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념미술가 이동준 (5) 금붕어 : 티니 (드레)


* 아래는 라디오의 내용을 한 번 더 편집한 글입니다. *


안녕하세요. 새라 미술 이유식을 진행하고 있는 개념미술가 이동준입니다. 오늘은 지난 회 차에서 말씀드린 것처럼 제 공식적인 첫 작품 금붕어 : 티니에 대해 말씀드려볼까 하는데요. 최근 도니닷컴에 정리해놓은 이 작품에 대한 설명글을 살짝 편집하여 읽어드리는 방식으로 이번 회차를 진행해볼까 합니다.

아무래도 눈으로 보는 것을 기본으로 만든 작품이다 보니 작품의 겉모습에 대한 설명이 그저 말로만 듣기에는 모자란 느낌이 있을 것 같은데요. 혹여 추가적인 사진이나 정보를 원하신다면 이 회차를 정리해놓는 도니닷컴에서 작품 설명글을 한 번 살펴보시거나 혹은 간단한 사진과 함께 올려드리는 유튜브 영상을 살펴봐주셔도 좋을 것 같습니다.

오늘 소개해드려볼 금붕어 : 티니라는 이 작품은 대학에서 졸업 작품으로 처음 내놓은 작품인데요. 졸업 작품으로서 만들어진 이 '금붕어 : 티니'는 졸업 학년 기간 동안의 시간적인 여유를 가지고 만들었던 만큼 '개념적인 요소를 나름대로 잘 다듬어본 작품인 것 같다.'라는 개인적인 생각을 가지고 있는 작품이기도 합니다.

이 금붕어 티니는 아우라(Aura)라는 개념을 핵심으로 담아본 작품인데요. 일단 오늘은 이 ‘금붕어 : 티니’에 대해 먼저 소개해드리며 제가 담아본 아우라라는 개념에 대한 감을 천천히 잡아본 다음, 이 아우라라는 개념에 대해 조금 더 정리해보는 방식으로 설명해 드려볼까 합니다. 아우라라는 개념에 대한 설명 없이 작품에 관한 설명이 먼저 이어지는 만큼 혹여 작품에 관한 설명에서 아우라라는 개념이 등장할 때 조금은 이해가 안 되는 부분이 있으셔도 부담 없이 무시하며 들어주시면서 아우라에 관한 이야기들을 기다려주셔도 좋을 것 같습니다.


 이 '금붕어 : 티니라는 작품은 전체적으로 세 가지 구성으로 나뉘어 있는데요. 전시장에 마구 뿌려진 금붕어 티니의 일러스트가 그려진 종이, 판자 등의 복제품', 책상 위에 가지런히 놓인 어항'과 '계약서' 이렇게 세 가지 구성이죠. 작품은 이 세 가지 요소 중 계약서라는 요소부터 살펴보면 좋을 것 같은데요. 전시장에 놓인 계약서를 통해 저와 티니라는 금붕어가 예술가의 기운(Artist's Aura)을 빌리기 위한 계약을 체결하는 것에서부터 작품은 시작됩니다. 복제품, 어항, 계약서라는 이 세 가지 구성의 과정을 간단하게 풀어보자면, 작가인 제가 계약서를 통해 일정 금액을 제시하여 금붕어 티니의 예술가적 기운을 사용하기로 계약을 맺은 후 금붕어 : 티니의 모습을 일러스트로 만들어 이를 다양하게 복제하고 작품으로서 설치해놓은 것인데요.


