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붕어 : 티니 (3) 앤디 워홀의 명언


이 '금붕어 : 티니’라는 작품은 앞글에서 말씀드렸던 것처럼 사실 대학 졸업 전시의 졸업 작품으로 처음 내놓았던 작품인데요. 2016년 졸업 이후 찾아온 2018년 1월, 직접 기획하고 치러낸 저의 첫 공식 전시회 ‘가끔 하는 전시’에 내놓은 첫 공식 작품이기도 합니다. 졸업 전시회부터 시작하여 첫 공식 전시회까지 약 3년이라는 시간 동안 이 작품을 사람들 앞에 내놓으며 관객분들과 다양한 대화를 나눠볼 수 있었는데요. 이런 대화 속에서 이 작품에 담긴 개념을 함께 생각해보기 위해 관객분들에게 가장 많이 언급했던 사례는 바로 '앤디 워홀의 가짜 명언'에 대한 부분이었습니다. 이 금붕어 : 티니라는 작품과는 굉장히 동떨어진 주제를 가진 사례 같지만, 작품의 현상과 앤디 워홀 가짜 명언 사례의 현상을 비교해보면 재미난 공통점들을 많이 발견할 수 있죠.

일반 유명해져라. 그렇다면 당신이 똥을 싸도 사람들은 박수 쳐줄 것이다.
(Be famous, and they will give you tremendous applause even when you are actually pooping.)

'일단 유명해져라.'라는 시작 문구만 들어도 생각나는 앤디 워홀의 명언 '일단 유명해져라. 그렇다면 당신이 똥을 싸도 사람들은 박수 쳐줄 것이다.'는 국민 명언이라 할 만큼 모두가 알고 있는 구문인데요. 이렇게 우리 모두에게 너무나 당연하게 느껴지고 있는 앤디 워홀의 명언은 사실 앤디 워홀의 명언이 아닙니다. 이 가짜 문장은 국내 포털 사이트에서 완벽한 문법의 영어 문장과 함께 인용되는 경우가 많은데요. 신기하게도 이 영어 문장을 영어권의 가장 큰 검색엔진 구글에 검색해보면 오직 한국어 사이트만 검색되는 것을 발견할 수 있습니다. 사실 이 사례는 제가 영국에서 졸업 전시회와 함께 준비했던 졸업 논문의 주제이기도 했는데요. 당시 논문에서는 앤디 워홀의 진짜 명언에서 나타난 '허상'이라는 단어와 함께 이 사례와 아우라 등을 다뤘었죠. 졸업을 준비하던 시기 관심을 가지고 있던 의문이 논문과 작품으로 함께 표현되고 있었던 것이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간단하게 이 앤디 워홀의 가짜 명언 현상과 금붕어 : 티니라는 작품이 가지는 첫 번째 공통점은 바로 존재하지 않는다는 점입니다. 사람들과 많은 기사 등이 앤디 워홀의 가짜 명언을 언급하고 존재하는 듯 이야기하고 있지만, 앤디 워홀은 이미 사망했고 그가 그런 말을 했던 흔적은 존재하지 않죠. 또 계약서와 함께 복제된 다양한 금붕어 티니의 일러스트를 담은 작품들은 금붕어 티니가 존재하는 듯 이야기하고 있지만, 금붕어 티니는 애초에 존재하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존재하지 않는 금붕어 티니와 앤디 워홀의 가짜 명언은 이미 우리에게 인지되고 있죠.

'존재하지 않지만 인지된다.'라는 말은 앤디 워홀의 사례와 작품 금붕어 : 티니에 조금씩 다르게 적용되는 말인데요. 앤디 워홀의 가짜 명언 사례는 앤디 워홀은 실제 존재했었던 인물로서 그의 이미지가 담긴 존재하지 않는 명언이 우리에게 인지된 것이라면, 금붕어 : 티니는 애초에 실제로는 존재하지 않던 가상의 존재가 인지된 것이죠.

앤디 워홀


사실 이 앤디 워홀 사례와 함께 논문을 준비하던 중 그가 직접 저술한 책 ‘앤디 워홀의 철학’에서 재미난 문구 하나를 발견하는데요. 마치 지금 벌어지고 있는 가짜 명언을 예언하는 듯한 말이었습니다.

그 이유를 이해할 수는 없지만, 우리가 죽었을 때 우리는 그저 사라지는 것이 아니다. 모든 것은 그대로 돌아가고 있지만, 그저 당신이 그곳에 없을 뿐인 것이다. 난 항상 내 무덤 위에 올려질 비석을 공백으로 남기는 것을 생각해왔는데 '허상'이라는 단어를 사용하는 것도 꽤 괜찮은 일이라고 생각한다.

