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직 그림만을 위하여, 스터키스트(Stuckist)

오늘은 집착하는 사람들이라는 뜻의 이름을 가진 '스터키스트(Stuckist)'에 대해서 이야기해보려고 하는데요. '스터키스트'는 오직 회화만이 예술이라고 주장하는 회화 주의 예술가 그룹입니다. 현대에서 활발하게 이루어지고 있는 개념미술 등을 거부하는 시위를 펼치며 오직 그림만이 예술이라고 외치는 예술가 그룹인데요. 이외도 오직 회화 작품만으로 구성된 자신들의 독자적인 전시회 등을 펼쳐놓는 활발한 활동과 함께 회화 주의를 뜻한 '스터키시즘(Stuckism)'이라는 단어까지 만들어낸 역동적이면서도 재미난 예술가 그룹입니다.



회화주의자 스터키스트들이 현대미술 전시회외 시상식 등에서 반대시위를 벌이고 있는 모습


이들은 영국의 현대미술과 개념미술을 주도하고 있는 '영국의 젊은 작가들(YBA)'과 가장 눈에 띄는 대립을 보이고 있는 그룹이면서, 영국 현대미술의 가장 큰 시상식 '터너 프라이즈'를 가장 강력하게 반대하고 있는 예술가들이기도 한데요. 현대에서 주를 이루고 있는 현대미술에 대해서 강력한 반대 의견과 함께 다양한 방법으로 반대 시위를 펼치고 있기도 합니다. 이렇게 현대미술을 반대하며 활발한 활동을 벌이고 있는 스터키스트는 1999년 빌리 차일디시라는 화가를 기점으로 영국의 13명의 화가들이 만들어낸 소규모의 그룹이었는데요. 현재는 전 세계 52개국의 233개 그룹으로 나눠져 세계적인 활동을 보여주는 거대한 화가 집단이 되었습니다. 이 그룹의 거대함이 현대미술을 즐기고 좋아하는 이들만큼, 반대하는 이들도 많다는 사실을 잘 보여주는 것 같은데요. 그런데 이 그룹의 가장 재미난 점은 '스터키스트'라는 이름의 탄생 비화와 얽힌 가장 진보적인 현대미술가 그룹 'YBA'와의 관계에 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과거 연인 트레이시 에민을 조롱하는 내용이 담긴 빌리 차일디시의 대표 그림 작품


   

과거 연인이었던 YBA의 트레이시 에민(Tracey Emin)과 스터키스트의 빌리 차일디시(Billy Childish)


사실 이 '스터키스트'라는 이름으로 이 회화 주의 그룹을 탄생시킨 빌리 차일디시는 완전히 반대되는 성향의 예술가 그룹 YBA 중 한 명의 작가와 아주 깊은 인연이 있는데요. 바로 YBA의 대표 작가 중 한 명이라고 할 수 있는 '트레이시 에민'과 과거 연인 사이였다는 사실입니다. 그리고 '스터키스트'라는 이름도 이 둘이 연인이던 시절 진보적인 현대미술의 성향을 가지고 있던 YBA의 트레이시 에민이 회화에 집착하는 빌리 차일디시에게 자주 이용하던 단어 '집착한다'는 뜻을 가진 단어 '스턱(Stuck)' 그대로 이용해서 만든 이름이라고 하는데요. 과거 연인의 싸움에서 나온 단어가 하나의 거대한 그룹을 만들어냈다고도 할 수 있겠죠.


빌리 차일디시의 이름이 적혀있는 트레이시 에민의 작품 '나와 함께 잤던 모든 사람들 1963 ~ 1995)


그리고 이런 '스터키스트'의 이름과 관련된 이들의 일화를 알리게 된 계기는 트레이시 에민이 지금까지 자기와 함께 잠들었던 이들의 이름을 붙여놓은 텐트 작품을 공개하면서 였는데요. 트레이시 에민의 작품에서 정반대 성향의 예술가 '빌리 차일디시'의 이름이 나오면서 이 둘의 이야기는 사회적인 이슈가 되기에 아주 적절한 이야기였습니다. 아이러니하게도 현대미술을 반대하는 회화 주의자 단체의 유명세가 그들이 반대하는 현대미술품에 의해서 만들어지는 재미난 사건이었죠.




이렇게 '스터키스트'라고 불리는 이 예술가들은 계속해서 현대에서 이루어지고 있는 개념미술들을 반대 활동으로 현대에서 이루어지고 있는 현대미술의 한 영역을 구축해내는 것에 성공했다고 할 수 있을 것 같은데요. 이름의 유래로 얽힌 정반대 성향의 두 연인의 이야기부터 이들의 반대 성향과 시위들까지 현대미술의 혼란을 아주 잘 나타내는 모습인 것 같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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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념미술가 : 이동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