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념미술의 시작, 마르셀 뒤샹(Marcel Duchamp)
- 방송/그 외 방송들
- 2015. 12. 28. 20:45
오늘의 TV 미술 이유식은 현대미술의 거장 '마르셀 뒤샹'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마르셀 뒤샹은 미국에서 활동한 프랑스 출신의 미술가로 현대에서 가장 활발하게 이루어지고 있는 '개념미술'의 기반적인 철학들을 성립해놓은 거장인데요. '남성용 소변기'를 그대로 내놓은 '샘'이라는 작품이 그의 대표작이기도 하죠.
마르셀 뒤샹(Marcel Duchamp)의 계단을 오르는 나체(Nude decending a staircase)
개념미술의 기틀을 마련한 거장 '마르셀 뒤샹'도 사실은 그림을 그리던 화가였습니다. 유럽에서 인상주의, 입체파 그림을 그렸던 마르셀 뒤샹은 자신의 그림을 받아주지 않는 유럽의 화단에 분노하며 그의 작품과 함께 미국으로 이주하는데요. 입체파를 본인의 방식으로 독창적으로 해석해오던 마르셀 뒤샹의 그림은 미국에서 주목을 받기에 충분한 작품이었습니다. 그렇게 마르셀 뒤샹은 미국으로 가져온 '계단을 오르는 나체'라는 그림과 함께 미국의 스타 미술가가 되어버리죠.
마르셀 뒤샹(Marcel Duchamp)의 자전거 바퀴(Bicycle Wheel) (1913)
그렇게 그림을 그리던 마르셀 뒤샹이 처음으로 누구나 구매할 수 있는 기성품(Readymade : 레디메이드)을 이용해서 만든 첫 작품이 바로 이 자전거 바퀴라는 작품인데요. 의자에 자전거 바퀴를 거꾸로 달아놓은 아주 요상한 작품입니다. 이런 작품을 내놓게 된 계기로는 1912년에 마르셀 뒤샹이 방문한 항공 박람회에서의 일화가 가장 많이 언급이 되는데요. 마르셀 뒤샹은 항공 박람회에서 항공기에 달려있는 프로펠러를 보고는 재미난 명언을 남깁니다. '회화는 망했어! 누가 저 프로펠러보다 더 멋진 걸 만들 수 있겠어!?'라는 무슨 뜻인가 싶은 말이었는데요. 아주 오묘한 뜻을 가지고 있으면서 미술의 거대한 변화를 이끌어오게 만든 말이기도 합니다.
마르셀 뒤샹이 항공 박람회를 방문했던 1912년은 라이트 형제가 비행에 성공한 1903년에서 겨우 10년이 지나지 않은 시기였는데요. 이처럼 항공기, 비행기라는 물체는 사람들에게 굉장히 새로운 존재였습니다. 화가들이 그리는 그림들이 사람들의 눈길을 끌기에 충분했던 당시와 같은 환경에서 나타난 하늘을 나는 고철 덩어리 비행기는 사람들에게 신선한 충격을 주는 볼거리였는데요. 이렇게 1900년대에 급격한 발전을 이뤄낸 과학이라는 존재는 사람들에게 거대하면서도 신기한 볼거리들을 제공해주었습니다. 그리고 사람들은 조금씩 그림이라는 미술가들이 그려놓은 이미지에 싫증을 느껴가기 시작했는데요. 거대한 비행기 옆에 그 어떤 명화가 놓여있더라도 사람의 눈은 결국 비행기를 보고 있는 것이 당연하겠죠. 이처럼 당시의 미술은 과학이 만들어낸 거대하고 진귀한 볼거리에 그 자리를 위협받고 있던 상황이었습니다. 그리고 '회화는 망했어!'라고 외치던 마르셀 뒤샹의 말에는 이런 과학과 미술의 오묘한 관계가 들어있었다고 할 수 있죠. 그렇게 1912년 항공 박람회를 방문한 마르셀 뒤샹은 다음 해에 '자전거 바퀴'라는 기성품을 이용한 요상한 작품을 만들어내는데요. 이 작품은 사람들에게 눈으로 보이는 이미지로서 관심을 가지게 만들기보다는 '이게 미술이라고..?'라는 머릿속의 놀라움과 함께 눈길을 끌기에 충분한 작품이었습니다. 눈으로 보는 이미지로 관심을 받는 것이 아닌 '이게 미술이라고...?'라고 생각하는 의문과 같은 생각과 개념으로서 눈길을 끌게 만드는 개념미술의 기반적인 틀을 만들어낸 작품입니다.
마르셀 뒤샹(Marcel Duchamp)의 샘(Fountain)
이렇게 기성품을 재료로 작품을 내놓기 시작한 마르셀 뒤샹은 이 '샘'이라는 작품을 두 번째의 레디메이드(Readymade) 작품으로서 내놓는데요. 남성용 소변기를 작품으로 내놓는다니 의자에 자전거 바퀴를 거꾸로 달아놓은 작품보다도 더욱 말도 안 되는 작품이죠. 그리고 이런 말도 안 되는 재료를 이용한 작품은, '이게 무슨 미술이냐!'는 분노에 가까운 논란과 함께 미술이라는 것에 대한 새로운 생각을 일깨우게 만듭니다. 변기통을 작품으로서 내놓아버리는 마르셀 뒤샹의 이런 선택을 부정적으로 보는 이들도 굉장히 많은 것이 사실인데요. 한 가지 확실한 것은 그가 변기통을 작품으로서 내놓는 이런 선택은, 오직 과거의 명화만이 걸려있던 갤러리와 박물관에서 변기통이 전시되게 만드는 엄청난 변화를 이끌었다는 사실이죠. 이 부분을 조금 더 자세히 살펴보고 싶으신 분들은 제가 작성했던 과거 에세이 '회화는 망했어! 그림은 망했어!'를 읽어보시면 도움이 될 수 있을 것 같네요.
회화는 망했어! 그림은 망했어! (Painting is washed up!)
마르셀 뒤샹(Marcel Ducham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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