작품 앞에 선 관객들은 계약서를 읽으며 보통 '금붕어의 예술가 기운을... 진지하게 빌린 어처구니없는 작품이구나...'라는 생각을 하기 시작합니다. 어처구니없지만 계약을 통해 금붕어 티니의 예술가 기운이 금붕어의 모습을 가진 일러스트들에 사용됐다는 것을 인지하기 시작하는 것인데요. 사실 이 작품에 숨겨놓은 가장 큰 함정은 바로 계약을 맺은 티니'라는 금붕어는 애초에 존재하지 않는다는 사실입니다. 관객들이 계약서를 다 읽은 시점부터 관객들은 계약서 옆에 놓인 어항 안에는 오직 인공 수초 외에 물고기가 전혀 보이지 않는다는 사실을 눈치채기 시작하는데요. 이로 인해 관객들은 본인들이 물고기를 아직 발견하지 못한 것인지 혹은 물고기가 있었는데 전시 중 사고로 인해 본의 아니게 치우게 된 것인지 등을 고민하기 시작합니다. 하지만 계약서에 예술가 기운, 아우라의 주인이라고 표기된 '금붕어 : 티니'는 사실 처음부터 존재하지 않았다는 재미난 사실이 존재하죠.


이 금붕어 : 티니라는 작품은 작가와 작품의 아우라에 관해 생각해보려는 의도의 구상이 담긴 작품이었는데요. 앞에서 말씀드린 '금붕어 티니는 애초에 존재조차 하지 않았다.'라는 설정은 관객들을 그저 혼란에 빠트리기 위한 요소만은 아니었습니다. 사실 이 작품의 구상 초기에는 실제 물고기를 작품으로서 함께 전시할 계획이기도 했죠. 금붕어를 작품으로 함께 전시하며 전시장에서 금붕어를 어떻게 관리할지 고민하던 중 문득 이 작품을 위해 티니라고 이름 지은 금붕어가 오히려 존재조차 하지 않는다면 어떨까 하는 생각을 하기 시작했었습니다. 존재하는 금붕어의 예술가 기운, 아우라를 빌려 작품을 만드는 것도 아우라를 빌리는 행위에 대한 재미있는 시도였지만, 존재하지 않는 금붕어의 아우라를 빌려 작품을 만든다는 설정은 존재하지 않는 금붕어의 아우라를 그저 빌리는 것이 아니라 새롭게 창조해내는 것과 같은 효과를 얻을 수도 있었으니 말이죠.


사실 이 아우라(Aura)라는 개념은 저도 처음 부정적인 시각과 함께 공부를 시작했던 개념이었는데요. 미술을 설명하는 비이성적인 느낌의 단어들을 좋아하지 않는 개인적인 취향으로 인한 시선이었죠. 기운, 기, 차크라 등과 비슷한 느낌을 가진 아우라에 관해 처음 공부하던 마음에는 사실 ‘알고 비판하자.’라는 마음이 깔려있기도 했었습니다. 하지만 공부를 이어갈수록 이 아우라라는 개념이 가진 비이성적인 느낌의 이미지와는 다른 논리적인 요소들로 인해 오히려 그 매력에 빠져들기 시작했었죠.

그 이성적 매력에 빠져들게 만들던 이 아우라는 개념은 독일의 철학자 ‘발터 벤야민’이 처음 내놓은 개념인데요. 사실 이 개념은 사진과 영상 기술 등이 발명되는 것과 함께 시작된 예술품의 기계적인 복제가 야기할 수 있는 예술의 위기를 이야기하며 등장한 개념이기도 합니다. 예술작품은 오직 하나 밖에 존재할 수 없을 때 오직 하나라는 사실이 가지는 고유성과 같은 특징을 가지게 되는데요. 이런 오직 하나라는 고유성, 진품성을 가진 예술작품들이 사진과 영상 등 기계적인 무한적 복제가 이루어지는 것으로 관객이 예술작품이 실제로 존재하는 공간에 방문할 필요 없이 작품을 감상할 수 있게 된 변화는 당시의 철학자에게 예술의 위기로 받아들여졌다고 합니다. 그리고 이 아우라라는 개념을 내놓은 발터 벤야민은 이 예술 위기의 핵심으로 이 아우라의 상실을 지적했죠.


