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유에 대하여
- 본업은 개념미술/작품의 과정
- 2015. 12. 4. 10:00
소유에 대하여 - 내 것과 내 것이 아닌 것 그리고 앞으로 내 것이 될 것들에 대하여
이 작품은 제가 파인아트(순수미술)을 시작하기로 마음먹게 해준 인생 첫 번째 작품입니다. 지난 포스팅에서 말씀드린 것처럼 런던 동부 지역에서 자유롭게 학생들을 풀어놓는 첫 수업과 함께 시작되었던 2주 프로젝트의 결과물이었죠. 첫 수업은 사실 야외에 학생들을 자유롭게 풀어놓으니 그저 먹고 놀기 바쁜 수업이었습니다. 그렇게 몇 시간을 그저 놀며 돌아다니다 슬슬 프로젝트 진행을 위해서 주위를 둘러봤을 때 눈에 들어왔던 물건들이 바로 자물쇠들과 유명 관광지 버로우 마켓에서 상인들의 자리 표시를 위해 바닥에 일정하게 배치되어있는 자리표들이었는데, 소유라는 부분에 대해서 이야기하기 아주 좋은 물건들이었죠.
그렇게 집중하게 된 자물쇠와 마켓의 자리표 중 프로젝트 초반에서 중점적으로 다뤘던 부분은 바로 자리표였습니다. 사실 전통 마켓, 시장과 같은 느낌으로 유명한 공간에서 마저도 이렇게까지 기계적으로 소유하는 공간을 나눠야 하나라는 이유 없이 씁쓸한 감정과 같은 생각을 가지고 있었던 것 같은데, 그 모양 자체만으로도 미적으로 예쁘다는 생각이 들었던 것도 사실이죠.
그렇게 오묘하게 끌리는 마켓의 자리표와 함께 내 것(Mine), 내 것이 아닌 것(Not mine), 내가 가지고 싶은 것(I want its mine) 등으로 구역을 나눠보면서 조금은 부정적인 분위기로 스케치북을 진행했던 것 같습니다. 현재 가지고 있는 것과 앞으로 가지고 싶은 것에만 신경 쓰는 현대인의 모습을 조금은 부정적인 모습으로 풀어냈다고 할 수 있을까요. '현재의 우리는 가진 것과 가지고 싶은 것만을 바라보다 너무 많은 것을 놓친다.'는 생각과 함께 최종적으로 작품 제작에 들어갔던 것 같습니다.
이 드로잉이 자물쇠와 마켓의 자리표를 통해서 얻은 소유에 대한 생각을 마지막으로 정리했던 드로잉입니다. 내 영역 안에서 가지고 있는 것과 가지고 싶은 것만을 생각하다 보면 그 뒤의 것들을 보지 못한다는 앞 문단에서 언급한 최종적인 생각을 정리한 것이었죠. 사실 이 상태로는 많이 부족하고 허점이 많은 생각이지만, 체험 형식의 2주간의 짧은 프로젝트였던지라 이 드로잉과 함께 최종 작품 제작에 들어가야 했습니다. 그리고 이런 최종적인 생각을 표현하기 위해 선택했던 재료들은 바로 빛과 플라스틱입니다. 사람의 시선을 빛으로서 표현하고 소유하고 있는 것과 소유하고 싶은 것으로 인해 보지 못하는 시선을 불투명한 재질의 플라스틱으로 표현해보자는 것이었죠. 지금 생각해보자니 참 간단하고 단순한 표현이었습니다. 부끄럽네요.
빛은 영국의 다이소와 비슷한 느낌의 1파운드 숍에서 구매한 라이트들로 채워 넣고, 플라스틱과 철사를 이용해서 틀을 만들었던 기억이 새록새록 납니다. 플라스틱을 녹이며 모양을 만들고 틀과 합체 시키는 과정에서 가스도 마시고 참 고생도 많이 했었지만, 이때만큼 뭔가를 재미있게 했던 적도 없었던 것 같습니다. 그렇게 1주의 시간을 작품을 만들며 고생하는 것으로 2주간의 인생 첫 파인아트 수업은 끝이 났습니다. 지금 생각하지나 참 간단하고 짧은 시간이었는데, 당시는 정말 긴 시간처럼 느껴졌던 것 같네요. 10개월의 과정 중 첫 시작으로 만난 2주 수업이었지만, 마치 학기 하나가 끝난 것과 같은 느낌이었습니다. 2주간 약간 정신나간 것처럼 허허실실 웃으며 학교와 집을 오가던 버스를 타던 기억이 새록새록 나네요.
당시 딱히 작품명을 물어보는 이도 정할 생각도 없었던 프로젝트 성격의 작품이어서 딱히 정해진 작품명은 없습니다. 그저 그 프로젝트 전체는 '소유하다.(Possession)'라고 부르고는 했는데, 미술에서 심심찮게 보이는 '무제(Untitle)'이라는 제목만은 붙이고 싶지 않기에 붙여놓았던 이름이지 않을까 싶네요. 많이 모자라고 지금 보자니 뭔가 순수한 느낌도 드는 그런 작품인데, 뭔지 모르게 참 부끄럽습니다. 그저 시작은 이랬구나라는 반응과 함께 넓은 마음으로 봐주셨으면 하는 바람과 함께 동영상으로 촬영해놓은 작품 보여드리면서 이 글은 얼른 마무리를 하는 게 좋겠네요.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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