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념미술가 이동준 (6) 새라 미술 이유식 (드레)


* 아래는 라디오의 내용을 한 번 더 편집한 글입니다. *


안녕하세요, 새라 미술 이유식을 진행하고 있는 개념미술가 이동준입니다. 이제는 슬슬 부끄러운 마음도 사라지면서 이 개념미술가 이동준 시리즈를 진행하고 있는 것 같은데요. 여섯 번째 회차까지 오니 ‘이 시리즈도 정말 거의 끝나가는구나.’ 하는 생각도 듭니다. 슬슬 일반 회차로 돌아가 다른 미술 이야기들을 하고 싶다는 생각도 들기도 하고 말이죠.

어쨌든 오늘은 현재 진행하고 있는 이 라디오 ‘새라 미술 이유식’에 대해 이야기를 해드려 볼까 하는데요. 어쩌다 이 라디오를 시작하게 되었고, 어쩌다 4, 5년이라는 시간 동안 진행하고 있는지에 대해 조금은 상세하게 말씀을 드려보는 시간이 될 것 같습니다.

어쩌다 보니 이야기들의 시작을 부정적인 부분부터 시작하게 되는 경향이 있는 것 같은데요. 사실 이 미술 이유식이라는 라디오를 시작하던 시기에는 조금은 큰 실망감과 함께 절망감 비슷한 감정이 존재했던 것 같습니다. 앞 회차에서 말씀드렸던 것처럼 저는 정규 학과에 들어가기 전의 파운데이션 코스에서 순수미술을 전공하기로 마음을 먹고는 정규 과정에 합격한 후 잠시 한국에 들어왔었는데요.

먹고 살기 힘든 분야에 들어가기로 마음먹었던 시기였던 만큼 조금은 급한 마음과 함께 한국에 있는 동안 할 수 있는 게 있으려나 하며 이런저런 갤러리 소식들을 찾아보고 있었습니다. 그 당시 한국에 체류하는 2달 반 정도의 기간과 딱 맞는 미술작가 오디션이 있기에 지원했었는데요. 오직 한 번의 경험에 불과했지만, '이렇게 미술하면 안되겠구나.'라는 생각을 정말 강하게 느꼈던 경험을 가져볼 수 있었던 기회였죠.

오디션 결과 자체는 사실 순수미술을 시작한 지 6, 7개월 된 신인치고는 상당히 괜찮은 성적으르 준결승까지 올라가며 3, 4위를 할 수 있었는데요. 중간중간 오디션을 개최하는 갤러리 측에서 자신들이 운영하는 유료 작가 훈련 프로그램 참여하도록 오디션 참가 작가들을 종용하는 모습과 우승을 차지한 작가에게 약속되었던 개인전이 결국 열리지 않는 모습은 꿈을 가지기 시작했던 한 학생의 미래에 대한 첫 번째 큰 고민을 남겨줬던 것 같습니다. 갤러리 관계자가 작가 오디션 참가자들을 모아놓고는 유료 프로그램 참여를 종용하던 당시 아무 말 없이 자리를 털고 일어나던 중년 참가자의 뒷모습이 그 뒤로 참 많이 기억에 남았던 것 같은데요.

한 번의 만남이었지만, 이때부터 애초에 특정 단체나 갤러리 등에 의존하려는 마음 자체를 없애야겠다는 생각을 하기 시작했던 것 같습니다. 하지만 만약 이들에게 의존하지 않는다면 '세상에 미술로서 나라는 존재를 어떻게 알려야 하는가.'라는 큰 고민이 함께 찾아왔죠. 순수미술을 결정하기 전부터 하고 있던 블로그도 있었지만, 이 외에 또 다른 돌파구가 필요하다는 생각이 많이 들었었습니다. 그러다 가끔 듣던 팟캐스트를 '직접 운영하는 건 어떨까?'라는 생각과 함께 여러 기술적인 부분들을 알아보고는 생각보다 어렵지 않다는 것을 깨닫고 영국에 돌아오는 것과 함께 생활비를 털어 장비를 셋팅하고 녹음을 시작한 것이 바로 이 '미술 이유식'이었죠.

이후 라디오를 운영하다 앞 회차에서 말씀드린 전시회 사건도 찾아오고 하면서 이 팟캐스트에 대한 개인적인 필요성과 중요성을 점점 더 깨달으며 애착 아닌 애착을 가지기 시작하기도 했던 것 같습니다. ‘나를 알리면서 내 작품을 바라봐줄 관객을 만들자.’라는 이 라디오를 시작했던 이유이기도 했던 단순한 생각은 미술에 대한 경험이 늘어갈수록 단순하지만, 가장 어렵고 꼭 해결해야만 하는 문제점이었다는 사실을 깨달아갈 수 있었죠. 그럴수록 이 미술 이유식은 저에게 점점 더 특별한 존재가 되었던 것 같습니다. 

