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어로서의 미술


'언어'라는 것은 우리 모두가 사용하는 의사소통의 수단입니다. 사람은 서로가 원하는 정보를 교류하는 의사소통을 위해 말을 시작했고, 서로가 한 공간에 있을 때만 의사소통 가능한 이 이라는 의사소통 수단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문자를 만들었습니다. 그렇게 만들어진 그림문자들은 점점 복잡해지고 체계화되면서 더 이상 그림이 아닌 독자적인 문자로 발전하였죠. 그런 문자들은 조합을 통해 문장으로 만들어지며 더더욱 세세한 정보들을 기록하고 교환할 수 있게 됩니다. 그리고 또 문장은 모여서 더더욱 길고 세세한 정보를 남길 수 있는 글이 되죠. 이처럼 쉽게 이라고 떠올릴 수 있는 언어라는 단어는 조금 크게 바라본다면 의사소통과 정보 전달을 위해서 사용되는 말, 문자, , 그림 등도 모두 포함되어 있습니다물론 그림, 조형과 같은 예술 분야가 언어로서 어떠한 메세지를 전달한다는 이러한 관점은 일명 '꿈보다 해몽이라고 불리는 불필요한 해석과 과장 등을 예술 작품에 붙여 놓을 때 가장 요긴하게 쓰이는 핑계거리일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그저 복잡해 보이기만 한 미술이 그래도 뭔가를 전달하기는 하려고 한다.'라는 생각을 가지며 도저히 이해할 수 없을 것만 같은 미술을 이해하는 것이 가능하겠다.'라는 희망을 가지게 해주는 요소가 될 수도 있겠죠.


조금 다른 방식으로 사람이 언어를 이해하는 구조를 생각해보자면, 언어는 기본적으로 추측을 기반 삼아 의사소통이 이루어진다고 몇몇 서적들에서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간단하게 예를 들어보자면 외국어를 공부할 때를 생각해볼 수 있는데, 기본적인 구성의 문장들에서는 딱히 문법을 알지 못해도 핵심적인 단어들의 뜻을 알고 있다면 나름대로 정확한 뜻을 추측하여 해석이 가능합니다. 단어들을 통해서 문장을 추측해보는 것으로 언제, 얼마큼 했는지 와 같은 세세한 부분은 알지 못하지만, 누가 무엇을 했는지 와 같은 아주 간단한 정 보는 얻어낼 수 있는 것이죠이처럼 언어는 문장의 문법, 단어와 같이 주어진 조건을 통한 추측을 기반으로 더욱 정확한 정보를 예상하며 의사를 소통한다고 할 수 있습니다글에서는 주어진 조건이 문장과 문장을 이루는 단어 그리고 문법인데, ''이라는 것은 만들어진 이유 자체가 '정확한 정보 전달'이라는 특징을 가진 언어로 사회적으로 약속된 문법과 단어의 뜻들이 정확하게 존재합니다그리고 우리는 사회적으로 약속된 문법과 단어의 뜻들을 통해 거의 확신에 가까운 추측을 하며 편리하게 자신의 의사를 소통하는 것이죠. 그런데 문학과 시, 미술에서는 그 추측의 보기가 굉장히 다양합니다. 예를 들어 화가가 예술 작품으로 그려놓은 꽃은 여성을 상징할 수도 있고, 정열을 상징할 수도 있고, 아픔을 상징할 수도 있습니다. 그리고 짓궂게도 진실은 화가가 그저 오늘 아침에 집 앞에 핀 꽃을 그려본 것 일 수도 있죠. 이처럼 예술이라는 언어는 정확한 정보 전달을 위해 사회 전체적인 약속을 기반으로 하는 문자와는 다르게 추측의 범위가 굉장히 넓습니다. 조금 부정적으로 본다면, 집 앞에 있는 꽃을 그린 그림 하나를 가지고 괜히 쓸데없이 많은 의미 부여를 한다고 말할 수도 있지만, 반대로 긍정적으로 생각해본다면 집 앞에 있는 꽃을 그린 그림 하나를 가지고 여성에 대해서 생각해보고, 정열에 대해서 생각해보고, 아픔에 대해서 생각해볼 수 있다는 것이겠죠. 여성, 정열, 아픔 외에도 꽃 그림 하나를 통해서 여러 가지 추측을 해보는 열린 생각을 해볼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는 것이 이 예술이라는 언어의 특징일 수도 있습니다. 가끔은 말이나 글로 표현할 수 없는 생각이 나 감정을 그림이나 음악을 통해서 전달하고 느껴볼 수 있는 것과 같다고 할 수 있을까요.


