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으로 보는 이미지의 변화, 카메라의 탄생

오늘의 TV 미술 이유식으로는 '카메라의 탄생'이라는 제목과 함께 현대미술에 대한 이야기를 해보았습니다. 작가나 작품을 이야기하지 않는 첫 번째 편이라고 할 수 있을 것 같은데요. 현대미술의 거대한 변화를 가지고 온 '카메라'에 대한 부분을 이해한다면 현대에서 이루어지고 있는 미술을 감상하시는 것에 많은 도움이 될 것 같다는 생각에 준비해보았습니다. 카메라랑 미술이랑 도대체 무슨 연관이 있나... 하는 생각도 드시겠지만, 카메라의 탄생이 촉발시킨 미술의 거대한 변화를 한 번 함께 느껴보시면 좋을 것 같네요.



카메라, 사진기는 이제 우리에게 너무나 친근한 존재가 되었습니다. 요즘은 누구가 가지고 있는 핸드폰과 스마트폰에는 기본적으로 카메라 기능이 들어있으니, 사실 누구나 가지고 있다는 말이 어울릴 정도로 카메라는 이제 아주 친근한 존재가 되었죠. 하지만 이렇게 친근한 카메라는 100년이 살짝 넘는 아주 짧은 역사를 가지고 있습니다. 그리고 신기하게도 이런 카메라의 발명 시기는 미술이 현대미술이라고 불리기 시작한 시점과 아주 비슷한 시기에 함께 존재하고 있죠.



이 카메라는 1830년 경에 만들어진 것으로 '다게 레오 타입'이라고 불리는 인류 최초의 카메라입니다. 이 최초의 카메라를 발명한 것은 '루이 자크 망데 다게르'라는 화가였죠. 카메라를 최초 발명한 다게르는 판화를 이용한 이미지를 복사하는 실험을 진행하다가 빛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물질을 이용해서 그림을 그리는 법을 실험하기 시작했다고 하는데요. 그런 실험을 통해서 발명된 카메라가 바로 이 다게 레오 타입 카메라입니다. 여기서 한 가지 흥미로운 점은 카메라는 발명 당시 그림을 그리는 하나의 방법으로서 발명이 되었다는 점인데요. 현재의 화가와 사진사는 완전히 다른 직업처럼 느껴지고, 화가와 카메라는 완전히 다른 이미지를 만들어내는 주체로서 느껴지는 경향이 있는데, 당시 화가와 카메라는 그저 눈으로 볼 수 있는 이미지를 만들어내는 주체일 뿐이었습니다. 사실 카메라가 찍어낸 사진은 화가들의 스케치로서 사용되는 경우가 많았는데요. 실제로 화질이 떨어지던 당시의 사진들을 살펴보면 사람의 손으로 직접 그리며 한 번 더 교정이 이루어진 사진들을 흔하게 볼 수 있었습니다.



이렇게 탄생한 카메라는 기술의 발전과 함께 점점 선명해지기 시작하는데요. 이렇게 점점 선명해지는 사진은 화가의 자리를 무섭게 위협하기 시작합니다. 카메라가 탄생하기 전까지 화가가 그려놓은 그림이란, 유일하게 세상을 똑같이 재현해놓는 이미지였는데요. 카메라가 발명되고 기술이 발전되면서 사진기는 화가보다 더 선명한 이미지로 세상을 재현하기 시작합니다. 심지어 화가는 몇 시간이 걸리는 초상화 작업을 사진기는 '펑'하는 신기한 소리와 함께 몇 초가 되지 않는 시간에 작업을 끝내버렸습니다. 사진기는 화가보다 더 빠르고 더 사실적이게 세상을 재현하기 시작해버린 것이죠. 이는 화가들의 존재 이유를 없애버리는 아주 무서운 변화였습니다.


    

시간의 흐름과 함께 점점 단순한 모습으로 그려지고 있는 '피에트 몬드리안(Piet Mondrian)'의 나무 그림


그런 위협적인 변화 속에서 화가들은 카메라가 할 수 없는 일을 하는 아주 탁월한 선택을 하는데요. 사실적인 이미지만을 만들 수 있는 카메라가 만들 수 없는 사실적이지 않은 그림을 그리기 시작한 것인데, 이런 변화가 바로 추상화의 시작점이었습니다. 그렇게 카메라는 세상을 똑같이 그리기 위해서 몇 만 년을 노력해오던 인간의 역사를 뒤집어 버리는데요. 어쩌면 카메라는 세상을 완벽히 재현해야만 한다는 과제를 가지고 있던 화가들을 해방시켜주며 화가 개인만의 그림을 그릴 수 있게 해준 엄청난 발명품이었을지도 모릅니다. 세상을 재현하기만 해야 했던 예술가들에게 자신들만의 미술을 할 수 있게해 준 변화의 시작점이라고 할 수 있는 것이죠. 물론 그 변화가 무슨 필요가 있었냐는 물음도 존재할 수 있겠지만, 카메라의 탄생이 지금까지 이루어져온 현대미술 역사의 시작점에서 변화를 이끌었다는 사실은 느껴지시지 않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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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념미술가 : 이동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