개인적으로는 이 아우라라는 개념의 포인트를 '관객이 예술작품이 존재하는 공간에 방문할 필요가 없이 작품을 감상할 수 있게 되었다.'라는 부분에서 찾았던 것 같은데요. 발터 벤야민도 '아우라를 가진 작품과 함께 하는 실제 공간과 시간(Here and now)'을 아우라를 느끼는 가장 중요한 요소로 설명했었습니다. 기계적으로 복제된 작품을 바라보는 것은 아우라를 느끼는 가장 중요한 요소인 작품과 함께하는 실제 공간과 시간의 요소가 결여된 것이기도 했죠.


이 '금붕어 : 티니'라는 작품은 기계적으로 복제된 작품을 바라볼 때 나타난다는 시간성과 공간성의 결여에 집중했던 작품이기도 합니다. 디지털 이미지의 경우 사진 자체가 컴퓨터 파일로서 존재 하다 보니 진품으로서의 이미지가 무엇인지 상당히 모호해지는 상태가 되는데요. 컴퓨터 파일처럼 디지털화된 사진을 프린트하거나 혹은 그저 컴퓨터 화면을 통해 보거나 할 수 있는 모든 이미지가 진품이 되기도 하는 재미난 현상이 완성되는 것이죠. 이는 오직 하나만이 존재하는 진품의 작품과 한 공간에서 함께 머물며 시간을 보내는 것으로 느낄 수 있는 아우라라는 존재가 사라질 수밖에 없는 환경이기도 합니다. 아우라를 느끼는 기본 조건인 공간성(진품과 한 공간에 머물다.)과 시간성(진품과 한 공간에 머물며 시간을 보내다.)이 충족될 수가 없는 환경이니 말이죠. 혹은 디지털 이미지를 복제한 모든 복제품이 진품으로 가정된다면 이 아우라의 시간성과 공간성에 대한 새로운 해석이 가능해지기도 하는 부분이었습니다.

이렇게 공간성과 시간성의 결여와 함께 제대로 느낄 수 없게 된 아우라가 작품 관람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 것인지에 대한 의문이 시작되었는데요. 이러한 의문이 '만약 아우라 자체가 애초에 의미와 가치가 없는 것에서 온다면 어떻게 될까?'라는 또 다른 궁금증을 낳았던 것 같습니다.

이러한 궁금증이 예술가의 아우라와는 전혀 연관성이 없어 보이는 금붕어의 아우라를 이용한 작품을 만들어보자는 아이디어를 떠올리게 만든 것이죠. 애초에 큰 가치가 없는 아우라가 담긴 예술 작품을 기계적으로 복제해놓는다면 시간성과 공간성의 결여와 상관없이, 애초에 아우라를 느끼든 느끼지 않든 큰 상관이 없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었는데요. 이 생각이 조금 더 발전하여 살아있는 금붕어의 아우라를 빌리는 것이 아니라 애초에 존재하지 않는 금붕어의 가상 아우라를 빌리는 것으로 시간성과 공간성 자체를 가질 수 없는 아우라를 만들어보자는 마지막 구상에 도달했던 것이죠.


이 '금붕어 : 티니’라는 작품은 앞에서 말씀드렸던 것처럼 저의 졸업 작품으로 처음 내놓아졌던 작품인데요. 졸업 이후 찾아온 2018년 1월, 직접 기획하고 치러낸 저의 첫 공식 전시회 ‘가끔 하는 전시’에 내놓은 첫 공식 작품이기도 했었습니다. 졸업 전시회부터 시작하여 첫 공식 전시회까지 약 3년이라는 시간 동안 이 작품을 사람들 앞에 내놓으며 관객분들과 다양한 대화를 나눠볼 수 있었는데요. 이런 대화 속에서 이 작품에 대해 관객분들과 함께 생각해보기 위해 가장 많이 언급했던 사례는 바로 '앤디 워홀의 가짜 명언'에 대한 부분이었습니다. 이 '금붕어 : 티니'라는 작품과는 굉장히 동떨어진 주제를 가진 사례 같지만, 이 작품 속의 현상과 앤디 워홀 가짜 명언 사례의 현상을 비교해보면 재미난 공통점들을 여러 가지 발견할 수 있죠.


