뱅크시, 경매장에서 작품을 완성하다
- 에세이/현대미술
- 2018. 10. 8. 01:07
뱅크시가 또 일을 내버렸습니다. 영국 소더비 경매장에서 뱅크시 본인의 그림이 백만 파운드(정확히는 1,042,000 파운드 / 약 15억)에 작품이 낙찰되며 경매 낙찰을 알리는 의사봉 소리가 나는 것과 동시에 벽에 걸려있던 해당 작품을 파쇄하는 퍼포먼스를 터트렸는데요. 미술 경매 역사상 비슷한 사건조차 벌어진 적이 없어, 소더비 대표가 직접 '미술 경매 역사의 어떤 흐름으로 받아들여야 할지를 고민하고 있다.'는 말을 할 정도의 반향이 큰 상황이 펼쳐지고 있습니다.
'정체가 밝혀지지 않은 어둠의 예술가’라는 타이틀과 너무나 잘 맞는 행보인데요. 작품의 출처부터 시작해서 이 퍼포먼스까지 본인의 메세지를 확실하게 날릴 줄 아는 대단한 작가라는 생각과 표현 외에는 아무런 생각이 나지 않을 정도로 대단한 예술가라는 생각이 듭니다.
뱅크시는 현재까지도 그 정체가 밝혀지지 않은 예술가로, 길거리에 불법적인 방법으로 작품을 남기고 도망가는 스트릿 아티스트인데요. 불법으로 남겨지는 작품들이지만, 그가 작품을 그려놓는 순간 벽의 가격이 수십배로 올라가며 벽의 주인이 그가 불법적으로 남겨놓고 간 작품을 지키기 위해 경비원을 고용하는 해프닝이 생길 정도로 그 영향력이 대단한 예술가입니다. 어쨌든 벽에 그림을 남기고 도망가는 뱅크시의 배경으로 인해 저로서는 종이 위에 유화로 그려진 그의 작품이 있다는 사실이 상당히 생소한 부분이었는데요. 해외 기사를 훑어보니 이 그림 작품의 출처는 뱅크시의 작품을 가품으로 만들어 판매하는 평범한 노점상으로 뱅크시가 직접 정체를 숨긴 채 본인의 진품을 판매하는 퍼포먼스를 펼치던 당시 판매된 작품으로 추정되고 있습니다.
뱅크시는 이런 그림의 프레임에 그림을 파쇄할 수 있는 장치를 미리 설치해놓는 것으로 이와 같은 퍼포먼스를 사전에 준비해놓은 것 같은데요. 이는 퍼포먼스 이후 뱅크시가 본인의 SNS에 올린 영상으로 확실하게 확인이 된 부분입니다.
길거리 노점상에서 그의 진품 작품들이 눈앞에서 팔리고 있음에도 이 사실을 전혀 모른 채 지나가는 사람들의 모습이 담긴 그의 퍼포먼스 영상은 당시 예술의 가치에 관한 다양한 생각을 해보게 만드는 영상이었는데요. 이런 퍼포먼스 속에 이와 같은 또 다른 커다란 퍼포먼스를 준비하고 있었다는 사실이 작품을 만드는 사람으로서 참 대단하다는 생각만을 들게 만드는 것 같습니다. 이로 인해 이 글에서 자꾸만 '대단하다.’라는 말을 반복하고 있는 것 같은데요.
예술 테러리스트라는 별명을 가지기도 한 그가 세계 최고 권위의 소더비 경매장에서 본인의 작품을 테러하는 것으로 예술에 관한 다양한 메세지를 던지는 모습이 작품을 만드는 이로서도 생각해볼 거리가 참 많은 것 같습니다. 작품은 테러 받는 것으로 아래 반쪽이 파쇄되었지만, 파쇄로 파괴되었다는 표현보다는 파쇄로 완성되었다는 표현이 어울릴 만큼 이 한 사건의 아이콘으로 떠오를 것만 같은 느낌인데요. 항상 미술의 가치가 가지는 모호함을 탁월하게 캐치하여 하나의 사건이자 이슈로 사람들에게 보여주며 다 함께 유쾌하게 생각해볼 시간을 제공해주는 모습이 정말 배울 점이 많은 작가입니다.
음... 역시 대단하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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