앤디 워홀(Andy Warhol)의 스프캔(Soup can) 이미지 무한한 복제가 가능해진 프린팅 기술이 도입되면서 미술의 관객이 한층 더 넓어질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되기 시작하는데요. 과거 한 명의 화가가 긴 시간을 들여 하나의 그림을 그렸던 것과는 달리 이처럼 빠르고 정확하면서 무한한 복제가 가능한 프린팅 기술이 미술에 도입되는 것으로 미술의 관객이 한층 더 넓어질 수 있는 환경이 완성된 것이죠. 과거보다 빠르게 많이 만들어지는 작품은 과거보다 많아진 대중이라는 새로운 관객과 만날 준비가 됐던 것이라고 할 수 있을까요. 과거 극소수의 작품이 극소수의 귀족층에게만 즐겨졌던 것과는 확실히 달라진 모습이었습니다. 이처럼 팝아트가 시작되며 프린팅 기술을 통해 많은 작품이 만들어질 수 있게 된 환경을 가진 것..
'익숙하다.'와 '안다.'라는 단어는 참 오묘한 관계를 가지고 있습니다. 이렇게 말하면 조금 말장난 같을 수 있지만 우리는 가끔 익숙한 것을 알지 못할 때가 있고 또 알고 있는 것에 익숙하지 않을 때가 있는 것처럼 말이죠. 익숙하게 행동하고 있으면서도 모르고, 알고 행동하고 있으면서도 익숙하지 않은 느낌과 비슷하다고 할 수 있을까요. 그런데 또 이런 오묘한 관계를 가진 '익숙하다.'와 '안다.'라는 단어들을 문화와 미술에 대입시켜 생각해보면 더더욱 흥미로운 부분들이 등장합니다. 문화라는 것 또한 늘 우리가 속해 있으면서도 너무나 익숙하여 문화와 함께하고 있다는 사실을 깨닫지도 못할 때가 있는데요. 본인이 속해 있는 문화가 가진 특징을 그 문화만의 특징이라고는 인식조차 못하고 있는 자연스러운 모습들이 이와..
한때 생존 작가 중 가장 큰 영향력을 가졌다고도 평가됐던 영국의 대표 작가 데미안 허스트는 택시기사에게 약 30초가 걸리지 않는 시간에 그려낸 상어 그림을 하나 팁으로 그려준 적이 있습니다. 사실 위의 실제 그림을 보면 알 수 있듯 ‘낙서 같은 그림’이라는 설명 보다도 정말 그저 낙서라 말할 수 있는 그림인데요. 세간에 알려진 바로는 이 그림이 미술 경매 시장에 나와 4500파운드( 약 650만 원 / 2017. 2.)라는 가격과 함께 낙찰되었다고 전해집니다. 실제 이 그림을 받았던 40세의 택시기사는 이 그림이 본인 생의 최고의 팁이었다는 인터뷰를 남기기도 했는데요. 그림을 팁으로 받은 택시기사에게는 정말 행운이라는 말이 어울리는 사건이지만 이를 보고 있는 관객들로서는 30초 만에 그려진 낙서 같은 그..
갤러리 혹은 박물관에 전시된 작품들을 보며 가장 많이 드는 감정은 어쩌면 '이건 뭐지...?'와 같은 이해 못할 혹은 모르는 것에 대한 의문의 감정일지도 모르겠습니다. 사실 예술에 종사하고 있는 예술인들조차도 미리 조사를 하고 가지 않고서는 방문한 박물관 혹은 갤러리의 모든 작품들을 알고 있을 수는 없는 것이니 이와 같은 알 수 없는 작품 앞에서의 당황은 일반인과 예술인 모두에게 포함되는 상황이기도 한데요. 그런데 조금 더 황당하다고 느낄 수 있는 사실은 가끔은 우리를 당황하게 만들고 있는 작품을 만든 작품의 작가 본인조차도 본인의 작품에 대해서 알지 못할 때가 있다는 것입니다. 작가도 자신이 만든 작품에 대해 알지 못한다니 어찌 보면 참 황당한 상황이지만 작가도 모르고 관객도 모른다는 사실은 관객으로서..
