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이야기해볼 마이클 크레이그 마틴의 작품 ‘오크나무’는 개인적으로 개념미술을 설명할 때 가장 많이 언급하는 작품인데요. 실제로 데미안 허스트 등 많은 미술인들에게 개념미술의 교과서라는 평가를 받고 있는 작품이기도 합니다. 작품 자체는 조금 어처구니 없어보일 수 있는 모습을 가지고 있지만 개념이 작품에 담기는 과정을 상당히 날카롭게 보여주는 작품인데요. 개념미술이라는 복잡한 요소를 유쾌하고 날카롭게 설명하면서 이해시켜보려고 하는 의도가 지금은 은퇴하였지만 2000년대 세계 미술 시장을 흔들었던 ‘YBA(영국의 젊은 작가들)’의 스승으로도 유명한 대학교수라는 그의 오랜 직업이 떠오르는 작품이기도 합니다. 마이클 크레이그 마틴(Michael Craig Martin)의 작품 '오크나무(Oak tree)' 개..
'끝'이라는 단어는 어쩌면 이 세상에 존재하는 모든 것에게 다가올 미래입니다. 작가와 작품도 언젠가는 끝이라는 단어를 만나며 죽음을 맞이하고 혹은 시간을 견디지 못하며 사라지게 되는데요. 작품은 시대적 이상이 변하는 특수한 상황이나 화재 등의 재난이 아니라면 그 가치에 따라 극진한 관리를 통한 보존의 노력과 함께 작가보다는 오랜 시간을 견뎌냅니다. 그리고 이와 같은 작품에 대한 극진한 대접과 보존은 작품을 만드는 많은 미술가들의 바람이자 꿈이기도 하죠. 작가 자신이 죽은 후에도 작품이 계속해서 보존된다는 사실은 자신의 미술을 대변하는 작품이 그 가치를 인정받았다는 사실과 함께 자신의 죽음 이후에도 작품으로나마 미술의 한 부분으로 남아있을 수 있게 되었다는 안도가 들어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합니다. 몇몇..
귀를 붕대로 감은 1889년 반 고흐의 자화상 더 좋은, 더 나은 작품을 만들기 위해 많은 작가들은 다양한 형태의 고통과 인내를 감수합니다. 더 좋은 것의 기준이 존재하지 않는 미술에서 더 좋은 것, 더 나은 것을 향해 달려간다는 것은 생각보다 큰 고통들을 인내해야 하는 경우가 많은데요. 이에 작가들은 새로우면서도 더 좋은 것이라 생각되는 작품을 만들기 위해 끊임없는 생각과 만듦을 반복합니다. 이러한 끊임없는 반복을 통해 더 나은 것을 향하며 수반되는 고통을 감수하는 것은 거의 모든 분야의 이들이 감수하는 고통과 다른 부분이 아닌데요. 그런데 이런 고통들 중 한 가지 이해할 수 없는 고통의 종류가 존재합니다. 바로 '헝그리 정신'이라 불리는 배고픔이라는 고통을 인내하는 정신을 뜻하는 말인데요. 기본 의식..
'미술을 어떻게 가르쳐야 하는가?'라는 질문은 미술을 직업으로 삼고 있는 이들이 모이면 꼭 등장하는 흥미로운 주제입니다. 자주 등장하지만 늘 그 의견이 갈리기 일 수여서 가끔은 대화를 하다 얼굴을 붉히는 일이 생기기도 하는데요. 특히 '입시미술'이라는 국내 미술 교육이 가지고 있는 특징은 미술 교육이라는 주제에 대한 토론에서 무조건적으로 등장하는 세부 주제이기도 합니다. 일관적인 과정과 스타일의 그림을 그리는 것으로 거의 모든 학과의 미대 진학을 결정한다는 것이 과연 옳은 입시제도 인가라는 의문마저 등장하며 아예 없어져야 한다는 극적인 의견에 힘이 실리기도 하는데요. 그에 반해 그림은 미술의 기본적인 소양으로서 중요한 것이라는 의견과 함께 입시미술의 유지를 주장하는 의견도 탄탄한 지지층을 가지고 있죠. ..