'일단 유명해져라.'라는 시작 구문만 들어도 생각나는 앤디 워홀의 명언 '일단 유명해져라. 그렇다면 당신이 똥을 싸도 사람들은 박수쳐 줄 것이다.’라는 문장은 국민 명언이라 할 만큼 모두가 알고 있는 구문인데요. 이렇게 우리 모두에게 너무나 당연하게 느껴지고 있는 이 앤디 워홀의 명언은 사실 앤디 워홀이 단 한 번도 말한 적이 없는 문장입니다. 이 가짜 문장은 국내 포털 사이트에서 완벽한 문법의 영어 문장과 함께 인용되는 경우가 많은데요. 신기하게도 이 영어 문장을 가장 큰 영어권 검색엔진 구글에 검색해보면 오직 한국어 사이트만 검색된다는 재미난 사실을 발견할 수 있습니다. 사실 이 사례는 제가 영국에서 졸업 전시회와 함께 준비했던 졸업 논문의 주제이기도 했는데요. 당시 논문에서는 앤디 워홀의 진짜 명언에서 나타난 '허상'이라는 단어와 함께 이 사례와 아우라 등을 다뤘었죠. 졸업을 준비하던 시기 관심이 있던 의문이 논문과 작품으로 함께 표현되고 있었던 것인데요.

어쨌든 이 앤디 워홀의 가짜 명언 현상과 금붕어 : 티니라는 작품이 가지는 첫 번째 공통점은 바로 존재하지 않는다는 점입니다. 사람들과 많은 미디어 매체는 앤디 워홀의 가짜 명언을 언급하며 존재하는 듯 이야기하고 있지만, 앤디 워홀은 이미 사망했고 그가 그런 말을 했던 흔적은 전혀 존재하지 않죠. 또 계약서와 함께 복제된 다양한 금붕어 티니의 일러스트를 담은 작품들은 금붕어 티니가 존재하는 듯 이야기하고 있지만, 금붕어 티니는 애초에 존재하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존재하지 않는 금붕어 티니와 앤디 워홀의 가짜 명언은 이미 우리에게 마치 존재하는 듯 인지되고 있죠.

'존재하지 않지만 존재하듯 인지된다.'라는 말은 앤디 워홀의 사례와 '금붕어  : 티니’라는 작품에 조금씩 다르게 적용되는 말인데요. 앤디 워홀의 가짜 명언 사례는 실제 존재했던 앤디 워홀이라는 인물이 가진 진짜 이미지와 어울리는 가짜 명언에 그의 이미지가 담기며 인지된 것이라면, 금붕어 : 티니는 애초에 존재하지 않던 가상의 존재가 인지됐다는 차이가 존재하죠.


사실 이 앤디 워홀 사례와 함께 논문을 준비하던 중 앤디 워홀이 직접 저술한 책 ‘앤디 워홀의 철학’에서 재미난 문구 하나를 발견하는데요. 마치 지금 벌어지고 있는 가짜 명언을 예언하는 듯한 그의 진짜 구문이죠.


그 이유를 이해할 수는 없지만, 우리가 죽었을 때 우리는 그저 사라지는 것이 아니다. 모든 것은 그대로 돌아가고 있지만, 그저 당신이 그곳에 없을 뿐인 것이다. 난 항상 내 무덤 위에 올려질 비석을 공백으로 남기는 것을 생각해왔는데 '허상'이라는 단어를 사용하는 것도 꽤 괜찮은 일이라고 생각한다.
( I never understood why when you died, you didn’t just vanish, everything should just keep going on the way it was only you just wouldn’t be there. I always thought I’d like my own tombstone to be blank. No epitaph, and no name. Well, actually, I’d like it to say ‘Figment’. (Warhol, 1975, p 126) )


이 구문에서 언급된 허상이라는 단어는 당시 준비하던 논문의 중심을 잡아주며 조금 더 수월한 진행이 가능하도록 만들어준 탁월한 단어였는데요. 아무것도 적고 싶지 않았던 묘비 위에 그가 문득 적고 싶다고 말한 허상이라는 단어는 마치 한국에서 만들어진 그의 가짜 명언을 뜻하는 것만 같은 단어였습니다. 또 문장 자체가 미디어 매체의 발전과 함께 나타나는 새로운 현대사회의 모습에 대해 여러 방향으로 생각해볼 수 있게 만들어주는 탁월한 문장인데요. 앤디 워홀 본인과 같이 미디어 매체를 통해 대중들에게 많이 노출되는 공인의 이미지가 사회에 어떻게 작용하는지를 그가 얼마나 잘 파악하고 있었는지 보여주는 것만 같죠.