( I never understood why when you died, you didn’t just vanish, everything should just keep going on the way it was only you just wouldn’t be there. I always thought I’d like my own tombstone to be black. No epitaph, and no name. Well, actually, I’d like it to say ‘Figment’. (Warhol, 1975, p 126) )

이 구문에서 언급된 허상이라는 단어는 당시 준비하던 논문의 중심을 잡아주며 조금 더 수월한 진행이 가능하도록 만들어준 탁월한 단어였는데요. 아무것도 적고 싶지 않았던 묘비 위에 문득 적고 싶다고 말한 허상이라는 단어는 마치 한국에서 만들어진 그의 가짜 명언을 뜻하는 것만 같은 단어였습니다. 또 문장 자체가 미디어 매체의 발전과 함께 나타나는 새로운 사회의 모습에 대해 여러 방향으로 생각해볼 수 있게 만들어주는 탁월한 문장이기도 한데요. 앤디 워홀 본인과 같이 미디어 매체를 통해 대중들에게 많이 노출되는 공인의 이미지가 어떻게 작용하는지를 그가 얼마나 잘 파악하고 있었는지 보여주는 것만 같죠.

사회 속에서 사람의 죽음은 앤디 워홀의 말처럼 완전한 사라짐을 뜻하는 것이 아닙니다. 그저 더 이상 그곳에 현실적으로 존재하지 못할 뿐, 죽지 않은 사회 속 사람들의 생각 속에서 사진을 통해, 영상을 통해 혹은 그저 상상을 통해 사라지지 않고 존재하죠. 특히나 앤디 워홀과 같은 공인은 죽음 이후에도 훨씬 더 많은 사람에게 잊히지 않고 존재하게 되는데요. 여기서 상당히 흥미로운 부분이 바로 이 '금붕어 : 티니'에 담겨 있기도 합니다.

오직 잡지, TV 등을 통해 앤디 워홀에 대한 정보를 접하는 것으로 잡지 속의 앤디 워홀과 TV 속의 앤디 워홀과만 관계를 형성했던 대중은 사실 단 한 번도 실제 앤디 워홀을 본 적이 없습니다. 이는 마치 실제 금붕어 티니를 한 번도 본 적 없이 오직 프린트된 종이 위의 티니 만을 접한 금붕어 : 티니의 관객과 상당히 비슷한 조건이기도 한 것이죠.

이와 같은 환경 조건이 앤디 워홀이 위 구문에서 ‘허상(Figment)’이라는 단어를 사용한 이유이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하고 있습니다. 죽은 사람의 비석에 적혀진 문구는 살아생전 그를 알고 있던 이들이 죽은 이를 떠올릴 수 있도록 해주는 역할을 가지는데요. 살아생전의 그를 오직 미디어 매체를 통해 만났던 대중에게는 앤디 워홀의 비석마저 결국은 미디어 매체를 통해 접했던 앤디 워홀의 허상을 떠올리게 만드는 것에 불과한 것이죠.

그래서 저는 사실 앤디 워홀의 가짜 명언 ‘일단 유명해져라. 그렇다면 당신이 똥을 싸도 사람들은 박수 쳐줄 것이다.’라는 말을 앤디 워홀이 단 한 번도 했던 적이 없다고 하여 이것이 꼭 앤디 워홀의 말이 아니라고만 할 수는 없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하기도 했었습니다. 어쨌든 그 문구는 많은 대중이 바라보았던 허상의 앤디 워홀과 너무나 어울리는 문구였기에 허상의 허상으로서 함께 존재하고 있었을지도 모르니 말이죠. 어차피 둘 모두는 진짜가 아닌 허상의 이미지일지도 모르겠습니다. 마치 존재하지 않는 금붕어 티니가 작품으로 만들어진 다양한 복제물을 통해 사람들의 머릿속에 인지되는 것처럼 말이죠.


또 한 가지 재미난 점은 어항, 수초, 티니. 이렇게 세 가지로 구성된 일러스트에서 금붕어인 티니는 존재하지 않지만 수초와 어항은 실제로 존재한다는 사실인데요. 가장 메인의 자리에서 예술가적 기운이자 아우라를 빌려주는 티니는 존재하지 않지만 수초와 어항은 처음부터 끝까지 존재하고 있었다는 사실이 큰 의미는 없지만 괜스레 한 번 더 피식해볼 수 있게 해주는 요소가 되기도 하는 것 같습니다.


 (다음 글에서 계속)


금붕어 : 티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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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념미술가 : 이동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