선정적이면서 야한 이미지를 가진 작품들은 현대미술에서 흔하게 볼 수 있는 모습입니다. 개인적으로는 선정적이고 야한 작품을 선호하지 않는 취향을 가지고 있는데요. 사실 지금은 '선호하지 않는다.' 정도의 표현을 하고 있지만 한때는 극도로 선정적 이미지를 가진 작품들을 피하려는 경향을 가질 만큼 선정적인 이미지의 작품들을 좋아하지 않았던 때가 있었습니다. 그런 시절 선정적이고 야한 이미지를 가진 작품들에 대해 다시 한 번 생각해보게 만들었던 작가가 있었는데요. 바로 '앨런 존스'라는 이름을 가진 미국 작가의 전시회를 보고 나서였죠. 2014년 경이었던 것 같은데요. 영국의 왕립 아카데미(RA)에서 앨런 존스의 전시회가 열렸던 해였습니다. 전시회는 당연히 아주 선정적이고 야한 작품들로 가득 차 있었는데요. 사..
조지 스텁스(George Stubbs)의 그림 '휘슬자켓(WhistleJacket)' 이 그림은 '휘슬자켓'이라는 제목을 가진 '조지 스텁스'의 그림입니다. 런던의 중심지 트라팔가 스퀘어에 위치한 '내셔널 갤러리'에 보관, 전시되어 있는 작품인데요. 말의 역동적인 동작을 예리하게 캐치하여 표현한 작품이면서 높이 3미터, 길이 2.5미터에 달하는 그림의 거대한 크기로 인해 내셔널 갤러리를 관광 목적으로 다녀간 관객들에게도 강렬한 인상과 함께 많이들 기억하고 있는 작품이죠 실제 런던에서 유학하고 있는 학생들 사이에서는 '내셔널 갤러리의 말그림'이라 불리며 내셔널 갤러리를 비공식적으로 대표하는 그림이기도 하다는 후문입니다. 한 번은 우연한 기회로 BBC다큐멘터리를 통해 이 그림이 얽힌 재미난 이야기를 하나 본..
조지아 오키프(Georgia O'keefe)의 '흰 독말풀(Jimson Weed)' 꽃은 오래전부터 화가들에 의해서 그려져왔던 대표적인 사물 중 하나입니다. 아름다움을 상징하기도 하는 자연 그대로의 사물이기에 많은 화가들의 눈에 들며 그림으로 그려져 왔으리라는 생각이 드는데요. 그렇게 많은 화가들에게 그려져 온 꽃 그림들은 그림을 그려낸 화가의 인종, 출신 등 화가의 환경적인 요인에 따라 다른 의미로 해석되는 모습을 보여주기도 합니다. 가끔은 극단적으로 아름다움을 상징하는 꽃을 그리는 것으로 아픔이라는 대조적인 감정을 표현했다는 해석을 받으며 여성이 그린 꽃은 사회적인 차별 속 여성의 아픔을, 흑인이 그린 꽃은 흑인이기에 받아야 했던 아픔으로 해석되는 등 작가의 배경에 따른 각각의 아픔을 가지게 되는 것..
이번 새라 미술 이유식에서는 '회화는 망했어! 그림은 망했어!'라는 에세이와 함께 이야기를 나눠보았습니다. 방송을 준비한 후 심 군에게 에세이와 주제를 보여주니 '이거 저번에 했던 거 아니야?'라는 말을 하여 저를 당황하게 만들었던 에세이이기도 한데요. 이번 회차로 준비한 에세이의 내용이 새라 미술 이유식이 다시 돌아와 처음으로 다뤘던 '순수미술이란 무엇인가?'라는 주제의 내용들과 일치하는 부분들이 많았던 것이죠. 그렇지만 공통되는 부분이 많을 뿐 그와 다른 부분들을 많이 다루고 있다는 판단과 함께 녹음에 들어갔습니다. 이번 회 차는 1912년 항공 박람회를 관람한 마르셀 뒤샹이 박람회 관람 중 말했다고 알려진 문장 '회화는 망했어! 누가 저 프로펠러보다 멋진 걸 만들 수 있겠어!?'를 해석해보는 것을 ..