'제프 쿤스(Jeff Koons)'의 '풍선개(Balloon Dog)' 이 피에로가 만들어주는 풍선 강아지와 같은 모양을 하고 있는 대형 조형물은 ‘풍선개’라는 제목을 가진 제프 쿤스의 작품입니다. 대형 조형물을 스테인리스 재질을 이용해 마치 풍선으로 만든 강아지처럼 보이게 만든 작품인데요. 이 풍선개 시리즈의 작품 중 주황색의 작품은 무려 600억(5800만 달러)이라는 가격과 함께 경매에 낙찰되며 한때 생존 작가로서의 최고가 기록을 경신하기도 했습니다. 600억이라니, 그 말만 들어도 이게 그와 같은 가치가 있느냐 없느냐를 따지기도 전에 이미 그저 말문이 막혀버리는 가격이죠. 풍선으로 만든 강아지 같은 조형물이 600억이라니 ‘미술은 참… 역시 사기다…’라는 문구가 딱 떠오르는 대목입니다. 그런데 사..
프랭크 스텔라(Frank Stella)의 '모양있는 캔버스(Shaped Canvas)' 이 작품은 미국의 작가 ‘프랭크 스텔라’의 ‘모양이 있는 캔버스’라는 작품입니다. ‘모양이 있다.’라는 수식어와 맞게 캔버스의 일반적인 형태라 할 수 있는 4개의 모서리를 가진 네모 모양과는 다른 독특한 형태를 가진 캔버스들인데요. 캔버스 내부에도 간결한 선들을 반복적으로 그려주면서 단순함과 반복성을 추구하는 미니멀리즘 형태의 미술을 잘 완성해낸 작품입니다. 위의 설명을 읽고 있자면 우리는 이상한 모양의 캔버스를 미니멀리즘 등의 설명과 함께 큰 반감 없이 이를 하나의 미술작품으로서 받아들이고 있는데요. 사실 그림을 그릴 때 필요한 재료에 불과한 캔버스를 요상하게 만들어 놓고는 이를 작품이라고 말할 수 있었던 시기는 의..
예술을 하는 사람들은 누구나 작품을 만들며 선택의 기로에 서게 됩니다. 그림을 그리는 화가는 무엇을 그릴지 또 어떻게 그릴지를 선택하는 것과 함께 작품을 시작하는데요. 이후 화가는 또 어디서 그림을 그리고 어디서 그림을 끝마칠지 선택해야 하는 끊임없는 선택의 기로에 놓이게 됩니다. 심지어 위와 같은 요상한 양동이를 만들면서도 작가는 두 개의 양동이를 붙여버린 체 황동을 부어버리는 선택을 해야만 하는데요. 이런 요상한 양동이를 만들고 나서는 또 ‘노란색의 8(Yellow 8)’이라는 제목마저도 선택해야 하죠. 심지어 간단해 보이는 사진이라는 예술도 비슷합니다. 무엇을, 어디서, 어떻게 사진으로 찍을지를 결정해야만 하는데요. 모든 것을 운에 맡기고 그저 거리를 돌아다니며 우연한 기회를 찾아 헤맬 것인지 혹은..
최근 지인이 인터넷에서 공유되고 있는 세 살 아이의 그림과 현대미술 작가의 그림을 비교하는 글을 보여준 적이 있었습니다. 세 살 아이의 그림과 현대미술 화가들의 그림들을 랜덤으로 배치해놓고는 무엇이 고가의 가격을 가지고 있는 현대미술 작품인지를 맞추는 퀴즈 형식의 글이었는데요. 이 글이 현대미술의 그림과 세 살 아이의 그림이 왜 비슷한 모습을 취하고 있는지에 대한 미학적인 질문보다는 현대미술의 그림을 조롱하고 희화화하고 있다는 사실은 아주 명확했지만, 미술을 공부하고 있는 저 조차도 세 살 아이의 그림과 현대미술 작가의 그림을 구별하지 못하는 것은 명확한 사실이었습니다. 비슷한 겉모습과 함께 왜 비슷한 겉모습을 가지고 있는지에 대한 질문이 가능한 이 부분은 또 겉모습 만으로는 그 둘의 차이를 구별할 수 ..
