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술 이유식 10회, 그림(회화)는 망했어!
- 방송/새라 미술 이유식
- 2015. 11. 30. 22:46
10회의 미술 이유식에서는 '그림(회화)는 망했어!'라는 주제를 가지고 이야기를 나눠보았습니다. 현대미술의 3대 거장 중 한 명인 '마르셀 뒤샹(Marcel Duchamp)'이 항공 기술 박람회를 관람하고 친구에게 말했던 '그림(회화)는 망했어! 누가 저 프로펠러보다 더 멋진 걸 만들 수 있겠어?'라는 유명한 명언에서 가져온 주제입니다. '그림은 망했어!'라는 말이 듣기에도 참 자극적인 말이지만, 당시 항공 박람회를 관람하고 뒤샹이 내뱉은 이 말은 참 많은 의미를 가지고 있었습니다. 사실 지금 녹음한 방송을 다시 들어보며 듣는 분들에게 조금 더 이해를 쉽게 돕기 위해 이 글을 적고 있는데, 워낙 어렵고 모호한 부분이 많아 방송에서 말하고 있는 저도 참 뒤죽박죽 설명을 하고 있는 경향이 있는 것 같아 많이 아쉽네요.
'이제 그림(회화)는 망했어! 누가 저 프로펠러보다 더 멋진 걸 만들 수 있겠어?'
(Painting is washed up! Who will ever do anything better than that propeller?)
- 마르셀 뒤샹 (Marcel Duchamp) (1912) -
앞에서도 말했듯 '그림이 망했어!'라는 한 마디는 참 자극적인 단어입니다. 마르셀 뒤샹이 이 말을 했던 1912년에서 100년에 가까운 시간이 흐른 지금까지도 그림(회화)는 아직도 미술 시장에서 가장 높은 가격과 많은 거래량이 존재하는 미술 분야이니 그 뜻만을 놓고 보자면 마르셀 뒤샹의 '그림이 망했어!'라는 말은 100년이 지난 지금까지는 틀린 말이라고 할 수 있죠. 하지만 사실 마르셀 뒤샹의 이 명언은 '아름다움'을 바라보는 시선에 대한 새로운 시선과 같았습니다. 거대한 고철 덩어리를 하늘로 비행하게 만들어주는 엄청나게 거대한 프로펠러라는 거대한 조형물이 존재하는 시대에서 그림은 더 이상 사람들에게 큰 놀라움과 아름다움을 주지 못할 것이라는 예언과도 같았죠.
사실 지금의 우리는 그림들이 잔뜩 걸려있는 미술관에 방문하면 지루함을 느낍니다. 책에서도 늘 비슷한 것을 보았고 예전에 방문했던 박물관이나 미술관에서도 비슷한 것을 잔뜩 본 적이 있기 때문이죠. 이렇게 그림은 이제 지루한 것이 되었습니다. 그리고 그림이 이렇게 지루해지기 시작한 시점은 마르셀 뒤샹이 '이제 그림(회화)는 망했어!'라고 외치던 시기와 일치하죠. 그림은 사실 한때 세상에서 가장 흥미로운 볼거리였습니다. 사진기가 발명되기 전까지만 해도 세상을 재현하는 유일한 이미지였죠. 지금은 사진을 통해서 마음껏 세상을 똑같이 재현한 이미지를 만들 수 있었지만, 사진기의 발명 전에는 화가가 그린 그림이 손바닥 위에 세상을 재현해 놓는 유일한 수단이었습니다. 그런 시기의 그림이라는 존재는 놀랍도록 아름다울 수밖에 없었죠. 하지만 사진기가 발명되고 거대한 고철인 비행기가 하늘을 날아다니면서부터 그림은 그저 오래되고 흥미롭지 못한 볼거리에 지나지 못 했습니다. 심지어 움직이는 그림을 만들어내는 영상기기가 발명되면서 그림은 정말로 재미없고 지루한 매체가 되어버리죠.
마르셀 뒤샹의 샘(Fountain)
이런 시기에 내놓은 마르셀 뒤샹의 '샘(Fountain)'이라는 작품은 미술사의 커다란 놀라움이었습니다. 그리고 관객에게도 '이게 미술이라고?'라는 반응을 내뱉게 만드는 황당한 상황이었죠. 하지만 이런 황당함은 점점 지루해져가는 미술을 흥미롭게 만들어주었습니다. 그리고 꼭 눈으로 보는 것만이 아름다운 것이 아니라는 '개념미술'의 시작을 알리는 작품과도 같았죠. 오직 시각적인 아름다움이 존재하는 작품들만 존재하던 갤러리에 남성용 소변기가 전시된다는 사실 자체가 '아름다움은 꼭 눈으로만 보는 것이 아니다'라는 개념미술의 시작점과 같았다고 할 수 있겠네요. 물론 '꼭 눈으로만 보는 것이 아니다.'라는 말의 의미는 마음으로 감정으로 보라는 감성적인 부분의 뜻보다는 머리로써 생각하는 개념으로서 미술을 보자는 이성적인 부분의 뜻을 말한다고 생각합니다.
눈으로 보는 것으로서는 더 이상 거대한 비행기, 영화 등을 이겨낼 수 없으니 거대한 비행기에는 없는 작품에 담겨있는 이성적인 생각과 개념으로 승부를 보자는 뜻이었을지도 모르죠. 물론 마르셀 뒤샹이 이 작품을 내놓던 시기는 아직 개념미술에 대한 생각이 확실히 잡혀 있던 시기는 아니었습니다. 사실 아직도 그 개념미술에 대한 부분이 확실히 정리되지 못하고 있는 것이 사실이죠. 하지만 앞에서도 말했듯이 오직 눈으로 아름다운 그림과 공예품들만이 존재하던 미술관에 변기통이 전시됐다는 사실이 커다란 변화를 의미하는 것 같지 않나요?
마르셀 뒤샹(Marcel Duchamp)
(이 글은 2014년 5월 11일 네이버 블로그에 최초 작성되었던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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