니다. 사실 작품을 만든 저조차도 작품을 만들며 끝내지 못한 고민이 많아 '~하는 것 같다.'라는 어조를 많이 사용하는 것 같은데요. 많은 것을 관객에게 맡겨버리는 무책임한 느낌이면서도 작품의 일부를 관객이 자유롭게 정의하기를 바라는 개인적인 의도가 이렇게 글로도 표현되는 것이지 않나 하는 생각도 듭니다.

 

또 이 작품을 만들며 '8 무빙 페인팅 ( 8 무빙 페인팅 )'이라는 작품의 제목을 어떻게 한국어로 번역할 것인지 또한 상당한 고민거리였는데요. 8 무빙 페인팅은 영어로는 상당히 자연스럽게 8개의 움직이는 그림 혹은 8이 그려진 그림이라는 의미를 만들어내는 것에 반해 8 움직이는 그림은 한국어에서는 상당히 부자연스러운 느낌의 단어가 되어버리는 재미난 현상이 존재했죠. 이런 부자연스러움을 없애기 위해서는 '8개의 움직이는 그림' 혹은 '8이 그려진 움직이는 그림'이라 번역을 하자니 관객이 헷갈려야 하는 부분을 정의해놓아야만 하는 모습이 연출되어버려 결국 한국어 제목도 '8 무빙 페인팅'이라 부르기로 결정한 뒷이야기가 있었습니다. 언어라는 것이 참 그 사용에 따라 재미있는 효과가 많이 나타나는 것 같다는 부분을 체험한 해프닝이었죠.

 

이 작품이 벌써 2년 전에 만든 작품이라니 한국에 돌아와 잠시 작품을 구상만 할 뿐 제작을 하지 않고 있는 현재로서는 많은 생각이 드는 것 같은데요. 조만간 에세이와 방송 이외에도 다시 작품 제작을 시작하여 보여드릴 수 있도록 슬슬 준비를 해봐야 할 것 같습니다. 그전에 아직 정리하지 못한 이전 작품에 대한 이야기도 얼른 끝내도록 노력해야겠네요. 조금 더 역동적으로 많은 모습 보여드릴 수 있도록 노력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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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념미술가 : 이동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