최근 SNS에서 ‘돈이 들어오는 그림’이라는 타이틀과 함께 이 그림이 심심치 않게 보이는 것 같습니다. 중국의 한 거부가 그린 그림이라고 알려지며 크게 방긋 웃고 있는 얼굴과 많은 치아가 돈을 들어오게 해주는 주술적인 의미가 있다고 알려지며 부적과 같은 느낌의 그림으로 알려지고 있는데요. 사실은 주술적인 그림을 그리는 거부가 아닌 평범한 유명 중국의 화가 ‘위에 민준(Yue MinJun)’의 그림입니다. 사실 저는 ‘돈이 들어오는 그림’이라는 타이틀과 함께 공유되고 있는 이 그림을 SNS에서 처음 마주했을 때, 그림의 작가가 누구인지와 이 작가의 그림이 미술적으로 해석되는 방식과 내용을 알고 있었기에 ‘돈이 들어오는 그림’이라는 타이틀은 사실이 아니라는 것을 금방 알아챌 수 있었는데요. 타이틀이 거짓임에..
대작 논란이 일어나고 있는 조영남씨와 그의 그림들 최근 조영남씨의 그림 대작 사건과 함께 미술계가 시끌시끌합니다. 미술 전문가들을 포함한 다양한 이들이 내놓는 엇갈리는 의견들과 함께 전례 없는 미학적인 토론이 대중적으로 이루어지고 있는 모습이 굉장히 재미있게 다가오는데요. 대중적인 캐릭터를 가지고 있는 ‘조영남’이라는 인물의 작품 이야기이기에 더욱 이렇게 대중 전체의 의견이 반영된 폭넓은 이야기가 전개될 수 있지 않은가 하는 생각이 듭니다. 글을 본격적으로 시작해보기에 앞서 가장 큰 의문으로서 제기되고 있는 ‘화가 조영남이 제공한 아이디어를 그려낸 대작 화가의 대작 그림은 과연 조영남의 작품이 맞는가?’라는 질문에 대한 제 개인적인 견해부터 먼저 말씀을 드려보자면, ‘인간적으로는 불편한 것이 사실이나 미..
리차드 잭슨의 나쁜 강아지(Bad dog) 사회적인 시선 속에서 문화는 암묵적인 서열이 존재합니다. 독서와 게임은 둘 모두 하나의 취미이자 문화이지만, 책을 읽으며 취미를 즐기는 모습은 게임을 하며 취미를 즐기는 모습보다 훨씬 좋은 이미지를 가지고 있죠. 그런데 이처럼 문화에 서열을 매기는 것은 어쩌면 상당히 잘못된 일일 수도 있습니다. 개인의 취미로서 선택된 독서, 게임과 같은 문화는 개인의 취향에 맞춰 결정된 것이니 당연히 존중받아 마땅한 것이니 말이죠. 하지만 이렇게 존중받아야 하는 개인의 취향과 함께 선택된 독서와 게임이라는 이 두 문화는 사회적인 시선에 의해 암묵적인 서열이 만들어지며 동일한 존중을 받지 못하고 있는 것도 사실입니다. 우리는 어쩌면 이렇게 개인의 취향을 존중해야 한다는 사회적인 ..
글쓴이의 작품 '포토페인팅(Photopainting)'그림과 사진, 이 둘은 알면 알수록 참 오묘한 관계에 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돌을 들고 벽에 그림을 그렸던 선사시대의 동굴 벽화마저도 지금 우리가 말하는 그림으로 인정한다면 그림은 인류가 탄생한 그 시기부터 함께 했다 해도 과언이 아닌 오랜 역사를 가진 예술인데요. 그에 반해 약 200년이 채 되지 않는 역사를 가진 사진이라는 예술 속의 새로운 매체는 수만 년의 역사를 가진 그림이라는 예술에 거대한 변화를 가져왔습니다. 이 사진이 가져왔던 그림의 거대한 변화는 사실 그저 변화를 넘어 그림의 역할 자체가 사라질 수도 있었던 생존의 위협에 가까운 상황을 연출하기도 했는데요. 200년의 짧은 역사를 가진 사진이라는 이 새로운 예술이 수만 년의 시간 동안 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