사회 속에서 사람의 죽음은 앤디 워홀의 말처럼 완전한 사라짐을 뜻하는 것이 아닙니다. 그저 더 이상 그곳에 현실적으로 존재하지 못할 뿐, 사회 속의 남아있는 사람들의 생각 속에서 사진을 통해, 영상을 통해 혹은 그저 상상을 통해 사라지지 않고 존재하죠. 특히나 앤디 워홀과 같은 공인은 죽음 이후에도 훨씬 더 많은 사람에게 잊혀지지 않고 존재하게 되는데요. 이러한 흥미로운 현상이 바로 이 '금붕어 : 티니'에 담겨 있기도 합니다.

오직 잡지, TV 등 미디어를 통해 앤디 워홀에 대한 정보를 접하는 것으로 잡지 속의 앤디 워홀과 TV 속의 앤디 워홀과만 관계를 형성했던 대중은 사실 단 한 번도 실제 앤디 워홀을 본 적이 없습니다. 이는 마치 실제 금붕어 티니를 한 번도 본 적 없이 오직 프린트된 종이 위의 티니만을 접한 '금붕어 : 티니'의 관객과 상당히 유사한 환경조건이기도 한 것이죠.

이와 같은 환경 조건이 앤디 워홀이 위의 구문에서 ‘허상(Figment)’이라는 단어를 사용한 이유이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하고 있습니다. 죽은 사람의 비석에 적혀진 문구는 살아생전 그를 알고 있던 이들이 죽은 이를 떠올릴 수 있도록 해주는 역할을 하는 것이지만, 살아생전의 그를 오직 미디어 매체를 통해 만났던 대중에게는 앤디 워홀의 비석마저 결국은 미디어 매체를 통해 접했던 앤디 워홀의 허상을 떠올리게 만드는 것에 불과한 것이죠.

그래서 저는 사실 앤디 워홀의 가짜 명언 ‘일단 유명해져라. 그렇다면 당신이 똥을 싸도 사람들은 박수쳐줄 것이다.’라는 말을 앤디 워홀이 단 한 번도 했던 적이 없다고 하여 이것이 꼭 앤디 워홀의 말이 아니라고만은 할 수 없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하기도 했었습니다. 어쨌든 그 문구는 많은 대중이 바라보았던 허상의 앤디 워홀이 가진 이미지와 너무나 어울리는 문구였기에 허상이 낳은 허상으로서 함께 존재하고 있었을지도 모르니 말이죠. 어차피 둘 모두는 진짜가 아닌 허상의 이미지일지도 모르겠습니다. 마치 존재하지 않는 금붕어 티니가 작품으로 만들어진 다양한 복제물을 통해 사람들의 머릿속에 인지되는 것처럼 말이죠.


또 한 가지 재미난 점은 어항, 수초, 티니. 이렇게 세 가지로 구성된 일러스트에서 금붕어인 티니는 존재하지 않지만 수초와 어항은 실제로 존재한다는 사실인데요. 가장 메인의 자리에서 예술가적 기운이자 아우라를 빌려주는 티니는 존재하지 않지만, 수초와 어항은 처음부터 끝까지 존재하고 있었다는 사실은 큰 의미는 없지만 괜스레 한 번 더 피식해볼 수 있게 해주는 요소가 되기도 하는 것 같습니다.