사실 지금은 소수의 팬분들이 들어주시는 라디오로 자리 잡았지만, 초창기에는 예술 카테고리에서 1, 2위를 다투기도 했던 라디오였는데요. 중간에 학업과 라디오 등을 병행하다 몸이 크게 한 번 안 좋아지며 병원에도 입원하는 등의 시기를 보내면서 라디오 진행에 큰 차질을 빚기도 했었습니다. 사실 몸이 한 번 크게 좋지 않아지는 시기를 보내며 '일만 하다 죽을 수도 있겠다.'라는 생각과 함께 '빠르지는 못하지만 천천히 하자.'라는 새로운 삶의 관점을 가졌던 시기이기도 합니다. 사실 라디오에는 늘 같은 이야기를 되풀이하던 시기와 함께 이런 시기가 찾아와 이제는 천천히 양보다는 질에 집중하자는 생각을 할 수 있었던 적절한 시기이기도 했죠.

어쨌든 이 '미술 이유식'이라는 팟캐스트 라디오는 저에게 독립을 의미한다고도 할 수 있는데요. 특정 이익 관계가 얽히지 않은 체 '내가 만든 환경에서 내 마음대로 미술을 해보자.'라는 정신이 담겨있기도 하니 말이죠. 지금은 나름대로 길이 조금 보이기에 편안하게 말씀드리고 있지만, 처음으로 '내 힘으로 해보자.'라는 마음을 먹었을 때는 '이 길로 가다 잘못되면 그만두고 하던 장사나 해야지…' 라는 극단적인 마음을 가지고 있기도 했었습니다.

사실 '이 길로 가다 잘못되면 그만둬야 한다.'라는 생각을 할 수밖에 없었던 것이 사실 라디오 초기 시절 기성세대 미술인에 대한 비판 발언을 많이 내놓았기 때문이기도 한데요. 지금 생각하면 '조금은 어렸던 부분이 많이 있었다.'라고 생각을 하고 있기도 합니다. 당시 제가 발견하고 느끼며 비판했던 많은 문제점은 결국 현실이라는 벽에 부딪히며 찾아올 수밖에 없는 부분들이 많기도 했으니 말이죠. 또 이는 오직 한국만의 문제가 아니라 전 세계의 미술에서 일어나고 있는 문제점들이기도 하다는 것을 조금씩 알아가는 것 같습니다. 오직 우리나라 미술 기성세대 만의 문제가 아니라 모두가 함께 바꿔가야 하는 미술의 문제점들이 생각보다 많다는 것이죠. 과거에 내놓은 모든 비판을 거둬들이려는 것은 아니지만, 제가 비판했던 것만큼 좋지 않은 분들만 계신 것은 아니라는 점 또한 천천히 알아가며 가끔은 부끄러움을 느끼기도 하고 있습니다.

이미 내뱉어놓은 말들이니 책임은 당연히, 열심히 져야 하는 것이겠죠. 앞으로도 열심히 자유로운 환경을 만들기 위해 노력하며 독립적이고 새로운 방법들로 관객분들을 만나보려고 합니다. 이런 모습 자체가 제 미술의 모습과 잘 어울리는 것 같기도 하고 말이죠.


이 '새라 미술 이유식'에 대해 이야기하는 회차이기도 하니 하나 말씀드리고 싶은 점은 정말 드문드문 회차가 올라가고 있음에도 들어주셔서 감사하다는 말인데요. 현재는 한 달에 많으면 3편, 평균 두 편 정도가 겨우 올라오고 있지만, 내년 말 혹은 내후년 정도면 조금 더 활발하게 이 라디오와 미술 활동에 집중하고 있는 모습을 보여드릴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아직은 완벽히 장담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니 확실한 약속을 하지는 못하지만, 그래도 이 '새라 미술 이유식'은 제가 미술을 하는 한 평생 이어진다는 것은 장담해드릴 수 있을 것 같네요. 집중하는 모습은 좀 늦어질지 몰라도 천천히 꾸준히 찾아뵙는 모습은 계속 보여드릴 수 있도록 노력하겠습니다.

역시 이 '개념미술가 이동준 시리즈'는 오글거리네요. 하하...

이번 회차는 이렇게 좀 짧게 정리가 되는 것 같습니다. 다음 마지막 '개념미술가 이동준' 시리즈로는 '구름제작자들'이라는 제목으로 이 새라 미술 이유식과 함께 만들어가고 있는 예술가 그룹에 관해 이야기를 나눠볼까 하는데요. 현재 이 '구름제작자들'을 함께하고 있는 구성원 한 명과 함께 찾아뵙지 않을까 싶습니다.

혹여 오해가 있으실까 말씀을 드리자면 새라 미술 이유식은 계속해서 혼자 진행을 하는 것이고요. 다음 회차 에서만 예술가 그룹 '구름제작자들'을 함께 해주고 있는 친구와 함께 '구름제작자들'의 방향성에 대해서도 살짝 이야기를 해보는 시간을 가져보도록 하려고 합니다.

그럼 이번 회차는 이렇게 조금은 날로 먹는 느낌으로 일찍 마무리하면 좋을 것 같네요. 다음 회차와 함께 '개념미술가 이동준' 시리즈를 잘 마무리하고 본래 회차로 돌아가 또 재미난 현대미술 이야기들을 들려드릴 수 있도록 노력해보겠습니다.

그럼… 또 금방 뵙죠…! 안녕!


반응형

댓글

개념미술가 : 이동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