전문성 혹은 전문가라는 단어는 오랜시간 동안 저를 괴롭혀온 단어입니다. 전문가로서의 미술인이란 무엇일지에 대해 고민하다보면 다양한 생각들이 충돌을 일으키며 그 해결점을 찾기가 힘들어지는데요. 전문성이라는 주제는 이렇게 상당히 복잡한 주제이기도하지만 한편으로는 대중적인 경향이 있는 주제라는 생각도 듭니다. 평소 미학적인 주제들에는 귀를 열고 들어주시는 경향이 많았던 미술 외적인 직업을 가진 지인들도 이 주제에서 만큼은 활발한 대화 참여가 이루어지는 느낌이 강했으니 말이죠. 가끔은 제가 공부하고 꺼내놓은 주제임에도 오히려 귀를 열고 들어봐야할 의견들이 많았을만큼 전문성 혹은 한 분야의 전문가라는 것은 상당히 다양한 모습이 존재하는 것 같았습니다. 실제 친구의 그림(왼쪽)과 영국의 유명 작가 데이비드 쉬리글리..
일러스트 : 페인팅 '8' 오늘은 2015년 경에 제작했던 작은 시리즈 작품을 설명해드려볼까 합니다. 2015년은 영국에서 학부를 시작한 학사 2학년 시절이었는데요. 사실 이 시리즈는 학교 과제의 일부로서 정기적으로 작품을 제출해야 하는 기간을 지키기 위해 당시 구상 중이지만 완성되지 못한 개념 중 일부를 이용하여 약간의 실험을 곁들인, 조금은 떠밀리듯 만들어진 느낌과 함께 만들어낸 작품이었던 기억이 납니다. 만들어내야 한다는 압박과 함께 조금은 억지로 만들어낸 작품이기도 하지만 가끔은 이런 환경적인 압박이 압박이 없었다면 나타나지 않았을 작품을 만들어내기도 하는 것 같네요. 이 시리즈는 기본적으로 지난번 '무엇이 그림이고, 무엇이 예술 작품이냐?'라는 질문과 함께 만들었던 지난 '페인팅' 작품들의 개념..
이번 새라 미술 이유식에서는 '어린 왕자의 관점으로'라는 제목과 함께 이야기를 나눠보았습니다. '어린 왕자의 관점으로'라는 제목은 사실 제가 작성했던 에세이 '어린 왕자의 관점으로'에서 온 것이기도 한데요. 미술에 대한 제 개인적인 생각과 의견을 조금 더 말해보는 것이 어떻겠냐는 라디오를 함께해주고 있는 심군의 추천과 함께 제가 직접 작성한 에세이를 조금 더 풀어서 이야기해보는 방식으로 이번 회 차를 진행해보았습니다. '어린 왕자의 관점으로'라는 에세이는 집의 특징들을 듣고 그 집의 가치를 판단하기보다는 그저 집의 가격을 듣고 그 가치를 판단하기만 한다고 말하는 어린 왕자의 구절을 떠올리면서 작성했던 글이었는데요. 작품을 바라볼 때 작품의 가격이나 역사적 배경 등의 부담스러운 이야기들을 떨쳐버리고 가끔은..
'혼란스럽다.'라는 단어는 어쩌면 현대미술을 바라보는 관객들이 가지는 가장 흔한 감정일지도 모릅니다. 방문하는 전시회마다 각기 다른 모습을 보여주는 현대미술의 작품들은 처음 이를 접하는 이들에게 혼란 그 자체의 모습으로 보일 수밖에 없는데요. 사실 이런 혼란스러움은 현대의 관객들이 미술을 기피하는 큰 이유가 되기도 하면서 캔버스에 그려지는 그림과 정갈하게 조각된 조각상처럼 정확하게 틀이 잡힌 매체만이 존재하던 과거의 미술을 동경하게 만드는 하나의 이유가 되기도 하죠. 그런데 현대미술의 이런 혼란스러움은 과거와는 다르게 현대사회에서 나타난 새로운 특징으로 인한 것일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드는데요. 가끔은 정말 신기하다는 느낌이 들 정도로 작품이 만들어지는 당시 사회의 모습을 담아내는 미술이라는 존재는 어쩌면..