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음을 녹이거나, 빙하를 녹이거나


현재 영국, 런던의 현대미술관 '테이트 모던(Tate Modern)' 앞에서 재미난 작품 하나가 전시되고 있습니다. 12월 11일부터 시작된 이 전시는 대형 얼음을 미술관 앞에 설치해놓고 녹는 과정을 바라보는 울라프 엘리아슨의 작품인데요. 작품의 전시 기간은 12월 11일부터 얼음이 모두 녹아 사라지는 날까지라는 재미난 형식을 가진 작품이기도 합니다. 대형 얼음을 작품으로서 도심에 설치해놓고는 녹는 과정을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특이한 이 작품을 상당히 흥미롭게 만드는 요소가 하나 존재하는데요. 바로 이 얼음들이 모두 그린란드에서 직접 공수해온 실제 빙하라는 점입니다.



'녹아내리는 빙하'라는 단어가 만들어내는 감정은 최근 요동치는 날씨를 피부로 느끼고 있는 현대인에게 다양한 감정을 들게 만드는데요. 요상한 것들을 자주 보여주는 현대미술관 앞에 놓인 얼음을 처음 발견한 관객은 현대미술관의 또 다른 재미나고 요상한 광경을 즐기며 사진을 찍고 얼음을 만져보는 모습을 보여줍니다. 그러던 중 전시장 한쪽에 마련된 작품 설명글을 발견한 관객은 이 얼음들이 그린란드에서 가져온 빙하라는 사실을 발견하게 되는데요. 이 순간부터 그저 얼음을 처음 마주쳤을 때와는 다른 숙연한 감정을 가지게 되는 것 같습니다.


실제로 작품이 전시된 공간의 모습은 얼음을 즐겁게 즐기는 관객과 설명글 앞에서 조용히 이에 관해 생각해보는 관객의 모습으로 갈려졌는데요. 그저 현대미술관의 또 다른 요행이라 생각하며 얼음을 즐기다 지나가는 관객과 설명글을 접하고는 괜스레 숙연해진 관객 등, 얼음 하나 내려놓는 것으로 사람의 다양한 생각과 감정을 끌어내는 작품의 모습이 참 재미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저 얼음 하나 가져다 놓은 겨울 시즌의 이벤트가 될 수도 있는 이 행위가 '그린란드에서 빙하를 가져왔다.'라는 하나의 사실로 지나가던 현대인을 숙연하게 만드는 이 현대미술의 요행이 참 재미있는 것 같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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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념미술가 : 이동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