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념미술가 이동준 (2) 개념미술가 (드레)
- 방송/새라 미술 이유식
- 2018. 6. 29. 16:19
* 아래는 라디오의 내용을 문어체로 한 번 더 편집한 글 입니다. *
안녕하세요, 새라 미술 이유식을 진행하고 있는 개념미술가 이동준입니다. 제목을 '개념미술가 이동준’이라고 달아놓고는 시작 인사를 드리며 제 이름을 말하는 것이 오늘따라 정말 부끄러운 것 같은데요. 부끄러움을 애써 감추며 ‘개념미술가’라는 저 자신을 표현하는 호칭에 관해 이야기해보는 시간을 가져보도록 하겠습니다.
제가 저 자신을 개념미술가라고 부르는 것은 사실 간단하게 개념미술이 제가 생각하는 미술의 역할을 수행하는 것에 가장 탁월하게 어울리기 때문인데요. 지난 편에서 말씀드렸던 제가 생각하는 미술의 역할에 대해 한 번 더 말씀드리며 이야기를 이어 가보면 좋을 것 같습니다. 제가 생각하는 미술의 역할이란 일상을 바쁘게 사는 관객들을 대신하여 생각하고 이를 작품으로 혹은 전시회로서 내놓는 것으로 작품을 보러온 관객들이 바빠서 생각해보지 못했던 것들을 생각해보게 만드는 생각의 촉매제 역할이라고 생각하고 있는데요. 이와 같은 역할을 수행하기에 가장 이상적인 형태의 미술이 바로 개념미술이라고 생각하고 있죠.
개념미술이란 어쩌면 현시대의 다양성을 보여주는 증거물이기도 한데요. 미술의 개념이라는 것은 사실 상당히 오래전부터 미술과 함께 해왔습니다. 사실 미술에는 늘 스토리라는 것이 존재해 왔으니 말이죠. 다만, 과거 미술의 개념이란 종교, 정치적인 스토리가 개념의 전부였다는 차이가 있는데요. 과거에는 한 나라의 특정 신화, 종교 혹은 왕의 이야기 등 한 시대에 오직 하나의 개념만이 미술을 위한 개념으로 존재하는 특징이 있었던 것이죠. 과거 미술에서의 특정 신화, 종교, 왕의 이야기 등은 미술을 위한 개념으로써 받아들여 지기 보다는 당시의 미술 그 자체로서 받아들여졌다는 것이 현시대 미술의 개념들과 과거 미술의 개념이 가진 차이점이기도 합니다.
이러한 시선을 조금 더 풀어보면, 현시대의 개념미술에서 이용되고 있는 다양한 주제와 이야기 등의 개념들은 과거 한 시대의 미술을 책임지고 있던 신화, 종교, 왕의 탄생사 등의 개념과 같은 위치에서 어깨를 나란히 하고 있다는 것인데요. 이렇듯 미술의 개념이 다양해지기 시작하자 사람들은 미술의 개념 자체보다는 미술에 담겨있는 개념들의 다양성을 보기 시작한 것이죠. 혹은 그러한 개념들이 다양할 수 있다는 사실을 확인한 것일 수도 있습니다.
물론 의도적이었든, 의도적이지 않았든 이와 같은 개념의 다양성은 대중이 만들어낸 자유의 산물이라고 생각하고 있기도 한데요. 종교, 신화, 왕의 탄생사와 같은 극소수의 개념만이 유일하게 미술에 존재했다는 사실은 당시 시대를 지배했던 계급이 종교적이었고, 신화적이었고, 왕이었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이었다면 다양한 개념이 존재하는 현대의 미술은 다양성을 가진 대중이 시대를 지배하고 있다는 사실을 보여주는 것처럼 말이죠.
하나의 개념이 집중된 종교미술, 신화가 담긴 미술, 왕의 초상화, 귀족의 초상화만이 한 시대의 미술로서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대중의 다양한 취향이 가미되어 다양한 개념의 존재가 특징인 개념미술이 존재하는 것이 우리가 사는 현시대의 미술이라고 할 수 있을까요.
사실 개념미술이라는 이 개념 자체가 현재까지도 활발하게 생성되고 있으면서도 아직은 확실한 의미가 정립되지 않은 미술 분야인지라 상당히 혼란스러운 시기에 있는 것도 사실입니다. 이로 인해 이 회차에서 언급되는 개념미술에 대한 이야기들은 개념미술에 대한 제 개인적인 가치관이 듬뿍 담긴 이야기들이기도 하니까요. 일부분 다양한 의견들과 다른 부분이 있을 수 있다는 생각과 함께 편안하게 들어주셔도 좋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앞서 말씀드린 부분은 역사적인 변화들을 통해 분석해본 개념미술이었다면, 이제부터는 정말 제 개인적인 의견이 듬뿍 담긴 개념미술에 대한 의견인데요. 제가 생각하는 개념미술이란 기본적으로 '설명할 수 있는 미술'입니다. 작품을 1차적으로 눈으로 보았을 때의 시각적인 요소 다음으로, 작품에 담긴 개념이나 이야기 등을 들었을 때 한 번 더 매력을 느낄 수 있는 2차적인 요소가 존재해야 한다는 생각인데요. 또 이런 2차적인 요소에는 작가의 설명이 필수적이라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작가의 설명이 필수적이라는 생각이 저의 개념미술을 '설명할 수 있는 미술'이라고 생각하는 핵심적인 요소이기도 하죠.
