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미술의 변화, 레디메이드(Readymade : 기성품)
- 방송/그 외 방송들
- 2015. 12. 29. 23:48
오늘의 TV 미술 이유식은 '레디메이드(Readymade)'라는 미학적인 용어에 대해서 이야기해보았습니다. '기성품'이라는 뜻을 가진 철학 용어이기도 한 이 '레디메이드'라는 단어는 과학 기술의 발전으로 나타난 공장에서 쏟아져 나오는 기성품을 뜻하는 용어인데요. 마르셀 뒤샹에 의해서 떠올랐다고 할 수 있는 이 단어는 급격한 과학 기술의 발전이 이어지는 지금까지도 뜨겁게 논의되고 있는 철학적인 부분이기도 합니다. 조금 더 쉽게 이 말을 풀어보자면 사람의 손으로 만든다는 '핸드메이드'의 반대말이라고도 할 수 있겠죠.
마르셀 뒤샹(Marcel Duchamp)의 자전거 바퀴(Bicycle Wheel)
이렇게 지금까지도 활발하게 논의가 이루어지고 있는 철학적인 용어 레디메이드를 본격적으로 떠오르게 만든 최초의 작품은 바로 이 '자전거 바퀴(Bicycle Wheel)'이라는 작품입니다. 인류 최초로 누구나 구매할 수 있는 기성품을 이용해서 만든 작품이라고 할 수 있는데요. 그림을 그리는 화가로서 높은 명성을 가지고 있던 마르셀 뒤샹에게 기성품을 이용해서 만드는 이런 작품은 관객에게 그림과는 또 다른 새로운 놀라움을 선사해주기 위한 선택이었습니다. 당시는 과학의 눈부신 발전으로 기성품들이 쏟아져 나오는 시기였는데요. 과학이 만들어내는 다양한 기성품과 비행기와 같은 하늘을 나는 고철 덩어리가 등장하던 시기이기도 했습니다. 이렇게 다양하게 쏟아져 나오는 볼거리들 사이에서 화가들의 그림은 조금씩 조금씩 지루하고 재미없는 볼거리가 되어가고 있었죠. 그런 와중에 의자에 자전거 바퀴를 거꾸로 달아놓고 작품이라고 내놓은 이 작품은 관객들에게 '이게... 미술이라고??'라는 놀라움과 함께 미술이 다시 한 번 흥미로운 볼거리로 살아남을 수 있는 선택이었습니다. 이런 뒤샹의 깨달음 일깨워준 사건이 이 작품을 만들기 1년 전 마르셀 뒤샹이 방문했던 항공 박람회라고 할 수 있는데요. 이런 일화와 함께 레디메이드 작품들의 탄생 비화를 정리한 포스팅을 링크해놓도록 하겠습니다.
마르셀 뒤샹 : 회화는 망했어! 그림은 망했어! (Painting is washed up!)
마르셀 뒤샹(Marcel Duchamp)의 대표 작품 '샘(Fountain)'
이런 레디메이드(기성품)와 미술의 오묘한 관계를 극단적으로 보여주는 작품이 바로 이 마르셀 뒤샹의 '샘'이라는 작품입니다. 남성용 소변기를 뒤집어놓은 작품인데요. 현대미술의 거장이라 불리는 마르셀 뒤샹의 대표 작품입니다. 한 시대 미술 거장의 대표 작품이 변기통이라니, 그 존재 자체가 참 난해한 작품인데요. 화장실에서나 보던 변기통이 미술 작품으로서 나왔다는 사실은 의자에 자전거 바퀴를 거꾸로 달아놓았던 지난 작품보다 더 격렬하게 '이것도 미술이냐'는 의문을 들게 만들죠. 하지만 조금만 간단하게 생각해보자면, 변기통은 사실 마르셀 뒤샹이 지난 작품에서 사용한 자전거 바퀴와 의자와 다르지 않은 그저 공장에서 만들어져서 나온 기성품에 불과합니다. 변기통이나 의자나 자전거 바퀴나 그저 기성품, 레디메이드에 불과한 것이죠. 다만 평소 이 물건들이 사용되던 물건들의 환경으로 인해서 이 변기통은 작품으로서 더 큰 충격을 불러오는데요. 화가의 그림만이 작품으로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는 사실을 말하며, 이런 기성품(레디메이드)도 미술이 될 수 있다는 사실을 알리기에는 오히려 이렇게 변기통처럼 극단적인 물건을 작품으로 내놓는 것이 더 적절한 선택이라고 할 수 있겠죠.
조금 다른 방향으로 생각해보자면, 화가는 캔버스를 만들지 않고 붓을 만들지 않고 물감을 만들지 않습니다. 결국 화가가 사용하는 붓과 물감, 캔버스도 모두 공장에서 나오는 기성품인데요. 어쩌면 마르셀 뒤샹은 의자를 캔버스로 두고 자전거 바퀴를 물감으로서 의자라는 캔버스 위에 그려놓은 것일지도 모르겠습니다. 결국 일반적인 물감과 캔버스로 나온 작품이나 조금 다른 방식의 캔버스로서의 의자와 물감으로서의 자전거 바퀴를 통해서 나온 작품들 모두 결국은 미술가의 손에 의해서 탄생된 작품에 불과할 뿐일지도 모르죠. 마르셀 뒤샹이 '샘'이라는 작품을 내놓는 것으로 한 가지 확실하게 변화한 사실은 늘 눈으로만 아름다운 그림과 조각상들이 존재하던 미술관에 절대 아름답다고 말할 수 없는 변기통이 거장의 작품으로서 전시되고 있게 만들었다는 사실인데요. 마르셀 뒤샹은 이렇게 기성품(레디메이드)이라는 세상의 새로운 변화와 함께 꼭 눈으로만 아름다운 것이 더 이상의 미술이 아니라는 아주 재미난 사실을 극단적으로 보여준 미술가인 것 같습니다. 레디메이드... 참 어렵죠...?
마르셀 뒤샹(Marcel Ducham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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