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을 그리는 방법들, 앙리 마티스(Henri Matisse)

이번 주의 TV 미술 이유식은 현대미술의 숨겨진 거장 '앙리 마티스'에 대해서 이야기해보았습니다. 파블로 피카소가 그림에 그려지는 사물의 형태를 부숴버린 화가라고 한다면, 앙리 마티스는 그림에 그려지는 사물의 색채를 바꿔놓은 인물이라고 할 수 있는데요. 피카소에 비해서 인지도가 조금은 떨어지는 앙리 마티스이지만, 사실 더 넓은 미술을 위해서 프랑스로 이주해온 무명의 피카소를 발굴해낸 인물이 또한 앙리 마티스이기도 합니다. '야수파'라는 앙리 마티스 자신의 화풍을 이끌면서, 일반적으로 이용되던 현실과 똑같은 색채보다는 야수 같은 강렬하고 매력적인 색채를 사용한 것으로 색채의 변화를 이끌어낸 인물이죠.


   

앙리 마티스의 모자를 쓴 여인(Women with a hat)과 마티스 부인의 초상(Potrait of Madame Matisse)


이렇게 그의 그림들을 살펴보시면 1800,1900년대에서는 보기 힘든 색채를 사용했던 것을 볼 수 있는데요. 청록색, 보라색 등의 현실과는 많이 동떨어진 이런 색상을 얼굴에 사용하는 색채들이 지금은 아무렇지도 않게 받아들여지는 방식이지만, 당시에는 굉장히 혁명적인 새로운 색채였습니다. 당시의 화가들은 얼굴에는 살색을 옷에는 진짜 옷의 색감과 비슷한 검은색과 갈색 등을 사용하는 것이 당연하게 받아들여지던 시기였죠. 거기다 배경을 그리지 않고 그저 색을 칠해놓는 부분 또한 인상적으로 그려지는 '인상주의'의 그림과도 같은 부분이었습니다. 사실 야수파와 인상주의는 그림을 현실적으로만 그리는 고전의 미술에서 탈피해가는 시기에서 함께 존재하던 같은 계통의 화풍이기도 한데요. 그 둘을 '인상파'라는 하나의 큰 화풍으로 바라보는 경향도 존재합니다.


  


그리고 이렇게 현실의 공간을 그대로 그리지 않은 그림들도 주목해볼 만한 부분인데요. 탁자를 현실의 탁자와 같은 공간으로 보지 않고, 완전히 다른 차원의 세상처럼 그려놓는 이런 방식들은 당시에는 볼 수 없었던 새로운 시선이었습니다. 이렇게 평소 다른 화가들의 그림에서는 볼 수 없었던 새로운 방식들은, 당시 사람들에게 강렬한 인상을 남기기에 충분한 시도들이었죠.


앙리 마티스(Henri Matisse)의 푸른 누드(Nu blue lll)


앙리 마티스(Henri Matisse)의 달팽이(The Snail)


개인적으로 가장 흥미롭게 생각하는 앙리 마티스의 작품은 바로 이 컷아웃 작품들입니다. 노년에 암 투병 생활을 함께하면서 많은 '컷아웃'작품들이 만들어졌다고 전해지는데요. 앙리 마티스는 이 작품에 대해서 이야기할 때 '잘라서 그림을 그렸다.'는 표현을 자주 사용했다고 합니다. 평생 더 강렬한 그림을 찾아 헤매던 야수파 화풍의 거장이 노년에 선택한 방법이라고 하기에는 조금 어처구니없게 들리는 말일 수도 있겠지만, 사실 '잘라서 그림을 그렸다.'는 표현은 모두가 사용하지 않던 강렬한 색상을 사용한 그의 젊었을 적 그림보다도 큰 새로움과 강렬함을 주기에 충분한 선택이었습니다. 종이를 직접 오려서 이미지를 만드는 행위를 '만들었다.'고 표현하지 않고 '그렸다.'고 표현하는 이 방식은 '그림은 붓과 물감을 이용해서 그리는 것'이라는 당연한 인식에 대한 새로운 개념이자 생각이었죠. 모두가 똑같은 색을 이용할 때 다른 색을 이용하고, 모두가 같은 방식으로 공간을 해석하며 그릴 때 다른 방식으로 해석하며 그렸던 젊었을 적 앙리 마티스의 행위와는 그 크기가 다른 새로운 행위였습니다. 평생의 걸친 이런 새로운 시도들이 그를 현대미술의 3대 거장 중 1명이라 불릴 수 있게 해준 핵심적인 요소일 수도 있겠죠. 


이렇게 앙리 마티스는 항상 더 강렬한 새로움을 추구하며 평생을 보낸 거장이라고 할 수 있는데요. 평생을 정해진 시간에 하루 4시간 이상을 꼭 그림을 그리며 지내는 집착에 가까운 그림에 대한 그의 열정이 이런 많은 시도들을 탄생시키지 않았나 하는 생각이 듭니다. 앙리 마티스와 함께 현대미술의 거장들이라 불리는 마르셀 뒤샹과 파블로 피카소에 비해서는 조금은 낮은 인지도와 언급이 이루어지는 화가이지만, 그가 해내었던 그림에 대한 역사적인 업적들은 함부로 무시할 수 없는 부분들이 정말 많은 것 같네요.


앙리 마티스(Henri Matiss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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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념미술가 : 이동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