제가 디자인 계열부터 미술을 시작한 것에 의한 것인지 미술의 1차적인 요소인 겉모습을 상당히 중요시하는 경향도 있기는 한데요. 하지만, 1차적인 요소보다는 개념이라는 2차적인 요소가 미술이 현대에서 살아남을 수 있는 키워드라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최근 영화와 비교해 보면서도 이 부분에 대한 확신을 간단하게 가질 수 있었는데요. 3, 4 미터는 되어 보이는 크기의 보라색 외계인이 황금색 건틀렛을 끼고는 우주 기원의 힘이 담긴 돌들을 찾아 헤메며 우주를 주무르는 모습을 보여주는 영화의 시각적인 요소들을 보고 있자면, 미술관에 놓인 하나의 작품은 절대 시각적으로 이길 수 없다는 생각이 들 수밖에 없습니다. 하지만, 2차적인 요소인 개념이 주는 지성적인 충격은 3천 억 원을 들여 만든 영화를 이길 수 있다는 재미난 사실도 존재하죠.
이처럼 개념미술이란, 민중 혹은 대중이 근현대사를 써내려 오며 만들어낸 현대라는 새로운 사회의 맞춤형 미술일 수도 있습니다. 대중 전체가 사회의 주인으로 올라오며 일부 귀족들의 취향이 미술의 개념으로서 존재했던 것과는 다르게 대중 전체의 다양한 취향이 미술의 개념으로 존재하기 시작한 것이죠. 다양한 취향이 보여주는 다양한 개성의 다양한 개념들은 현대라는 사회의 자유로움을 상징하는 것 같기도 합니다.
물론 이런 자유로움 가득한 현대 사회의 많은 개성, 취향, 개념들은 혼란스러움이라는 단점이 존재하기도 하는데요. 왕, 종교, 정치적 이념 등 획일했던 과거 시대의 취향과 개념들과는 다르게 너무나 다양해진 개성, 취향, 개념들은 무엇이 옳고 그른지 혹은 무엇이 좋고 나쁜지를 판단하기가 어려운 혼란스러운 상황을 만들어내고도 있죠. 물론 미술은 ‘더 이상 절대적인 아름다움은 존재하지 않는다.’라는 생각과 함께 모든 것의 가치를 존중하려는 모습을 보이려고도 하지만, 이는 더더욱 그 혼란을 가중하는 생각이기도 한데요.
바쁘게 세상을 살아가는 우리 모두에게는 그래도 이것들을 즐기며 시간을 쪼개 바라볼 수 있도록 최소한으로라도 정리할 수 있는 기준이 필요하기도 합니다. 저는 개인적으로 이 기준을 ‘설득력’이라는 단어와 함께 풀어내려고 시도하고 있는데요. 너무나 다양하다 못해 혼란스럽기까지 한 현대의 미술 상황에서는 더 큰 설득력과 함께 많은 이들의 관심과 공감을 얻은 개념의 작품들이 이 시대의 미술이 되지 않을까라는 생각을 하고 있죠.
이렇듯 개인적인 해석들과 함께 풀어본 이 다양한 과정들 속에서 모든 것이 ‘개념’이라는 키워드와 함께 풀어진다는 사실이 제가 저 자신을 개념미술가라 부르는 이유이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드는데요. 결국은 현대의 미술가란 작품이라는 개념을 만들거나, 작가라는 개념을 만들거나 혹은 개념을 담은 작품을 만드는 사람에 불가한 것일지도 모르겠습니다.
음… 조금은 난해한 과정과 마무리인 것 같지만… 어쨌든 이렇게 저 자신을 ‘개념미술가’라고 부르는 이유에 대해 풀어보았는데요. 현대미술의 트렌드라고 믿고 있는 개념미술이라는 형태가 제 작품이 가졌으면 하는 미술의 형태와 가장 잘 부합된다는 것이 정말 운이 좋다는 생각이 들기도 합니다. 시대의 트렌드라고 생각되는 것과 내가 하고 싶은 것이 같다는 것은 정말 큰 행운이라는 생각이 드는 것 같은데요. 문제는 이를 해낼 수 있을 것이냐에 달린 것이기도 하겠죠.
사실 마무리쯤에 등장했던 ‘설득력’이라는 키워드는 어쩌면 제가 이 미술 이유식이라는 라디오를 시작한 이유이기도 하면서 작가로서 상당히 중요한 부분을 차지하는 단어라는 생각을 하고 있는데요. ‘예술가, 관객, 작품.’에 대한 제 개인적인 가치관을 풀어놓아 보려는 다음 회차에서 이 설득력이라는 키워드가 꽤 다양하게 등장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듭니다. 한 번 또… 열심히 준비를 해보도록 하겠습니다.
개념미술에 대해, 개념미술가에 대해 또 개념미술가가 되어보려고 하는 저에 대해 조금은 이해해볼 수 있었던 시간이셨을까요. 사실 처음에는 개인적인 이야기를 풀어내는 것이 그리 힘겹지는 않을 것이라 생각했었는데 웬만한 라디오 회차를 풀어내는 것보다도 힘이 드는 일인 것 같습니다. 그래도 제 개인적인 이야기들을 풀어놓아서 그럴까요. 재미 하나는 일반 회차보다 조금 더 있는 것 같기도 합니다.
어쨌든 그럼 또 잠시 개인적인 이야기들을 풀어내는 시간을 가지고 있지만, 최소한 흥미로울 수 있도록 재미나게 잘 구성하여 돌아오도록 해야겠네요.
금방 돌아오겠습니다!
안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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