트로이카(Troika)의 작품 '어제의 날씨(The Weather Yesterday)


트로이카의 작품과 함께 이런 부분들을 이해해보면 좋을 것 같습니다. '어제의 날씨(The weather yesterday)'라는 재미난 작품인데, 제목 그대로 어제의 날씨를 알려주고 있는 작품입니다. 간단하지만 은근히 많은 메세지를 담고 있는 작품이죠. 오늘의 주제와 맞게 작품을 언어적으로 이해해보자면 작품은 그저 어제는 밝았다, 혹은 비가 왔다 와 같은 아주 간단한 어제의 날씨에 대한 정보를 전달해주고 있습니다. 하지만 평소에는 관심이 없던 어제의 날씨에 대한 정보를 작품을 통해서 전달받는 것으로 사람들은 많은 메세지들을 추측하기 시작합니다. 대게는 오늘과 내일의 날씨에만 주목하는 현대인의 모습을 보여주며, 과거를 돌아보지 않고 현재와 미래에만 집중하고 있는 우리의 모습을 보여준다고들 말하고 있죠사실 언어적으로만 바라본다면 '어제는 비가 왔습니다.'라는 문자메시지를 받고는 '오늘과 내일의 날씨에만 주목했던 우리의 모습이 지나치게 현재와 미래에만 집중하고 있는 현대인의 모습이 보인다.'라고 말하 고 있는 것과도 같은데요. 이렇게 써놓고 보니 참 바보 같은 짓 같기도 합니다. 사실 어제 비가 왔는지, 흐렸는지는 더 이상 우리에게 중요하지 않은 이성적으로 확실한 사실이자 현실입니다. 어제 비가 왔다고 해서 오늘 우산을 챙길 필요는 없고, 어제 날이 좋았다고 해서 오늘 우산을 챙기지 않을 이유가 되는 것은 아니죠. 하지만 신기하게도 '어제의 날씨'라는 트로이카의 작품을 마주치면, ', 나는 어제의 날씨에는 관심 가졌던 적이 없구나.'라는 생각이 들게 되는 것도 부정할 수만은 없는 이성적인 사실입니다. 미술작품에 대한 과도한 설명을 좋아하지 않는 저조차도 '현재 우리 삶에 대해서 생각해보게 만드는 재치 있는 작품이다'라는 의견에는 정말 많이 공감했었는데요. 실제로 많은 분들이 그런 부분을 공감하며 관심받은 작품으로 작년 한국에서도 전시회를 통해서 소개가 되었던 작품이죠제대로 설명을 한 것인지는 잘 모르겠지만, 이런 부분이 똑같은 메세지로 많은 것을 생각해보게 만들 수 있는 예술이라는 언어의 장점인 것 같습니다. 하나의 정보를 확실하게 전달하는 정확한 정보 전달을 목적으로 하는 것이라면 이처럼 비효율적인 언어는 없겠지만, 가끔은 정확한 정보 전달을 해야만 돌아가는 일반적인 일상에서 잠시 빠져나와 쓸데없이 이런저런 생각을 해보게 만드는, 속된 말로 마음이 풍요로워지는 시간을 가져보게 해준다고 할 수 있을까요. 사실 어제는 비가 왔었다고 말해주는 이 작품을 보고, ', 어제 비가 왔구나.'라고 추측을 하든 '어제의 날씨를 말해주는 작품이구나, ... 나는 늘 오늘과 내일 날씨에만 집중했었구나.'라고 그 정보를 추측을 하든 결국 맞는 정답도 없고 틀린 오답도 없으니 말이죠. 틀린 것도 없고 옳는 것도 없으니 스트레스 없이 마음껏 생각해볼 수 있는 이런 자유로움이 미술이라는 언어의 은근한 매력인 것 같습니다.


사실 이 글을 쓰고 있는 저 조차도 미술가가 미술이라는 언어를 사용하면서 어떤 메세지를 얼마큼 자유롭게 전달해야 좋은 미술이라고 할 수 있는지에 대해서는 확신하지 못 합니다. 답이 없는 미술에서 어떤 게 좋은 것인지를 생각하는 것 자체가 참 바보 같은 짓일 수도 있겠죠. 하지만 미술가들이 던져놓은 메세지 앞에서, 혹은 작품을 만든 미술가 자신도 모르는 작품이라는 메세지 앞에서, 어떤 식으로 작품을 이해해볼 수 있는지는 조금 이해가 되는 것 같지 않으신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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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념미술가 : 이동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