작품을 설명하는 이야기치고는 너무 좀 열려있는 느낌인가요. 사실 제 작품들이 탐구를 이어가며 나타나는 의문을 실험해보듯, 제가 가진 의문을 풀어내 보는 성격이 강하다 보니 늘 결론보다는 새로운 의문과 함께 끝이 나는 듯합니다. 이 작품 ‘금붕어 : 티니’는 앞에서 말씀드린 것처럼 3년이 지나버린 대학 졸업 전시회에 내놓은 작품이기도 하면서 올해(2018년) 1월에 치러냈던 공식적인 첫 전시회 ‘가끔 하는 전시’에 내놓은 첫 번째 작품이기도 했는데요. 이후의 작품을 몇 가지 구상해놓았음에도 여러 가지 환경적인 문제와 함께 이 작품과 3년여 시간을 보내며 다양한 생각을 해볼 기회를 가질 수 있었던 작품이었습니다.

앞에서 말씀드린 것처럼 제 작품은 생각에 대한 결론보다는 의문 자체를 포함하는 경우가 많아 작품을 계속해서 보고 있고 이에 대해 사람들에게 설명하고 있는 행위 자체가 제가 이 작품을 만들며 가졌던 의문에 대해 계속해서 환기해보는 것과 같은 효과를 가지는데요. 이러한 과정을 통해 최근 이 작품을 만들며 가졌던 아우라라는 것에 대해 이제서야 조금 더 심층적인 이해를 하기 시작한 것 같다는 생각이 들기도 합니다.

발터 벤야민이 아우라라는 개념을 내놓았던 당시에도 복제 기술은 짧은 시간에 상당한 발전을 이뤄낸 기술이었지만, 조금 더 짧은 시간이 지난 지금의 복제 기술은 발터 벤야민이 아우라에 대해 처음 이야기했던 그 당시와는 또 한 차원 다른 발전을 이루어냈죠. 아직 확실하지는 않지만, 한 차원 다른 발전의 의미는 바로 인터넷에 있다는 생각을 하고 있습니다. 이는 아우라의 가장 중요한 요소라고 말했던 시간과 공간이라는 의미에서 완전히 새로운 요소를 제시해주고 있다는 생각이 드는데요. 이렇게 발전시켜 본 생각이 또 다른 작품으로 나타날지 혹은 아우라의 새로운 시각을 제시하는 에세이로 나타날지는 모르겠지만, 이 금붕어 : 티니 작품을 통해 얻어낸 생각으로 재미난 걸 하나 만들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다음 작품이 이와 관련된 작품이 될지 현재 구상하는 작품이 될지는 모르겠지만, 함께 생각할 수 있는 재미난 것들을 또 얼른 만들어내 보아야겠습니다.

작품 설명보다는 작품에 대한 생각을 풀어놓은 것에 가까운 회차 였을까요. 작품의 과정을 정리해놓은 글을 편집하여 진행해본 회차였는데, 생각과 의문을 담아내려는 작품의 성격 때문에 어쩔 수 없이 이런 스타일에 글이 완성되는 것 같습니다. 

금붕어 티니라는 작품에 대한 설명을 들으시며 조금은 빙빙 도는 것만 같은 시간이라 느껴지실 수도 있겠지만, 그저 편안하게 다양한 부분에 대해 가볍게 생각해볼 수 있는 가벼운 시간이 되셨다면 만족이 될 것 같네요.

슬슬 이 '개념미술가 이동준’ 시리즈도 정말 후반부에 진입해 가는 것 같은데요. 다음 회차는 이 라디오 ‘새라 미술 이유식’에 대해 이야기해보는 시간을 가져볼 것 같습니다.

음… 이 개념미술가 이동준 시리즈의 회차를 거듭해 갈수록 회차가 점점 길어지는 경향이 있었는데요. 다음 회차는 상당히 짧아지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제 개인적으로는 의미가 많은 라디오이지만, 여러분에게 들려드릴 이야기가 많을지 궁금하기도 하네요. 어쨌든 다음 회차도 얼른 준비하여 좋은 모습으로 돌아오도록 하겠습니다.

그럼 다음에 뵙도록 하죠. 안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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